(제 105 회)

제 8 장

을미사변의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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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아침, 방금 조반상을 물린 민비가 사방침에 기대여 비스듬히 누웠다.

아정은 그에게 살랑살랑 부채질을 해주었다.

《아라사음식은 양음식이여서 구미에 맞지 않을줄 알았는데…》

민비는 만족스러워했다. 아정이 그에게 조심스럽게 아뢰였다.

《그야 마마께서 요새 만시름을 놓게 되신 까닭이 아닌가 생각되옵니다.》

《옳다. 사람은 마음속근심이 없어야 하느니라. 이제는 귀양살이 갔던 민씨척신들도 다 돌아오고… 참 새벽에 연어알을 하사받은 특진관들이 뭐라하지 않더냐?》

《…》

아정은 인차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왜 대답이 없느냐?》

《저 분부를 받삽고 새벽에 나가다가 광화문에서…》

아정은 고개를 쳐들고 이날 새벽에 있은 일을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동살이 광화문의 지붕이며 처마를 붉게 물들일무렵이였다. 가마에 앉은 홍아정은 궁성문으로 다가갔다.

광화문을 수위하고있는 시위대병정들과 순검들속에서 엄병무가 천천히 거닐고있었다. 고개를 수굿하고 걸음을 옮기는 그의 얼굴에는 생각깊은 표정이 어려있었다.

이전에는 만날적마다 자기, 아정이를 그리는 심정이 여삼추같다며 곧잘 우스개소리도 하던 그가 이마즘에 와서는 통 말이 없을뿐더러 가슴속에 무슨 근심거리라도 안고있는 사람처럼 낯색도 어두운것이 아무래도 이상스러웠다.

가마를 탄 아정이가 짐을 든 궁녀들과 함께 다가가자 엄병무가 손을 쳐들어 그들을 멈춰세웠다.

아정이가 휘장을 들치고 얼굴을 내밀었다.

《병무씨.》

《아니!》

일순 병무의 얼굴에 웃음발이 피였다.

아정은 병무에게 궁성문을 가리켰다.

《문을 열어줘요.》

아정의 말에 병무는 얼른 그의 말을 되뇌였다.

《문?》

《어서요.》

아정이의 재촉을 받은 병무는 웬일인지 당황해했다.

《그런데 식전에 어데로?》

《궁내특진관들 댁에.》

병무가 딱해하며 변명했다.

《박영효내무대신이 일체 궁내 출입을 막으라고 했는데…》

《내무대신이?》

《우린 내무대신의 지시를 받게 돼있소.》

《중전께서 나갔다 오라는데두요?》

《가만, 내 수문장께 말하고 오지. 그래야 들어올 때 말썽이 없소. 우리 시위대는 이제 곧 훈련대와 교체하게 되오.》

이렇게 말한 병무의 표정이 문득 신중해졌다.

《아정인 이런 사실을 모르고있었소?》

《내가 어떻게 알아요?》

아정이가 되묻는 말에 병무는 의혹에 잠겨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또 입을 열었다.

《그럼 중전마마께선?》

《글쎄요… 아마 모르실거예요.》

《그러니 내무대신이 자의로?…》

혼자소리로 뇌이던 병무의 낯색이 삽시에 변하였다.

《아정이, 내가 교도중대에 있었기에 잘 아는데 일본교관이 교련하는 훈련대는 왜놈들의 지시를 따르게 되여있소. 이제 훈련대가 궁성시위를 맡게 되면 우리 왕궁은 작년여름처럼 또다시 왜놈들의 수중에 놓이게 되오.》

《알겠어요.》

아정이도 심각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런 중대사실을 자기에게 알려주는 병무가 더없이 고맙고 미더웠다.…

아정이의 이야기를 듣는 민비는 대뜸 낯색이 표표해졌다.

아정은 분하고 억울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내무대신이 뭐가 돼서 궁내출입을 막는지 모르겠소옵니다. 》

《박영효가?》

민비가 얼굴에 노기를 띠웠다.

《그리고 중전마마, 지금 왕궁호위를 하고있던 시위대를 훈련대와 교체시키고있소옵니다.》

《엉?!》

자리에서 급히 일어난 민비는 화증난 기색으로 편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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