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 회)

제 8 장

을미사변의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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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정의 돌의자에 앉아 신록이 무르익고 갖가지 꽃이 다투어 피여난 자연을 즐기고있는 고종에게로 성급히 다가간 민비는 방금 아정이한테서 들은 말을 그대로 전하였다.

《페하, 작년여름처럼 우리를 유페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소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의아해하는 고종에게 민비는 박영효가 사람들의 궁내출입을 엄금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면서 그것은 바로 왕실과 로씨야공관사이의 련계를 막으려는 심보에서 나온 조처라고 력설했다.

《음.》

아직도 반신반의하는듯한 고종의 태도를 본 민비는 맵짠 소리로 따지듯 물었다.

《언젠가 박영효가 지금 궁성을 수비하고있는 시위대와 훈련대를 교체해야 한다고 상주했다지요?》

《아마 짐이 재결을 했겠지.》

민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벌써?!》

《그런데 왜 놀라시오?》

《그렇게 하면 아니되오이다.》

《안되다니? 시위대도 우리 군사요 훈련대도 우리 군사인데?》

민비는 안타까운 어조로 성급히 말했다.

《하오나 시위대는 미국의 다이장군이 교련시킨 왕실직속의 근위대이고 훈련대는 일본교관들이 훈련시킨 정부직속의 군영이옵니다. 하기에 훈련대는 일본화되여 일본사람들의 말을 듣게 되여있습니다. 거기 대대장들인 우범선이나 리두황이를 보십시오.》

고종의 표정이 불현듯 심각해졌다. 민비는 사리를 따져가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제 훈련대가 궁성수비를 맡게 되면 페하와 외부와의 련계,특히 로씨야공관과의 사이는 끊어지고 작년 여름 일본군대가 왕궁을 지키던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박영효내무대신은 어째서 극성스럽게 시위대와 훈련대의 교체를 주장하는거요?》

《신첩도 그 생각입니다. 우리가 박영효 그 사람을 잘못 보았나봅니다. 믿음에도 분별이 있어야 하는데…》

고종의 얼굴에 격분과 증오, 배신과 환멸의 착잡한 표정이 어렸다.

《그러니 영효가 은혜를 원쑤로 갚겠다는건가?》

흥분한 민비는 자기의 생각을 격한 어조로 말했다.

《영효는 야심, 권세욕이 남달리 강한 사람입니다. 그는 전번에 김홍집내각이 깨여졌을 때 총리서리인 자기가 응당 총리로 될줄 알았는데 의외로 학무대신 박정양이 총리가 되자 은연중 우리한테 반감을 품게 된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와 일본사이를 오고가며 두길보기를 하던것을 그만두고 아예 일본에 가붙게 된것이 분명합니다. 지내보면 물욕이 남달리 강하거나 권세욕이 류달리 센 사람치고 충신은 없습니다. 더우기 박영효는 10년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완전히 친일파가 된 놈입니다.》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 고종은 자리에서 움쭉 일어섰다. 그는 좀 덤비는듯한 기색으로 말했다.

《곤전의 말씀이 십분 지당하오. 가만, 재결을 취소해야겠구만.》

《이젠 늦었습니다. 페하!》

《응?!》

《시위대와 훈련대의 교체가 시작되였습니다.》

《벌써?!그럼 중지시켜야지.》

뒤짐을 지고 다리를 떡 벌리고 선 고종은 엄한 소리로 시종을 불렀다.

《여봐라!》

《예이.》

젊은 시종이 못가에서 정각으로 뛰여왔다.

《네 이제 곧 총리, 내무, 군무 세 대신을 편전으로 들라 해라.》

《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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