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8 회)

제 8 장

을미사변의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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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튿날 아침, 동살이 미우라공사의 방안을 한가득 채웠다. 상쾌한 기분으로 집무탁앞에 마주앉은 미우라는 탁상일력을 번졌다. 6일이 번져지고 7일이 나타났다.

그는 배심든든한 소리로 뇌였다.

《7일이라, 이제 3일후에는 오또리도 이노우에도 끝내 성사시키지 못한 거사를 내가 단행하고야말테다.》

자리에서 일어난 미우라는 벽에 걸려있는 칼집을 벗겨내려 일본도를 쭉 뽑아들었다. 서슬푸른 칼날의 무늬가 해볕에 번쩍거렸다.

《내 무진과 서남전쟁에서 너에게 우리 동족의 피를 묻혔지만 이번엔 우리 제국의 적수 민비의 피맛을 보일테다.》

이렇게 뇌까린 미우라는 칼집을 벽에 걸었다.

방에 들어선 스기무라가 인사말도 없이 대뜸 우는소리부터 했다.

《공사각하, 이거 야단났습니다. 》

미우라는 오까모도가 귀국한 조건에서 령사보 호리구찌를 관광객으로 가장시켜 대원군에게 보내여 그의 기미를 알아보게 하였다. 이때 대원군은 섬에서 정배살이를 하고있는 손자 리준용이가 걱정되여 몰래 운현궁을 떠나다가 단속되여 한강가에 있는 한적한 공덕리의 아소정에 연금되여있었다. 그런데 호리구찌의 거동을 수상쩍게 여긴 대원군이 그를 내쫓는통에 말도 붙이지 못했다는것이다. 그리고 경복궁내의 분위기를 렴탐하러 보낸 《한성신보》사 편집장 고바야가와도 궁성시위대의 부령 엄병무에게 걸려 광화문앞에서 되돌아서고말았다지 않는가.

더욱 엄중한것은 훈련대문제였다. 그사이 훈련대, 더우기 우범선의 2대대가 일본을 등대고 란행을 랑자하게 벌렸는데 이를 제지시키는 순검들에게 뭇매를 안기고 지어 총질을 하여 순검 한명을 사살하고 총순 한명을 중태에 빠뜨리는 사건을 저질렀다. 한데 이 사건은 사실상 훈련대를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고있던 민비가 조장시킨것이였다. 민비는 자기의 의도대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자 기다렸던듯 2대대장 우범선을 처벌하고 훈련대를 해산시킬것을 명령했다는것이였다.

이런것을 보고하고 밖으로 나갔던 스기무라는 얼마 되지 않아 되돌아 들어왔다.

《각하, 안경수군무대신이 뵙겠다고 왔습니다.》

《이 아침에 웬일로?》

《직접 말씀드리겠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미우라의 낯에 약간한 불안감이 어렸다.

방에 들어와 인사하는 군무대신 안경수에게 미우라는 자리를 권하였다.

《공사각하, 시급히 량해를 구할 일이 있어 예고없이 방문을 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미우라는 어리숙한 표정을 띠웠다.

《왕실에서는 민영준을 궁내무대신으로 임명할 결심입니다.》

미우라는 선선히 응낙했다.

《좋도록 하시지요.》

《그다음, 훈련대를 래일 해산하고 그 무장을 해제할 방침입니다.》

미우라는 저도모르게 두눈을 흡떴다. 옆에 서있는 스기무라 역시 긴장한 표정이였다. 미우라는 한동안 심중의 불안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안경수와 스기무라는 각이한 심정으로 미우라의 동정을 지켜보았다. 이 순간 미우라의 뇌리에는 민비의 표독스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민비가 우리의 계획을 알고 선손을 쓰는것인가? 여하튼 훈련대의 해산은 청천벽력이다. 훈련대의 정변으로 하려는 우리의 계획이 튀지 않는가. 그렇다고 반대할수도 없고…)

안경수가 점도록 말이 없는 미우라를 의아히 여기며 독촉했다.

《공사각하?》

미우라가 어색한 웃음을 띠우며 변명했다.

《우리 공사관으로서는 훈련대의 해산에 다소 유감스러운바가 없지 않으나 제기한 두가지 안건에 다 찬동한다는것을 통고해주시오.》

《감사합니다, 각하. 그럼…》

례의를 차려 머리를 숙인 안경수는 떠나가려고 했다.

《아, 잠간!》

안경수를 멈춰세운 미우라가 다정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돌아가면 왕후페하의 무병장수를 빈다는 이 미우라의 따뜻한 인사를 전해주시오.》

안경수가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가자 스기무라가 바래주러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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