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9 회)

제 8 장

을미사변의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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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우라는 초조감과 불안감에 잠겨 방안을 거닐었다. 전혀 예견치 않았던 일에 부닥치고보니 당장은 무엇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궁냥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한다?…

당혹한 기색으로 방에 들어선 스기무라가 미우라를 쳐다보았다.

《각하!》

《침착하라!》

미우라는 스기무라보다 자신에게 이렇게 충고하며 머리를 굴렸다. 전쟁마당에선 이런 경우에 재빨리 정황을 판단하고 시급히 결심채택을 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스기무라!》

미우라는 단호하게 언명했다.

《실행날자를 앞당기라! 래일 즉 8일 새벽 4시!》

《예?!》

스기무라는 두눈이 떼꾼하여 미우라를 쳐다볼뿐 움직일념을 못했다.

《서기관, 비상시국엔 비상한 용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관계자들을 급히 공사관으로 부르라!》

《하!》

미우라는 평소의 침착성을 잃고 다소 덤비는 태도로 방에서 나가려는 스기무라를 다시 불러세웠다.

《그리고 인천령사관에 긴급전보를 치라. 오까모도와 구스세를 오늘 밤중으로 급히 상경시키라고 하라. 래일이면 벌써 늦는다.》

《알겠습니다.》

스기무라가 급히 자리를 뜨자 그와 교대하여 우범선이가 들어왔다.

미우라가 묻기도전에 울기가 오른 우범선은 입에서 침방울을 튕기며 떠벌였다.

《공사각하! 민비가 우리 훈련대를 해산시키겠답니다. 이것만도 억울한데 대대장인 나까지 처벌하겠다고 하니 이거야 정말…》

미우라가 손을 홱 내저으며 그의 말을 밀막았다.

《알겠다! 시간이 없다! 즉시 돌아가서 대원들에게 실탄을 공급하고 야외훈련장에 집합시키라! 차후지시는 일본교관을 통해 주겠다!》

우범선이 두손을 배허벅에 모으고 꾸벅 인사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가 사라진 후 얼마 안되여 아다찌사장,마야바라소좌, 오끼하라경부 등이 공사의 방에 들어섰다. 급히 호출당한 그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였다.

스기무라가 들어와 전보를 쳤다는 뜻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좋소. 스기무라, 당신도 앉소.》

좌중을 신중한 기색으로 일별한 미우라는 애써 침착성을 살리며 입을 벌렸다.

《시간은 성공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시간은 생명이요. 그러니만치 간단히 말하겠소. 조성된 정황으로 하여 우리의 거사를 래일 새벽 4시로 앞당겨야겠소. 초기계획은 대원군과 훈련대의 정변으로 하려고 했으나 조선인들에게 이 일을 맡겨서 승산이 없다는것을 타산하여 우리 일본인들이 직접 하수하기로 하였소. 따라서 대원군과 훈련대는 어디까지나 위장이고 주력은 우리 수비대, 경찰대, 민간무력이요.》

잠시 말을 끊은 미우라는 위협기어린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참가자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져있었다.

미우라가 손을 들어 흔들며 말을 계속했다.

《그러므로 이 거사에 참가하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것은 첫째로 민비를 죽이지 못하면 조선에서 일본세력이 거세되고 따라서 우리 일본제국에는 일대 위기로 된다는것을 행동대원들에게 알려주어야 하오. 둘째, 이번 거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거사가 절대로 본국의 지시에 의해 실행되였다는것을 극비, 극비의 극비로 해야 하오. 이 비밀은 죽어도 안고 죽어야 하오.》

《하!》

비장한 표정, 숨가쁜 흥분…

미우라가 집무탁의 서랍을 열고 한뭉테기의 사진묶음을 꺼내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민비초상이요. 꿈속에서도 잊지 않게 잘 기억해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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