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0 회)

제 9 장

력사는 과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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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신보》사 편집실은 어둠속에 묻혀있지만 어둠속에서도 팽배한 긴장과 무거운 침묵과 뜨거운 열기로 달아있었다. 문에 안으로 자물쇠가 채워있는 방안에는 각이한 옷차림의 왜인들이 방안이 비좁도록 들어앉아있었다.

사장 아다찌가 서있는 곳에만 초불이 켜있고 구석구석은 어두웠다. 아다찌가 상기된 얼굴로 입을 터쳤다. 초불에 비친 그의 눈빛이 번쩍거렸다.

그옆에서 편집장 고바야가와가 참가한 인원을 점검하듯 하나하나 살폈다.

《제군들! 드디여 기다리고기다리던 거사의 시각이 되였다.》

열띤 아다찌의 말에 불이 달린듯 일시에 《와!》하고 함성이 터졌다.

《문을 잠그었다고 안심할수 없다. 조용히 들으라! 제군들은 이 시각부터 우리 대일본제국의 권익을 위해 민비살해에 참가할 행동대원이며 제국사에 이름을 남길 애국지사들이다.》

소리는 지르지 않아도 윽윽하는 열기로 참가자들은 고도의 흥분상태에 처해있었다.

《당신들, 지사들은 궁성시위대의 총탄에 죽을수도 있다는 각오, 다시말해서 야마도다마시이의 정신을 가지고 행동에 접해야 한다!》

놈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주먹을 쳐들어 흔들었다.

그들을 주시하며 아다찌가 그루를 박듯 말을 이었다.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오늘 밤 12시, 룡산집결처에 가서 알려주겠다. 그전에 매개 지사들이 할 일 몇가지를 말하겠다. 첫째, 각자는 편리한 대로 무기를 휴대할것. 둘째, 만일의 경우를 예견하여 실마리로 될수 있는것들을 일체 소각할것. 셋째, 부득이 체포되는 경우 일체 무언으로 대할것. 넷째, 거사후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의 집에 소식을 알릴것. 이상.》

죽음에 대한 말이 나오자 방안의 분위기는 대뜸 심중해졌다

《사장님! 한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허우대 큰 식자공녀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라.》

《우리의 이 거사를 도꾜에서 알고있습니까? 말하자면 정부의 지시인지 아니면 공사관의?》

《닥쳐! 그런것도 질문이라고 하는가? 두번다시 그런 아가리질을 하면 즉각 처분할줄 알라!》

키꺽다리는 제딴에는 비상한 용기를 내여 일어섰다가 잦아들듯 앉고말았다.

《그럼 고바야가와편집장이 래일 새벽 쳐들어갈 경복궁의 내부에 대해 말해주겠다.》

이 시각 파성관에는 민비살해에 참가할 약국상 다까하시, 잡화상 나까무라 등 장사치들과 건달잡놈들인 랑인들이 대기하고있었다. 숫돌에 일본도를 갈고있는 다까하시의 대머리에서 땀기가 번들거렸다. 그는 민비를 살해할 오늘 밤 거사를 개인적복수로 치부하고있었다. 민비가 나쯔미를 렴탐군으로 꼬드기지만 않았어도 오늘날 자기 처지가 궁지에 몰리지 않았을것이 아닌가. 민비, 어디 두고보자. 내 이 일본도로 네년의 목을 기어이 베여버리고말테다. 이발을 악문 다까하시는 칼을 가는 팔에 더 힘을 주었다.

《한성신보》사의 구석진 방에서 편집장 고바야가와가 안경을 추슬러 올리며 백지에 글을 쓰고있었다. 그는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훔치고나서 다시 붓을 들었다. 책상우에 켜놓은 초불이 백지에 써내려가는 글을 비치고있었다.

《사랑하는 어머니!

이것이 고바야가와 히데오로 이 세상에 나온 저의 유서로 되지 않기를 바라며…》

고바야가와는 잠시 붓을 든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내가 명치유신의 지사들처럼 불리워질수 있을가? 명치유신은 막부를 타도하고 일본을 개화시킨 사변이지만 이제 나는 민비, 연약한 녀인을 대상하는 거사에 참가하여 지사로 불리워지기를 바라고있으니…)

그는 다시 흐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훔치고나서 웨쳤다.

《아니다! 내가 대상하는것은 민비이지만 내가 위하는것은 대일본제국이다!》

이때 문을 벌컥 열고 아다찌가 들어왔다.

《무얼하는가, 고바야가와?》

아다찌의 눈길이 책상에 놓인 유서에 쏠렸다.

《음.》 고개를 끄덕거린 아다찌는 다시 입을 벌렸다. 《한데 여보, 우리 신문사전원이 거사에 참가하면 래일신문은 발행할수 없지 않는가?》

《신문?… 거사하는 날에 신문이 다 뭐요?》

《아니, 래일 신문이 나가지 않으면 거사후 의혹을 면할수 없고 또… 하여튼 편집장은 남아있어야겠소.》

고바야가와는 펄쩍 뛰였다.

《뭐요? 일본남아로서 일생일대에 다시 없을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란 말이요! 아니, 난 차라리 사표를 내고라도 거사에 참가하겠소.》

《자, 이런…》

아다찌는 난처해하면서도 고바야가와의 의거에 저윽 감동된 기색이였다.

《좋소! 그럼 왕궁습격의 결과가 어찌되든 관계없이 래일 아침 8시까지 신문사에 돌아와 기사를 쓸것을 약속하오!》

《그렇게 하겠소.》

아다찌와 고바야가와는 손을 굳게 잡았다.

《한성신보》사의 40여명의 행동대원들이 아다찌를 쳐다보고있었다.

초불에 비친 아다찌의 눈빛이 번쩍거렸다.

《지금시간은 밤 10시다. 이제부터 행동을 개시하겠다. 제1차 집결처는 여기서 10리 떨어진 룡산이다. 한시간내로 가되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게 몇명씩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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