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4 회)

제 9 장

력사는 과거가 아니다

3

 

고종과 민비 그리고 왕태자 척이 금시 연회를 마치고 나와 하늘중천의 달을 바라보며 취기를 가시고있었다. 그뒤에 궁내대신 리경식이와 수직인 농상공무 협판 정병하가 허리를 굽히고 서있었다.

민비가 밝은 달을 쳐다보며 찬탄하였다.

《페하, 이밤따라 달도 더 밝은것 같군요.》

고종도 감상적으로 뇌였다.

《리태백이 놀던 달이지.》

싸락별이 쫙 깔린 하늘에서 문득 살별이 꼬리를 그으며 서쪽으로 사라졌다.

(살별이 서쪽으로 기우면 불길하다는데…)

이렇게 속으로 뇌인 민비는 정병하를 돌아보며 물었다.

《협판, 별일 없어요?》

《소신이 방금 돌아보았소이다.》

《음.》

민비가 자리를 뜨자 고종과 왕태자도 따라 일어났다.

금침옆에 앉은 고종에게 왕태자 척이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아바마마, 침수 안녕히 하시옵소서.》

《동궁도 쉬오. 불면증때문에 날이 밝아서야 자리에 들군하던 어마마마가 오늘은 퇴등도 하기전에 자리에 든걸 보니 짐도 발편잠을 잘것 같소.》

어둠속 저 멀리 남대문의 륜곽이 보인다. 대원군의 가마를 앞뒤에서 호위해가던 행동대가 가마를 내려놓았다. 말을 타고온 오까모도, 구스세, 아다찌들도 말에서 내렸다.

오까모도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어째 수비대가 보이지 않는가?》

《분명 남대문에서 합류하기로 했는데…》

호리구찌가 이렇게 말하자 구스세가 말채찍으로 장화를 철썩철썩 때리며 한마디 했다.

《수비대가 서대문쪽으로 간게 틀림없소.》

오까모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수 있소. 호리구찌, 오끼하라경부와 함께 그쪽으로 가보라.》

말을 탄 호리구찌와 오끼하라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밤이 깊어갈수록 날씨는 더 쌀쌀해졌다. 행동대원들은 우들우들 떨며 발을 굴렀다.

고바야가와가 짜증을 부렸다.

《수비대를 찾으러 간게 언젠데 아직 무소식이야?》

《그나저나 이거 추워서 견디겠나?》

떨리는 손으로 이렇게 중얼거린 놈이 농가쪽으로 뛰여갔다. 그놈은 벼짚 한단을 안고왔다.

벼짚단에 불을 지른 놈들이 몸을 녹이려고 서로 비비고 나섰다.

가마안에서 대원군이 문을 열라고 세차게 두드렸다. 하지만 밖에선 어느 한놈도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돌연 말발굽소리가 세차게 울렸다. 오까모도는 말이 멎기도 전에 소리쳤다.

《호리구찌인가?》

《수비대가 서대문에서 기다리고있소.》

말등에서 호리구찌가 대척했다.

《빨리 서대문으로!》하는 오까모도의 구령에 따라 대원군의 가마가 허궁 들리웠다.

오까모도가 인솔한 행동대는 한성부청앞으로 달렸다.

우범선의 훈련대 제2대대가 마침 그곳에서 대기하고있었다.

우범선이 대원군의 가마앞으로 다가가 차렷자세를 취했다.

《대원위대감, 훈련대 제2대대장 우범선입니다.》

가마안에서 대원군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훈련대까지?…》

대원군이 가마안에서 소리소리 질렀다.

《이놈들! 문을 열라! 문을 열어!》

우범선이며 일본경찰들이 오끼하라경부의 눈치를 살피는데 그는 랭랭한 기색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밖의 놈들이 끝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대원군의 훈시하는 소리가 울렸다.

《듣거라! 이밤 너희들도 대궐에 들어가는것 같은데 몸에 조선의 피가 흐르거던 종묘사직을 지켜야 하느니라. 상감과 태자의 신상에 털끝만 한 해를 입혀도 저 하늘이 용서치 않는다! 이놈들, 들었느냐!》

살인귀들의 일행은 광화문앞거리에 이르렀다. 골목안에 모여서있던 다까하시며 우찌다와 같은 파성관 패거리들이 팔을 쳐들고 달려나왔다.

《와, 온다!》 기다리기에 지치고 추위에 언 놈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였다.

한편 밝아오는 창밖을 바라보는 미우라공사의 낯에는 불안한 기색이 짙었다. 전화통에 매여달려있는 스기무라도 초조한 기색이였다. 허리에 량손을 짚은 미우라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7시가 가까와오는데 아직 광화문도 통과하지 못했다는게 말이 되는가!》

《갑자기 거사날자를 변경시키다보니…》

스기무라는 자기에게 잘못이 있기라도 한듯 변명하였다. 그의 이마에도 진땀이 내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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