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서 장

(2)

 

그이께서는 관리위원장에게 새해영농준비정형을 알아보시였다. 관리위원장은 대답을 드리며 지금 조합원들의 열성이 대단하다고 하였다.

《열성이 대단한것은 좋은데 여기 농민들의 생활이 어떻소?》

《생활은 좀 곤난합니다.》

관리위원장은 제대군관답게 허심하고 솔직한 사람이였다.

《내가 보건대도 그럴것 같소. 농민들의 옷이 헐었습니다.》

그이께서는 가슴아파하시며 말씀하시였다.

《저희들이 일을 쓰게 못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손을 저으시였다.

《아직 국가가 농민들에게 작업복과 솜옷을 공급해주지 못하고있소. 이불들은 다 제대로 덥고 자오?》

《그렇지 못합니다. 5반에 24세대가 사는데 19세대가 이불없이 삽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것이 부끄러워 관리위원장은 눈길을 들지 못했다.

《전기는 다 들어왔소?》

《3개 작업반에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

《지난해에 농사를 어떻게 지었소. 알곡 호당분배를 얼마나 했소?》

관리위원장이 알곡분배정형을 말씀드리고 《그런데 현금수입은 없습니다.》하며 얼굴을 붉혔다.

《어떻게 되여 없소?》

《국가에 진 빚이 많기때문입니다.》

《빚이 얼마요?》

《협동조합이 리단위로 통합된 때부터 넘어온 빚인데 16만원입니다.》

현금은 무엇으로 버는가 알아보시니 알곡을 수매한 돈으로 번다고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뒤산의 크지 않은 과수원을 가리키시며 과수원을 확장하고 돼지와 염소, 닭들을 기르고 남새와 공예작물을 많이 심어 현금수입을 높여야 한다고, 그래야 조합원들의 생활이 펴인다고 가르쳐주시였다.

《조합에서 알곡생산과 함께 경리를 다각화해서 현금수입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관리위원장을 고무해주시며 말씀하시였다.

《내가 기양뜨락또르공장에 가보니까 그곳 로동자들이 올해에 뜨락또르를 3천대 생산하여 농촌에 보내주겠다고 궐기하면서 천리마작업반쟁취를 위한 결의목표에 그것을 올리고 투쟁하고있습니다. 머지않아 여기 논벌에서도 많은 뜨락또르들이 소리치며 달리게 됩니다. 화학비료도 올해에 많이 공급하게 됩니다. 신심을 가지고 일합시다.》

관리위원장은 얼굴이 환해져서 격정에 넘쳐 말씀드리였다.

수상님, 저희 조합원들의 어려운 형편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믿어주십시오. 저희들이 일을 잘해서 잘사는 협동조합으로 일떠세워 수상님을 다시 모시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리 같이 협동경리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씀하시고 마을로 들어서시였다.

《문화주택을 어떻게 지었는지 봅시다.》

다 일나가고 조용한 마을에 들어서자 관리위원장은 어느 집을 보여드릴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토방에 아이들의 신발이 놓여 있는 집으로 수령님을 안내해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집마당에 성큼 들어서시여 집모양을 잠간 살펴보시며 《문화주택이 질이 낮소.》하고 지적하시였다. 그리고 토방에 올라서시여 방문을 여시였다.

《장판을 하지 못했구만.》

그이의 안색이 흐려지시였다.

둥글상을 펴놓고 둘러앉아 공부를 하던 녀학생들이 일어서며 소년단경례를 했다. 그들은 다 교복들을 입지 못하고있었다.

《너희들 몇학년이지?》

《중학교 2학년입니다.》 이 집 아이인 녀학생이 대답을 드리는데 목소리가 맑고 쟁쟁했으며 까만눈이 별처럼 반짝이였다.

《학생복들은 사입지 못했니?》

풀이 죽은 아이들이 고개를 떨구었다.

녀학생들에게 앉아서 공부를 하라고 이르신 그이께서 마당에 내려서시는데 도당위원장 피창린이 외투와 학생교복을 아직 채 공급하지 못하였다고 말씀드리였다.

농민들에게 작업복과 신, 특히 솜옷을 공급하지 못하고있는것은 나라사정때문에 그렇다치고 그래도 아이들에게만은 외투와 교복을 만들어주자고 했는데 그것도 아직 충족시키지 못하고있다. 도시의 사무원, 로동자들은 다 솜옷과 작업복들을 입고있으며 학생들도 외투와 교복을 눅은 값으로 공급받아 입고 다니는데 농촌에서는…

쌀을 생산하여 온 나라를 먹여살리는 농민들은 그러한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있다. 문화주택이라고 지은 이 살림집은 또 어떤가. 초가에 기와를 씌운것 같은 지붕, 담벽과 나무기둥사이의 틈사리, 어수선한 집언저리, 삐뚤서한 굴뚝…

《집을 참 너절하게 지었소. 이건 농민들에 대한 관점문제요.》

그이께서 질책하시였다.

관리위원장이 얼굴이 벌개지며 황급히 말씀드리였다.

《여기 집들은 농촌건설대가 조직된 초기에 건설대 대장이 배낭을 지고와서 농촌로력을 모아가지고 지은 집이기때문에 질이 낮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저기 안쪽의 부락에 지은 문화주택들은 훨씬 낫습니다.》

김일성동지의 노여움은 인차 풀리지 않았다.

《이렇게 집을 망탕 지어주는것은 농촌과 농민을 업수이 여기는데서 오는 낡은 관념과 사상때문이요.》

그이께서 그 집뜨락을 나서시는데 논벌에서 만나보시였던 그 예쁘장한 중년의 피살자가족녀인이 마당으로 들어서며 다시 인사를 드리였다.

《이 집이 이 동무의 집입니다. 수상님께서 자기네 집을 돌아보시니 황급히 달려온것 같습니다.》

관리위원장이 설명해드리였다.

《아 그렇소? 주인없는 집에 와서 승인없이 돌아보고있습니다. 허…》

그이께서 소탈하게 웃으시는데 녀인은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집이 루추합니다. 일이 바쁘다고만 하면서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조합에서 아주머니에게 맨 처음으로 문화주택을 준것은 잘한 일이라고 하시며 《이 집이 마음에 드오?》하고 물으시였다.

《마음에 듭니다. 저는 오막살이에서 태여나 오막살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런 문화주택에서 살게 되니 별천지 같습니다.》

《우리 농민들이 지난날 가난에 시달리고 지주놈들에게 억눌려 살아오다보니 이런 집도 과남하게 여기고있소. 그러니까 건설대도 농촌집을 이꼴로 지어주었단말이요.》

그이께서는 조합원녀인을 향해 말씀하시였다.

《물론 이 집을 오막살이에 비하면 별천지에서 사는것 같다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 이제는 농민들도 도시의 로동자, 사무원들처럼 문명하게 살아야 하며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녀인에게 다시 물으시였다.

《아주머니, 작년에 몇공수를 벌었습니까?》

《420공수 벌었습니다.》 녀인이 이렇게 대답을 드리며 부끄러운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많이 벌었다고 치하해주시였다.

《현금은 얼마 받았습니까?》

《460원 받았습니다.》

그러니 달마다 평균 38원을 받은것으로 된다.

《일을 많이 했습니다.》

녀성농민을 치하하시였지만 그렇게 벌어도 로동자들의 한달 평균 생활비보다 퍽 적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개운치 않으시였다.

농민들의 로동은 아직 고되고 생활도 로동자들에 비해 훨씬 못하다. 지금 로동자들은 하루에 8시간 일하면 되지만 농민들은 12시간 일하는 때가 많다. 그 일도 대부분 바람불고 해볕이 따가운 들에서 허리를 굽히고 하는 손로동이다.

뜨락또르가 부족하여 녀성들이 등짐으로 두엄을 져나르는데 그 일이 얼마나 고되겠는가. 이렇게 일하는데도 로동자들과의 차이가 크다. 로동자들은 한사람당 생산액이 농민들보다 높지 못하여도 그들에게는 작업복과 신발을 공급해주고 집도 배정해주지만 농민들에게는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농민들에게도 그러한 국가적혜택을 당장 돌려줄수 없는 나라의 사정을 두고 심려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시간이 없어 가겠다고 하시며 승용차로 향하시였다. 농민들과 작별할 때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이 아주머니의 집을 개축해서 잘 꾸려주는것이 좋겠습니다. 천정과 벽, 장판도 다 새로 바르고 마당에 닭장과 돼지우리도 만들어주시오.》

피창린이 그이께 허줄하게 지은 집들을 전부 개축하고 문화주택을 더 짓도록 하겠다고 말씀을 올리였다.

《그렇게 하시오.》

관리위원장과 녀성조합원의 손들을 잡아주시고 차에 오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의 배웅을 받으시며 평양으로 향하시였다.

차창밖으로 둥그스름한 야산들과 농촌마을들, 농민들이 두엄을 실어내고있는 논벌들이 흘러지나갔다.

차창밖을 내다보시며 수령님께서는 방금 들리시였던 선도리라고 하는 협동조합에서 보고 느끼신 일들을 돌이켜보시였다.

선도리는 별로 크지 않은 농촌마을이였으나 그곳의 형편은 오늘 우리 농촌이 안고있는 문제를 그대로 시사해주고있었다.

지금 김철과 황철에서는 대형용광로들에서 쇠물이 끓어번지며 쏟아져내리고있다. 그 쇠물은 강철로 되여 뜨락또르와 자동차, 불도젤, 공작기계들이 기계공장의 정문을 지나 건설장과 탄광, 공장, 농촌들에 나가고있다. 방직공장들에서 천필이 흘러내리고 평양을 비롯한 도시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일떠서고있다.

이러한 로동계급의 활화산처럼 용솟음치는 열의속에서 강선제강소에서는 강재 6만톤생산능력의 분괴압연기에서 9만톤생산을 결의하고 12만톤을 생산해내는 기적을 창조하였다. 천리마대진군이 시작되여 온 나라에 창조의 열풍이 세차게 일어나고있다.

우리의 사회주의농촌도 농업협동화의 승리에 토대하여 알곡생산이 늘어나고 농민들은 문화주택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뜨락또르와 자동차가 협동벌을 달리고있다. 하지만 당이 제시한 농촌기술혁명과업은 첫발자욱을 뗐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아직 농촌마을들에는 초가집이 있으며 대다수 농민들은 작업복도 솜옷도 채 입지 못하고있다. 교복도 입지 못한 아이들이 그래도 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오가고있다.

로동조건과 환경에 있어서도 로동자들에 비해 불리하며 손로동이 대부분이다. 로동자들보다 현금수입도 낮은 상태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깊은 상념에 잠기시여 사색을 이어가시였다.

(선도리의 방금 만나본 그 피살자가족녀성이 농촌에 있지 않고 도시에 나가 어느 직장에 들어가서 일한다고 하면 본인에게 700그람, 아이들에게 400~500그람의 식량이 공급될것이며 로동복과 신발도 거저 차례지고 집도 받을것이다.

그리고 생활비에서 매달 조금씩 절약한다면 아이들에게 옷과 신발도 사신킬수 있고 가장집물도 차려놓을수 있게 될것이다. 새 솜옷이 없어 기운 솜옷이나 덧옷을 입고 일다니지는 않게 될것이다.)

이것은 우리 로동계급의 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우리에게 지워진 숙제이다. …

농민들이 농업협동화를 통해 사회주의대가정에 들어왔는데 한 집안에서 큰 상과 작은 상으로 차이나게 차려놓고 산다면 무슨 한식솔이라고 할수 있겠는가.

사회주의적협동화는 농촌문제의 종국적해결에서 한 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농촌문제 해결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였으며 여기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더 심각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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