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제 1 장

3

(2)

 

점심시간이 박두하여 영준반장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만족한 눈으로 동익이가 갈아번진 논들을 살펴보았다.

동익이가 갈던 논을 마저 끝내기를 기다렸다가 그는 뜨락또르에 다가갔다.

《운전수동무, 식사도 하고 좀 쉬기요.》

《예, 그러지요.》

동익은 선선히 응하며 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였다. 오전내내 운전칸에 앉아있은탓에 다리에 강직이 와서 비칠거리다가 겨우 몸을 가누었다. 영준반장이 다가와 부축했다.

《괜찮습니다.》

《이 사람 운전수. 나를 용서하게.》

영준반장이 머리를 수굿하고 진정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저녁에는 내가 우정 자네를 박대했어. 그러면 가버릴줄 알았지. 작업소 뜨락또르라면 진저리가 났으니까.

그런데 가지 않고 선전실에서 자고있다지 않겠나?

내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더군. 용서하게. 우리 농군들은 좀 투박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아. 사실 우리 농사일을 자네처럼 주인답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손님행세를 하다가 대접이나 받고 간단말일세.》

그는 무엇인가 꿀꺽 삼키며 목이 메여 더 말을 못했다.

동익은 온종일 논을 갈았고 밤에도 늦도록 논벌을 떠나지 않았다.

농민들이 그가 일하는것을 구경하느라 모여들었다. 영준반장은 거듭 쉬라고 권고했다.

새벽녘에야 마을에 들어가 작업반선전실에서 잠이 든 그는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내처 잤다.

실컷 자고나서 눈을 뜨는데 자기를 등지고 서있는 사람이 있었다. 관리위원장이였다.

차마 자고있는 동익을 깨우지 못하고있었던 모양이다. 동익이가 일어나자 그는 돌아섰다.

《내가 깨운건 아니요?》

《아닙니다. 다 잤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이야기나 좀 합시다.》

관리위원장은 장판구들에 앉아 담배를 꺼내였다. 그리고 이불과 모포를 개여 베개와 같이 구석에 밀어놓고 돌아앉는 동익에게 권했다.

《같이 피우기요.》

《생각이 없습니다.》

잠에서 방금 깬 동익은 정신이 아직 맑지 못했고 담배생각도 없었다.

관리위원장은 담배연기를 날리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분명 영준반장한테서 동익이가 어떤 운전수인가 하는 소리를 듣고 어제 너무 랭대한것을 미안해하며 찾아왔을것이다,

그 심정을 입밖에 꺼내기 저어하는것 같았다.

미안한 생각, 고마운 마음이 담겨져있는 그의 얼굴에서 동익은 그러한 심정을 읽으며 이 관리위원장은 자질구레한 감정따위를 내색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짐작했다. 자기의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영준반장과는 대조되는데 차라리 말없는 관리위원장쪽이 더 좋았다.

《이것 보오, 운전수동무.》

그는 탁 트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부드럽게 말할줄 모르오. 협동화이후 작년 봄 수상님께서 보내주신 뜨락또르가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 굉장했소. 그날은 조합이 온통 명절분위기였소. 로인들은 춤까지 추었소.》

동익은 고향마을사람들과 특히 아버지가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하던 광경이 떠오르면서 그날의 분위기가 충분히 짐작됐다.

《그런데 첫 작업이여서 그런지 땅을 너무 깊이 갈아 생땅이 나오는 바람에 조합원들이 실망했드랬소.

그래도 우리는 고맙게 생각했고 성의를 아끼지 않았소. 운전수도 곧 자기의 결함을 고쳤소.

뜨락또르와 운전수를 대하는 우리 조합사람들의 마음은 이렇듯 뜨거웠소. …》

관리위원장은 이야기를 더 계속하기가 괴로운듯 말을 끊고 담배연기만 날리였다.

《관리위원장동지! 그후 작년가을에 왔던 운전수이야기는 더 하지 맙시다.》

따분해할 관리위원장의 립장을 앞질러 생각하며 동익이 이렇게 말했다.

《알겠소. 그럽시다. 하지만 작년에 왔던 그 운전수만을 념두에 둔것은 아니요. 일부 사람들이 농촌에 와서는 티를 내고 재세를 부린단말이요. 마치 그들은 쌀을 먹고 사는것 같지 않소.》

《앞으로 많이 지켜보십시오.》

관리위원장은 철썩 무릎을 치며 시원스럽게 말했다.

《좋소, 이제 하숙집도 정식으로 정하고 차고도 이 마을에 지읍시다. 그럼 아침식사하러 가야지요.》

관리위원장은 동익을 안내하여 하숙할 집을 보여주고 마음에 드는가 의견도 들었으며 현재 림시로 식사를 하고있는 반장네 집에까지 같이 갔다.

미순이 어머니가 토방으로 달려나왔다. 그 녀인은 얼마나 피곤하고 배고프겠는가며 살뜰하게 동익을 푸짐한 밥상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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