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1 장

4

 

한창 논갈이를 해나가던 최동익은 뜨락또르 밑부분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차가 훔칠훔칠 놀라며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어디에 고장이 생겼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차를 논가까이의 길가에 내다세웠다.

하루라도 어디든 이상이 생기지 않으면 비정상이라할 정도로 고장이 잦았으므로 별로 놀라거나 당황해하지 않았다.

운전칸에서 마대를 꺼내가지고 차밑으로 벌렁벌렁 등밀이하여 들어갔다.

(아하, 동력전달장치에서 나사가 하나 빠졌군.)

그는 다시 기여나와 휘파람을 불면서 논에 들어가 갈아엎은 주변을 따라가며 살펴보았다. 나사못이 보이지 않았다.

(짚속에서 바늘 찾기지.)

그는 단념하고 되돌아와 예비부속품주머니를 뒤졌다. 그는 빠져나간 나사와 비슷한 다른 나사들을 가지고있었다.

방금 빠져나간 나사도 본래의것이 아니였다.

공장에서 뜨락또르를 조립할 때 끼웠던 본래의 나사는 이미 한해전에 빠져나갔다. 그래서 뜨락또르부속품공장에서 인수해온 예비나사를 대신 맞추었는데 그것이 오늘 또 빠져나갔던것이다.

그는 대용나사와 나사틀개를 손에 쥐고 차밑으로 다시 기여들어갔다. 동익은 마대를 펴고 누워서 그 나사를 맞추려고 낑낑거리였다.

그러는데 인기척이 났다. 어떤 사람들인지 뜨락또르에 다가와서 여기저기 살피고 운전칸문도 열어보는것 같았다. 그중에서 누군가 차밑을 들여다보더니 《차가 고장인 모양이군. 운전수가 밑에 있소.》하였다.

《큰 고장이요?》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울리였다.

(간부동지가 오신것 같군.) 하는 짐작이 든 동익은 《나사가 하나 빠져서 그럽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큰 고장은 아니구만. 그렇지만 나사가 하나 빠져도 기계는 움직이지 못하지.》

누군가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을 한다.

이때 또 누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령하듯 재촉했다.

《동무 빨리 나오시오.》

《그러지 마시오. 하던 일을 마저 하게…》

간부인듯 한분이 운전수에게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친 사람을 책망했다.

나가보아야 할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는 간부동지가 말씀한대로 나사를 다 맞추고야 나오려고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나사를 다 맞춘 동익은 좀 덤비며 기여나오느라고 쇠붙이에 모자가 닿았다. 차밑에서 나와 모자를 바로 잡으며 허리를 폈다.

순간 동익은 깜짝 놀라며 마대와 나사틀개를 버리고 황급히 모자를 벗었다.

중절모에 봄외투를 입으신 어버이수령님께서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 평남도당위원장과 함께 서계시였다.

《수고하오.》

수령님께서 손을 내미시였다.

수상님! 안녕하십니까, 원화협동조합에 배속된 뜨락또르운전수 최동익 인사드립니다.》

동익은 자기가 어떻게 인사를 드렸는지 알수 없었다. 그는 습관처럼 기름이 묻은 손을 뒤로 가져가며 《손이 어지럽습니다.》 하고 한걸음 물러서기까지 했다.

모든 언행이 자기도 알수 없이 꿈속에서처럼 행하여졌다.

《로동자의 손이 매끈하겠소? 일없소.》

수령님께서 너그럽게 말씀하시자 더욱 황송해진 동익은 두손을 바지에 급히 문지르고 그이의 손을 마주잡으면서 머리를 깊이 숙이였다. 그는 창피스러웠다. 누구에게나 쉽게 차례지지 않는 이 순간, 인생에 한번 있어도 크나큰 행복으로 되는 영광의 시각에 하필이면 왜 뜨락또르가 고장이 나서 발동을 끈채 길가에 내다 세워두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단 말인가.

뜨락또르를 몰고 논을 갈아엎으며 씽씽 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였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숙인 얼굴이 귀까지 빨개졌다.

그이께서는 동익의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내심을 들여다보신듯 그의 손을 잡아주시며 뜨락또르가 낡아서 운전수동무가 고생하는구만 하고 위안해주시였다.

평남도당위원장 피창린이 옆에 서있다가 나직히 물었다.

《나사가 어떻게 빠졌소?》

평남도의 뜨락또르운전수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묻는것이였다.

동익의 설명을 듣고 그가 엄하게 지적하였다.

《예비부속품을 충분히 장만하고 차를 운전하는것이 운전수의 본분이 아니겠소.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대용나사를 맞추지 않을수 없었고 그것이 또 빠져나와 고생을 하지 않소?》

《부속품공장에서 부속품들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하는 애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은 낡은 차일수록 정비를 잘해야 하는데 제가 잘못했습니다.》

최동익이 고개를 숙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피창린에게 돌아서시며 물으시였다.

《기양뜨락또르공장에서 3천대 생산과제를 언제면 수행할수 있소?》

기양뜨락또르공장이 평남도땅에 있었음으로 거기에 관심이 큰 도당위원장은 그곳의 로동계급과 기술자들이 어떻게 궐기하고있는가를 간단히 설명하고 마지막에 《올해까지 반드시 3천대를 생산해서 농촌에 보내게 됩니다.》 하고 말씀드리였다.

《빨리 만들어야 하오. 그래야 농촌에서 올해에도 실지 덕을 본단말이요. 년말에 가서 3천대요 하면 늦소.

쏘련에서 수입한 이런 낡은 뜨락또르들도 빨리 교체해야 하겠소.》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에는 기계가 부족하여 힘들게 일하는 농민들과 낡은 뜨락또르를 가지고 애써 논밭갈이를 하는 운전수들을 생각하시는 뜨거운 심정이 어려있었다.

최동익은 그것을 느끼며 눈굽을 적시였다.

《뜨락또르운전수들은 농촌에 파견된 로동계급이요.》

김일성동지께서 동익이를 고무해주시며 말씀하시였다.

《그러니만치 자신들이 정치사상적, 기술실무적수준과 자질을 잘 갖추고 농민들을 이끌고 도와주어 문명한 농촌을 건설하는데서 선봉에 서야 하오.》

기대관리를 잘하고 뜨락또르의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뒤떨어진 농촌경리의 기술적개조를 책임지고 기계화비중을 높이며 올망졸망한 포전들을 다 정리하고 새땅을 개간하여 토지면적을 늘여야 한다. 저기 보이는 잡풀이 무성하고 뙈기밭들이 있는 등성이도 개간하라, 내가 여기 원화마을에 처음 왔을 때 논은 없고 전부 밭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논을 풀고 과수원을 조성해서 이전에는 풀죽이나 먹던 림촌에서 흰쌀밥을 먹고있다. …

그이께서 가르쳐주시는 말씀을 최동익은 가슴깊이 새기였다.

농촌에 파견된 로동계급!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농민들을 잘 이끌고 도와주어 문명한 농촌을 건설하는데서 선봉이 되라! 얼마나 책임이 큰가.

수령님께서 동익이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물으시였다.

《뜨락또르를 언제부터 운전하고있소? 지금까지 몇년이나 되오?》

《3년반이 되였습니다.》

동익은 모자를 주무르며 대답을 드리였다.

《그만하면 경험도 적지 않게 쌓았을것이고 운전기술도 괜찮을테지, 뜨락또르가 고장나면 자체로 고치오?》

그이께서 허리를 짚으시고 뜨락또르를 살피시며 다시 물으시였다.

《큰 고장은 작업소에 들어가 수리공의 방조를 받지만 작은 고장은 자체로 퇴치합니다.》

《나사는 다 맞추었소?》

《예. 당장 발동을 걸고 논을 갈수 있습니다.》

《낡은 차를 가지고 수고하누만.》

그이께서 동익이 쥐고있는 기름묻은 모자와 기계기름이 얼룩진 작업복, 신발을 살피시며 걱정되시는듯 물으시였다.

《이렇게 입고 춥지 않소?》

《일없습니다, 안에 내의를 든든히 껴입었습니다.》

동익이 수령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으려고 가슴을 쭉 펴며 힘차게 말씀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바람부는 논벌을 이윽히 바라보시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뜨락또르운전수들이 바람부는 전야에서 종일 일하느라 수고하는데 그들이 입고있는 작업복과 작업신이 헐어서 추위를 이겨낼것같지 않아 심려하시는것이였다.

도당위원장이 그이의 심중을 느끼고 조용히 말씀드리였다.

《운전수동무에게 작업복과 로동화를 곧 보내주도록 하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이 운전수 한사람에게 작업복과 로동화를 주는것은 간단하다. 하지만 나라의 방방곡곡 전야들에서 일하는 모든 뜨락또르운전수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운전수동무, 동무는 뜨락또르운전수를 하기 전에 무엇을 했소?》

그이의 물으심에 동익은 잠시 주춤거리다가 사실그대로 말씀올렸다. 농사군의 후손으로서 농사를 짓다가 뜨락또르운전수가 되게 된 동기를 다 들으신 그이께서는 동익이에게 장하다고 치하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그러니 더욱 농촌기술혁명에 앞장서야지. 난 동무를 믿겠소. 그럼 수고하오.》

수령님께서는 동익의 손을 다시 잡아주시고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깊이 허리숙여 인사를 드리는 동익의 가슴은 감격과 감사의 정으로 꽉 찼다.

수상님! 안녕히 가십시오.》

평범한 뜨락또르운전수가 온 나라 인민의 어버이이신 수령님을 만나뵈웠으니 이 얼마나 크나큰 영광인가!

암적다리를 건너 평양방향으로 달려가는 승용차들을 이윽토록 바라보며 최동익은 자기가 한순간에 아득한 정신적높이에 올라선듯싶어 스스로 놀라는것이였다.

(일을 잘하자. 기술기능수준을 부단히 높이고 뜨락또르를 사람다루듯 정성껏 관리하고 부지런히 정비하여 가동률을 높이자.

하여 파견된 로동계급의 사명을 다하자.)

선들선들 불어오는 이른봄의 들바람을 맞으며 뜨락또르의 무한궤도를 짚고 선채 그는 이렇게 결의를 다지였다.

(이 사연을 아시면 아버지는 얼마나 기뻐하실가, 어머니도 형님도! …)

그는 아버지가 자기를 데리고 관리위원장을 찾아가 우리 둘째가 《쇠소》를 몰게 해달라고 어렵게 부탁하던 일이며, 자기를 운전수양성소로 떠나보낼 때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소도 없어 고생하던 일을 잊지 말라고 가래날같은 손으로 등을 두드리며 당부하던 일이 불현듯 떠올라 목이 메여왔다.

(아버지, 한뉘 고생하시며 땅을 가꾸어오신 아버지!

아버지의 소원이 풀려 이 둘째가 〈쇠소〉를 타고 조국의 넓은 대지를 달리는것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한 일인데 오늘은 또 이런 영광을 받아안았습니다. 아버지, 내 목소리를 들으십니까.

이 아들은 땅 한뙈기 없어 눈물속에 고생스럽게 살아오신 아버지에게 땅을 주시고 또 저를 뜨락또르에 앉혀주신 은혜로우신 수상님을 만나뵈왔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부탁을 잊지 않고 일을 잘하려고 노력해왔지만 부족됨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아버지, 이 순간부터 아버지의 아들은 수상님의 간곡한 가르치심을 심장깊이 새기고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새로운 높이에서 일하겠습니다.)

동익은 이러한 자기의 감격과 맹세를 이튿날 고향의 아버지에게 편지로 써보냈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