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제 2 장
23
(1)
동익의 교대운전수 창원이는 너무 힘들어서 밥맛까지 잃고 쓰러질 지경이였다. 그는 최동익이처럼 단련된 오랜 경험자들을 도저히 따라설수 없었다.
랑만을 가지고 약동하는 대지에 발을 내디딘 창원은 자기의 정신적나약성을 육체적한계로 단정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던중 저녁녘에 뜨락또르를 인계하고 자리에 누웠던 창원이가 배를 그러안고 죽는다고 소리쳤다.
한밤중에 달려온 리진료소 준의가 진찰하더니 급성충수염이라고 했다.
김덕준아바이가 만사를 제치고 말달구지를 직접 몰아 군인민병원으로 갔다. 도중에서 창원이가 어찌나 소리소리치는지 후송을 맡은 젊은 준의가 《아바이, 빨리요. 빨리!》 하고 아부재기를 쳤다.
하지만 덕준아바이는 《저녀석이 호강하며 자라서 엄살을 하는거네.》하며 무슨 긴 사설을 늘어놓았다. 준의는 아바이의 그 늘어진 소리에 짜증을 내고있었다.
덕준아바이는 수술이 진행되는 기간 수술장밖에서 기다리다가 창원이를 입원실의 침대에 실어다 눕힌 다음에야 병원을 나섰다.
그후 병문안을 갔었는데 창원이는 그 매력있는 덧이를 드러내며 《아바이, 고마워요.》 하고 반기는것이였다.
어떻게 해서든 짬을 내여 혜영이에게 운전기술을 배워주느라 애쓰는 동익이와 함께 창원이도 고맙게 생각하고있는 덕준아바이는 창원이에게 성의를 다하고있었다.
그후 동익은 교대없이 혼자서 밤낮 3일간을 뜨락또르에서 내리지 않고 밥을 날라다먹으면서 논에서 일했다.
영준반장이 보다못해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세우라구, 뜨락또르를 세우시오.》
차가 섰다. 퉁탕거리는 기관부에서 더운 바람과 연유냄새가 확 풍겨왔다.
《무슨 일입니까?》
동익이가 머리를 내밀었다.
《차에서 내리게.》
《왜 그럽니까?》
《내리라는데! 뜨락또르는 무쇠로 만들었지만 사람은 피와 살로 만들었어!
오늘까지 사흘째 차에서 내리지 않고있으니 자네는 너무해!
썩 내리지 못하겠나? 내가 끌어내리겠어!》
동익은 뜨락또르를 몰고 논두렁까지 갔다. 그도 자기가 자기를 너무 혹사했다고 여기고있었다.
(그래 내리자. 좀 쉬고 다시 하는것이 옳다.)
이렇게 속으로 뇌이며 발동을 껐다. 그러자 불시에 찾아든 정적에 귀가 멍멍해졌다. 뜨락또르도 지친듯 푹 한숨을 내쉰다.
동익은 장갑을 벗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 그런데 다리가 꽛꽛해져서 불편했다. 그런대로 내리려고 운전칸밖으로 다리를 내밀던 그는 눈앞이 캄캄해오면서 걷잡을수 없이 논두렁으로 굴러떨어졌다.
땅이 빙빙 도는것 같았다. 그는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강직된 무릎과 허리가 펴지지 않아 재차 쓰러졌다.
장딴지가 뒤집힌다! 아버지가 다리를 붙잡고 주저앉으며 부르짖던 웨침이 어디선가 들려오는것 같았다.
(내가 이러면 안되겠는데…) 그는 일어서려 했으나 움직일수 없었다.
《웬일인가. 이 사람!》
영준반장이 그를 잡아흔들었다.
덕준아바이의 딸 혜영이가 뛰여왔다.
《반장동지, 운전수동무의 얼굴을 좀 봐요. 백지장같아요, 어서 업고 마을로 들어가요.》
《응, 그러마.》
영준반장이 동익을 업고 논뚝을 달려 행길로 나가는데 처녀는 뒤에서 부축하며 엉엉 울었다.
《운전수를 이렇게 혹사시키다니요. 사람이 좋아 병원에 입원한 동무몫까지 하겠다고 차에서 내리지 않고 며칠을 꼬박 보냈는데 다들 그저 용타 하며 보기만 했지요?》
조합원 몇사람이 달려와 동익이를 교대로 업어 반장네 집에 날라갔다.
방안에 눕힌 후 더운물찜질을 하고 주물러주면서 영준반장이 말했다.
《동익이, 이 사람! 내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았으면 좋겠나. 응? 보배운전수, 그래 뭘 해달라나? 뭘 바라나?》
동익은 어색해하였다.
《저 혹시 명주천이 없습니까?》
《있지, 그건 왜?》
《그걸 주십시오.》
《사람두 원, 뭘 좀 큰걸 말하라구.》
《그게 사실 큰겁니다.》
영준반장이 머리를 기웃거렸다.
《많이 필요한가? 어디 쓰려구?》
동익은 조갈이 나서 몹시 튼 입술로 벙긋 웃었다,
《조금 있으면 됩니다. 명주천으로 연유를 청정하는데 쓰려고 합니다. 연유를 잘 청정하면 분사구를 1년이 아니라 3~4년은 쓸수 있습니다. 다른 부속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는 사람이 정하게 다를수록 오래갑니다.》
영준반장은 운전수가 기특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였다.
동익이는 그간 청정기를 2개 만들어 탕크에 연유를 쏟아넣을 때 한번하고 탕크에서 분사구까지 오는데 또 한번 했다.
이렇게 하여 1년에 한번 갈아야 하는 분사구를 3년반이나 썼고 링그는 1년에 두번 갈아야 하는것을 2년 썼다. 그해말 기대관리에서 모범으로 평가되여 그의 뜨락또르가 전람관에 전시되기까지 하였다.
동익이가 작업반장과 이야기하고있는 사이에 혜영이는 본촌의 관리위원회로 치마바람을 일으키며 총총히 걸어갔다. 농기계작업소에 전화를
하려는것이였다. 전화는 관리위원회에 한대가 있을뿐이였다. 혜영이는 관리
《
리규성관리
《아이참! 귀가 멀었습니까?》
《무슨 일이 생겼게 네가 이렇게?…》
일이 생겼으면 반장이나 세포
《우리 작업반장도 관리
처녀의 큰 눈이 황황 불타는듯 했다.
리규성은 무엇인가 강렬한것이 가슴을 치는듯 했다. 그렇지만 겉모양은 더 침착했다.
《동익운전수가 밤낮 사흘동안을 혼자 뜨락또르를 몰았니?》
처녀에게 물었다.
《아이참! 차에서 사흘동안 내리지도 않았다니까요! 빨리 작업소에 전화를 해주십시오.》
리규성은 번쩍거리는 처녀의 성난 검은 눈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알았다. 내 곧 전화를 하겠다. 너는 돌아가서 운전수를 잘 돌봐줘라.》
《네! 고마워요.》
《네가 우리 머리 큰 사람들보다 낫구나.》
리규성이는 관리위원회로 가서 농기계작업소 지배인에게 창원이 대신 속히 교대운전수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그도 암적으로 내려갔다. 다음날 농기계작업소 지배인이 새 교대운전수를 데리고 나타났다.
《동익동무, 정말 수고했구만! 왜 창원이가 입원했다는것을 알리지 않고 혼자서 교대없이 했소.》
지배인이 감동에 겨워 하는 말이였다.
《작업소에 남아돌아가는 운전수가 있습니까?》
동익이 미소지었다.
《그래도 짜냈지. 여기 데려오지 않았소.》
《고맙습니다.》
모내기는 한창 고조에 달하였다.
논밭에 조합원, 지원자들이 하얗게 덮이였다. 논에서는 뜨락또르와 황소들이 써레를 쳤다.
가래질군들은 논두렁을 짓고 모를 나르는 사람은 논머리에 소달구지로 날라온 모춤들을 다시 지게에 담아가지고 논두렁을 다니며 논판에 던져주었다.
그러면 그것을 한줌씩 쥔 농민들과 지원자들이 허리굽히고 꽂아나간다. 처녀들, 아주머니들, 청년들이 웃으며 사기를 올린다.
《모춤이 또 넘어간다.》
《영춘이의 손이 재봉침같구나.》
《신발공장총각들 헛눈을 팔지 말아요.》
어디서나 떠들썩한다.
평남도당
관리위원회건 리당위원회건 모두가 들에 나가고 텅텅 비였는데 관리위원회에 남겨둔 다리를 저는 전화직일이 저 혼자 심심하게 앉아있다가 피창린을 맞이했다.
그가 다리를 저는것은 어려서 소아마비가 온탓인데 그 몸을 가지고도 이것저것 조합일을 열성껏 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