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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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모부의 소개에 의하면 강철수는 두뇌가 뛰여난 수재로서 과학탐구의 첫기슭에서 벌써 별처럼 빛나고있다.

그렇지만 그는 미순이에게 자신에 대해서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얼마나 속이 깊고 겸손한가.

미순이는 철수가 너무도 높이 쳐다보여 만일 다시 만난다면 감히 그 앞에서 머리를 쳐들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런 청년에게 내가 어떻게 상대가 될수 있을가. 미순이는 속이 떨려나기까지 했다.

(바라지도 말아야 해.)

미순이는 드디여 얼굴을 들고 이모부에게 말했다.

《이모부, 나처럼 아는게 없고 지식이 빈약한 처녀가 어떻게 감히…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몇번 우연히 만났고 그의 사람됨에 마음이 끌리기까지 했어요. 그저 대학을 졸업한 잘생기고 똑똑한 지식인청년으로만 알았지요. 그런데 오늘 이모부의 소개를 듣고보니 아득하게 쳐다보이기만 해요.》

이모부는 소탈하게 웃었다.

《너무 그렇게 철수를 높이 보면서 자신을 낮출 필요는 없다.

철수는 룡성에서 로동자의 아들로 태여났다. 아버지는 룡성기계공장에서 단야공으로 일하고있다.

수상님께서 알고계시는 룡성의 오랜 로동자야. 미순이가 평범한 가정의 출신인것처럼 철수도 평범한 가정의 출신이다.

그리구 녀자로서야 남자가 높이 쳐다보일수록 좋을게 아닌가. 허허…》

이모가 이모부를 지지하면서 오늘 명절날에 이 집에 놀려올수도 있다고, 그는 합숙생활을 하니 어디 갈데도 없다고 했다.

《그 동무가 여기로 와요?》

미순이는 더럭 겁이 났다.

《올수도 있다는거다. 그러면 아예 여기서 오늘 락착을 보자.》

미순이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안돼요. 난 가겠어요.》

미순이 일어서려 하자 이모가 성을 냈다. 명절날에 이렇게 왔다가 그냥 가면 이 이모나 이모부의 마음이 어떨것 같니?

네가 정 싫다면 철수와의 문제는 꺼내지 말자. 올지말지도 해 하고 이모가 말해 미순이는 주저앉았다.

(내가 너무 자기를 낮추는것일가. 물은 낮은데로 흐르고 낮은데 모인다고 했으니 자기를 낮추는것이 좋기는 하지만 인생의 길에서 너무 높이 오르려 하는것은 좋지 않아.

내가 전문학교를 마치고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된것만 해도 상당해. 이 이상 더 무엇을 바랄가.

내가 도시에서 성공한것은 겨우 첫걸음이야. 자기를 낮추고 수양을 더 쌓고 공부를 더 한 다음에야 강철수같은 사람을 상대할수 있어.)

미순이는 이와 같이 자신을 다잡으며 마음속의 채찍질을 하고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철수동무가 오는구나! 깜짝 놀란 미순이는 그 순간 심장이 방망이질하는 바람에 숨이 다 막혔다.

그는 얼른 웃방으로 뛰여들어갔다.

그러나 찾아온 사람은 철수가 아니였다. 황해남도의 농촌에서 온 이모부의 작은아버지벌이 되는 친척이였다.

볕에 얼굴과 팔다리가 검게 타고 큰 키에 훌쭉한 쉰살 넘어간 농민은 미순이가 농촌출신이라고 각별히 친근하게 대했다.

그는 집에서 기르던 닭 두마리를 잡아 내장만을 뽑고 털채로 비닐보자기에 싸가지고 그것과 함께 재령쌀을 한말 지고 왔다.

아직 가을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재령쌀이 났느냐는 이모부의 물음에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농민시장에 가면 고양이뿔을 내놓고는 다 있다고 했다. 이게 묵은 쌀이지만 오래간만에 평양에 가는데 황해남도에 사는 사람이 재령쌀을 가지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서 가져왔다는것이다.

이모가 음식상을 차리는 사이에 황해남도에서 온 농민이 이야기판을 벌리였다.

《농촌이 점점 잘 살게 되여가네. 뜨락또르다, 자동차다, 비료다 하구 도시에서 쓸어들어오지 않나, 수상님의 교시를 받들고 도시사람들이 농촌으로 진출해 나오지 않나, 농촌로력을 보충하는거야.

수상님께서 농촌로력을 도시에 계속 뽑아가고 또 농촌에서 똑똑하다는 청년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있는 문제를 두고 몹시 노하시여 교시하시였네. 그래 도시에서 농촌으로 진출하는거네.

1월달에 수상님께서 신천군에 있는 협동조합을 현지지도하실 때 그 자리에 평양에 있다가 농촌에 진출한 녀성농산기사가 있었는데 수상님께서 몹시 반가와하시며 잘했다, 농업대학을 나올적에야 농촌에 나가자고 했겠지 평양에 앉아서 농사를 해먹자고야 안했을테지 이렇게 치하하시였네.

같이 농촌에 나와 고등농업학교 교원을 하는 그의 남편에 대해서도 부부가 다 지식으로 농업에 복무하고있다고 평가해주시였네.

이런 지식인들도 있는데 지금 가만 보면 수상님말씀대로 농촌진출이 잘되고있지 않는것 같아. 하긴 누가 화려한 도시나 기계로 일하는 공장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고된 일을 해야 하는 농촌으로 나가기를 좋아하겠는가.》

그는 이모부를 가리키며 계속했다.

《자네보고 농촌에 나가라면 좋아하겠나?》

《내야 기계공업성에서 중하게 하는 일이 있는데요.》

이모부가 어물어물 대답했다.

《그렇겠지, 누군들 구실이 없겠나?》

그는 미순이를 가리켰다.

《이 체네야 원래 농촌사람이니까 농촌에 가라면 두말없이 응하겠지.》

미순이는 볕에 검게 탄 황해남도농민의 눈길을 피했다. 그는 원화리에서의 어느날 최동익에게 농업로동의 고달픔과 현대문명에서 뒤떨어진 생활에 대하여 가슴아프게 이야기한적이 있었다.

당시는 그 이야기가 고향땅에 대한 애착에서 오는 참다운 감정의 분출이였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도시생활에 도전하여 도시처녀로 되려고 애쓰는 과정에 그의 감정은 달라졌다. 그 달라진 눈으로 보는 고향마을과 그곳에서 일하는 고향사람들 우선 뜨락또르운전수 동익의 모습은 쓸쓸한 동정을 자아내였다.

그리하여 도시처녀로 되여가고있던 미순이는 농업상이 노력하여 차례진 도농촌경리위원회에로의 배치를 고맙게 받아들이였으며 이것을 자기의 성공으로 인정하였다.

황해남도농민의 이야기는 그의 가슴을 무겁게 하였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진출자들이 가고있다, 신천군의 어느한 협동조합의 녀성농산기사는 남편과 함께 평양에서 농촌으로 진출했다지 않는가…

미순이는 이모가 차려준 맛있는 음식들을 별로 맛을 모르고 먹었다.

기숙사로 돌아오면서도 내내 그 생각으로 마음이 울적했다.

기숙사의 자기네 호실에 들어서자 동무들이 《미순아, 너 도농촌경리위원회로 가게 된다더라.》, 《이건 대단한 발전이야. 도의 농사를 지도하는 사람이 됐으니까.》하고 축하해주었다.

그 순간 미순이는 (그래, 도농촌경리위원회도 농사짓는 기관이지. 꼭 손으로 흙을 주무르는것만이 농사겠어?

내가 공연히 공부를 했을가. 농산지식으로 복무하는 길이 내가 할 일이지)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안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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