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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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덕준아바이는 서둘러댔다. 그는 《약혼을 하고나서 잔치날을 오래 끌면 좋지 못해. 사람의 일을 알수 있는가.》하고 재식이와 동익이를 재촉했고 리규성이한테까지 호소했다.

리규성이는 웃으며 《아바이가 서둘러댈만도 하지요. 약혼을 한다음 급한것은 녀자쪽이지요. 결혼이 튀면 〈파혼당한 녀자〉라는 딱지가 붙은 녀자쪽이 난사지요.》하고 말해서 아바이의 부아를 잔뜩 돋구었다.

《동익인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만 지금 때를 놓치면 해를 넘겨야 하지 않는가.》

그가 골을 내자 리규성이 바빠하며 제꺽 응해나섰다.

《예, 예, 옳습니다. 당장 합시다. 오는 휴식일에 합시다.》

이렇게 해서 잔치가 시작되였다.

결혼식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할것인가 하는것을 림촌에 사는 강달수가 짰다. 그는 관리위원회 로동지도원을 잔치를 총괄하는데 동원시켜달라고 관리위원장에게 제기하여 승인받았다.

키큰 사람이 싱겁지 않으면 배안의 병신이라고 키가 장대기같은 로동지도원이 무슨 말이든 꺼내면 사람들이 웃군 하였다. 그는 반장들의 모임이 끝나자 강달수가 써준 종이장을 들여다보면서 지시하였다.

《농산1반장, 장복덕령감의 맏며느리 서은옥이를 래일 아침 일찌기 채재식운전수네 집에 보내서 부엌일을 틀어쥐고 지휘하도록 하오.》

농산1반장 전창옥이 의견을 냈다.

《서은옥이는 김덕준아바이네 집에서 데려간답니다.》

《서은옥이 팔리는데…》

로동지도원의 말에 모두 웃었다.

《에- 나는 여기 종이에 씌여진 지시대로 하지 이밖의것은 모르오. 나를 조직의 지시도 모르는 자유주의분자로서 말을 듣게 하지 마시오.》

웃음이 가라앉자 계속했다.

《농산6반장동무, 조대우동무를 채재식운전수네 집에 보내여 떡을 치고 기타 무거운것들을 나르는 일에 동원시키시오. 배가 커서 모내기와 김매기에서는 쩔쩔매는 뚱보를 이럴 때 써먹어야지요.》

《하하…》

로동지도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별로 웃지 않는다.

《서은옥이와 조대우는 음식만드는 솜씨와 힘쓰는데서 특기가 있기때문에 조합적으로 특별히 뽑았고 그 나머지 사소한 일들, 가령 손님안내, 신발건사(여기서도 웃음이 터졌다), 상차리기, 음식날라들이고 빈접시를 내가는 일, 이런것들도 책임자가 여기 종이에 다 적혀있지만 남자잔치를 하는 암적마을에서 뽑기로 했으니까 3작업반장은 남아서 따로 지시를 받으시오.》

영준반장은 씨쁘등해있었다. 그도 동익이를 사위감으로 내정하고있었는데 김덕준이한테 떼워서 그러는것이였다.

《영준반장동무, 들었소, 먹었소?》

《들었소, 젠장! 작작 꿱꿱거리라구.》

영준반장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것을 억지로 남아서 로동지도원의 지시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강달수의 고안대로 정확히 진행되였다. 그렇지만 잔치당일날에 가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은옥이로부터 시작되였다. 서은옥이라는 녀인은 얼굴생긴것은 그저 그렇고 허리가 좀 긴것이 흠인데 음식만드는데서는 원화마을에서 첫손가락에 꼽히였다.

그 녀인의 시아버지가 얼굴이 부둥부둥해서 다니는걸 보고 마을에서는 《저 령감이 며느리를 잘 만났지, 같은 감을 가지고도 요리 지지고 조리 볶아 색다르게 만드니 령감이 얼마나 맛있게 잡수면 얼굴이 양푼처럼 번쩍거리겠소?》하며 부러워했다.

서은옥은 웃음이 마르고 새침한 녀인이였다. 그러나 일 잘하고 마음이 깨끗했다. 그래서 얼굴이 돋보이고 큰 키에 허리가 길지만 그것도 흠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일이 곱지 사람이 곱다더냐!

김덕준이네가 먼저 그를 쓰려했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부탁이였고 로동지도원의 지시는 조직적인것이여서 개인이 조직에 복종했다.

서은옥은 자기를 조력해주려고 부엌에 내려온 채재식의 중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말했다.

《연실아, 너 귀숙이 엄마하구 재호아저씨네 아지미하고 은정언니를 데려오렴. 일을 시켜야 하겠다.》

그러는것을 연실이 어머니인 재식의 처가 참견했다.

《영준반장이 일시키라고 한 내인들중에는 은정이가 없었네. 재호처두 없구.》

서은옥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강달수아주바니가 그렇게 명단을 써주었대. 너 보겠니?》

서은옥은 연실이 어머니에게 눈길도 돌리지 않고 연실이에게 짤막하고 맵짜게 지시했다.

《빨리 가서 데려와.》

연실이가 나간 다음 서은옥이가 여전히 새침한 얼굴로 설명했다.

《강달수아주바니가 부엌일을 어떻게 안다구. 국수는 재호아저씨네 집에서 눌러야 하구 지짐은 은정언니가 지져야 쫄깃쫄깃하고 맛있게 해요.》

부엌일의 지휘자로서 권위가 대단했다.

연실이가 데리려 간 녀인들이 오자 서은옥은 귀숙이 어머니에게 상에 놓을 닭을 삶아오라고 쥐여보내고 재호의 처에게는 국수를 눌러오라고 지시했으며 은정아주머니는 좀 춥기는 하겠지만 헛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지짐을 지지라고 일렀다.

《너는 본촌에 사는 사람인데 암적 내인들의 음식만드는 솜씨까지 어떻게 다 알고있니?》

연실이 어머니가 혀를 내두르자 서은옥은 《내가 이 고장 어느 마을엔들 음식만들려 안 가보았겠어요?》하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료리만드는 재주를 부리는데 무슨 볶음이요, 찜이요, 무침이요, 튀기요 하는 잔치상에서 맛을 돋구는 음식들이 줄줄이 당반우에 올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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