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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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선가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봄이 사뿐사뿐 다가온다. 향기롭고 상쾌하고 쌀쌀하고 선명하고 명랑하다. 버드나무, 뽀뿌라나무에 물이 올라 푸르르다. 봄빛이 완연하다. 며칠전에 봄비가 수줍은듯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내렸다. 밤이 되자 구름이 걷히면서 검푸른 하늘에 별빛이 유난히 반짝인다. 아침이 되자 해빛이 차고넘친다. 푸른 잔디, 푸른 버드나무, 노란 매화꽃, 모든것이 밝고 선명하다. 살구나무꽃, 단벗나무꽃이 활짝 피였다.
동행하던 부관이 조심히 말씀드리였다.
《순안군 원화협동농장에서 온 농민들이 기다리고있다고 합니다.》
《원화마을 농민들이? 그걸 왜 이제야 말하오?》
《실은
《한심하오. 동무들은 내가 원화협동농장 명예농장원이라는것을 모르오? 무슨 부
부관이 농민들을 데리고 왔다.
저택의 뒤뜰안에
책임부관이 앞에서 그들을 안내하였다.
…1957년 12월 27일이였다. 또다시 원화협동조합을 찾으신
《동무들의 올해 결실도 좋지만 새해 결의도 좋구만.》
이렇게 치하해주시며
《
리규성이 말씀드리였다.
《회의실을 림시작업장으로 꾸리고 가마니를 짜고있습니다.》
《들어가봅시다.》
《수고들 합니다.》
얼굴이 환한 탁순화를 첫눈에 알아보시였다.
《탁순화동무, 어서 앉아서 일하시오. 전창옥아주머니도 있구만.》
《하루에 가마니를 몇장씩 짭니까?》
《하루에 한조가 18매씩 짭니다.》
《종일 이렇게 앉아서 가마니를 짜는 일도 쉽지 않겠지요.》
《우리 나라에서 가마니짜는 기계를 생산하고있는데 이 조합에도 차례지면 손로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로동자들이 생산에서 혁신을 일으키고있습니다. 로동계급이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을 위해 뜨락또르도 만들 결의를 다졌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뜨락또르와 자동차를 자체로 만들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 사오는 부담도 덜고 농기계들을 농촌에 많이 보내주게 됩니다.》
탁순화에게 말씀하시였다.
《순화동무, 공장에서 로동자들이 일하는것을 본적이 있소?》
《없습니다.》 순화가 얼굴을 붉히였다.
《그러니까 로동자들이 어떻게 수고하고있는지, 평양이 어떻게 일떠서고있는지 모르겠구만?》
《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지야 못했겠지?》
순화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평양구경시켜줄가?》
《
그러자 처녀들이《평양구경시켜주십시오.》하고 조르듯 말씀올렸다.
《여기 평양구경해본 민청원들이 있소?》
《없습니다.》
처녀들이 합창하듯 했다.
리규성이 《그러지 않아도 그런 제기를 받고있습니다.》하고 말씀드리였다.
《모두 농사일에 바빠 들에서 살다싶이하느라 언제 평양구경다닐새가 있었겠소.》
《올해 농사를 잘 지은 표창으로 평양구경시켜주겠습니다.》
《야!》처녀들이 환성을 올리며 박수를 쳤다.
《그런데 구경을 가도 가마니짜던 일을 마무리짓고가야 거뿐할것입니다.》
리규성이 관리
《그래야지.》
《인차 다 짜겠습니다.》
순화가 재빨리 말했다.
《이제 몇매 더 짜면 되오?》
《900매 더 짜면 됩니다.》
관리
《밤낮 짜면 닷새동안에 다할수 있습니다.》
《민청원들이니까 갈아입을 저고리와 치마 한벌쯤이야 장만해두었겠지?》
《장만해두었습니다.》
《입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젊은 처녀들이 들떠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나이든 녀인들은 서운해하는 얼굴들이였다. 끝내 한 녀인이 참아내지 못했다.
《
《늙은이들이나 젊은이들이나 다 가셔야지요. 조합원들이 모두 몇명이요?》
《144명입니다.》
《다 갑시다.》
나이 든 녀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실거리였다.
《뻐스를 타면 돈이 많이 들겠지? 》
《이렇게 합시다. 내가 군대동무들과 토론해서 자동차를 다섯대쯤 보내주겠습니다. 견학하는데는 숱한 사람들이 평양가서 잠을 자기도 불편하거니와 돈이 많이 먹습니다. 그러니까 쌀이나 가지고가서 모란봉식당에 갖다주고 아침에 들어가 구경하고 점심엔 식당에서 먹고 다시 구경하다가 저녁에 차를 타고 집에 와서 편히 쉬고 이튿날 다시 가서 구경하면 구경도 잘하고 돈도 적게 들고 잠도 편히 잘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흘만 하시오.》
《평양에 가서는 천짜는 방직공장 그리고 제사공장을 구경하고 강냉이가 기계에 들어가서 가루가 되여나오고 물엿도 되여나오는 곡산공장을 가보고 력사박물관, 조국해방전쟁기념관, 공업 및 농업전람관도 보고 와서 일을 더 잘하면 후에 황해제철소도 구경하도록 합시다.》
농민들은 너무 좋아서 모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들은 민주선전실마당에까지 몰려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