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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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선가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봄이 사뿐사뿐 다가온다. 향기롭고 상쾌하고 쌀쌀하고 선명하고 명랑하다. 버드나무, 뽀뿌라나무에 물이 올라 푸르르다. 봄빛이 완연하다. 며칠전에 봄비가 수줍은듯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내렸다. 밤이 되자 구름이 걷히면서 검푸른 하늘에 별빛이 유난히 반짝인다. 아침이 되자 해빛이 차고넘친다. 푸른 잔디, 푸른 버드나무, 노란 매화꽃, 모든것이 밝고 선명하다. 살구나무꽃, 단벗나무꽃이 활짝 피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저택 뒤뜰안의 연분홍꽃이 활짝 핀 살구나무아래로 걷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아침부터 자신의 탄생일을 축하하여 방문해온 손님들을 만나주시다가 가까이에 있는 협동농장에 나가시였다. 농민들과 올해 영농준비에 대한 담화를 하시고 방금 저택에 들어오시여 후원을 거니시며 피곤을 푸시는것이였다.

동행하던 부관이 조심히 말씀드리였다.

《순안군 원화협동농장에서 온 농민들이 기다리고있다고 합니다.》

수령님께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원화마을 농민들이? 그걸 왜 이제야 말하오?》

《실은 수상님께서 오늘만이라도 가족들과 함께 생신날을 즐기시며 조용히 휴식하시기를 바랬는데 농촌에 나갔다 오셨지 또 축하방문해온 손님들이 많아 몹시 피로하실것같아 찾아온 농민들을 그냥 돌려보내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기어이 만나뵙고 인사를 올리겠다고 해서 우리 동무들이 딱해하고있습니다.》

《한심하오. 동무들은 내가 원화협동농장 명예농장원이라는것을 모르오? 무슨 부위원장이요, 부수상이요 하는 사람들보다 원화리농민들을 먼저 만나야 한단 말이요. 얼른 가서 그들을 여기로 데려오시오.》

부관이 농민들을 데리고 왔다.

저택의 뒤뜰안에 수령님께서 손수 작물들을 심어가꾸시는 밭들이 규모있게 자리잡고있는데 한 터밭에서는 봄보리가 파릇파릇 돋아났다. 밭들사이로 난 길을 따라 농민들이 연분홍꽃이 구름같이 피여난 살구나무밑으로 다가오는데 그들은 다 수령님께서 아시는 농민들이였다. 맨앞에서 오는 젊고 체격이 좋은 사람은 관리위원장 리규성이였고 그뒤로 따라오는 머리 희슥하고 등이 구붓한 늙은이는 김덕준이였다. 그뒤로 오는 농민은 고집스러운 3작업반장 박영준이고 마지막으로 오는 50대의 녀성은 전창옥이였다.

책임부관이 앞에서 그들을 안내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원화마을로 농민들을 만나시려고 자주 다니시던 지난 일들이 생생하게 추억되시였다.

…1957년 12월 27일이였다. 또다시 원화협동조합을 찾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관리위원장 리규성이와 초급당위원장 임정주로부터 금년에 알곡 3. 1톤이상 분배할것으로 예견하고있다는것과 새해에는 더욱 알곡생산을 늘이겠다는 결의를 들으시고 만족을 금치 못하시였다.

《동무들의 올해 결실도 좋지만 새해 결의도 좋구만.》

이렇게 치하해주시며 수령님께서는 원화마을 농민들에게 어떠한 표창을 주면 좋겠는가 하는것을 잠시 생각하시였다.

수상님, 추운데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리규성이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조합일군들의 안내를 받으시며 민주선전실의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시려 하시다가 회의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멈추어서시며 저기서 무엇을 하는가고 물으시였다.

《회의실을 림시작업장으로 꾸리고 가마니를 짜고있습니다.》

《들어가봅시다.》

수령님께서 넓은 작업장으로 들어가시였다. 틀을 차려놓고 절그럭거리며 손으로 가마니를 짜는 일을 하고있던 흰머리수건을 쓰고 솜옷들을 입은 녀인들이 일어서서 인사를 드리였다.

《수고들 합니다.》

얼굴이 환한 탁순화를 첫눈에 알아보시였다.

《탁순화동무, 어서 앉아서 일하시오. 전창옥아주머니도 있구만.》

수령님께서 리규성이 가져다드린 의자에 앉으시며 물으시였다.

《하루에 가마니를 몇장씩 짭니까?》

《하루에 한조가 18매씩 짭니다.》

《종일 이렇게 앉아서 가마니를 짜는 일도 쉽지 않겠지요.》

수령님께서는 녀인들의 수고를 헤아려보시였다.

《우리 나라에서 가마니짜는 기계를 생산하고있는데 이 조합에도 차례지면 손로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로동자들이 생산에서 혁신을 일으키고있습니다. 로동계급이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을 위해 뜨락또르도 만들 결의를 다졌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뜨락또르와 자동차를 자체로 만들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 사오는 부담도 덜고 농기계들을 농촌에 많이 보내주게 됩니다.》

탁순화에게 말씀하시였다.

《순화동무, 공장에서 로동자들이 일하는것을 본적이 있소?》

《없습니다.》 순화가 얼굴을 붉히였다.

《그러니까 로동자들이 어떻게 수고하고있는지, 평양이 어떻게 일떠서고있는지 모르겠구만?》

수상님께서 보내주신 라지오를 들어서 알고있습니다. 신문에서도 읽고있습니다.》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지야 못했겠지?》

순화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알곡을 많이 생산했고 또 이처럼 쌀을 담을 가마니짜기에서 열성인 원화협동조합원들에게 표창으로 이들을 평양구경시켜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시였다.

《평양구경시켜줄가?》

수령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탁순화는 너무 반가워 작은 걸상에서 후닥닥 일어서기까지 했다.

수상님! 평양구경하고싶습니다.》

그러자 처녀들이《평양구경시켜주십시오.》하고 조르듯 말씀올렸다.

《여기 평양구경해본 민청원들이 있소?》

《없습니다.》

처녀들이 합창하듯 했다.

리규성이 《그러지 않아도 그런 제기를 받고있습니다.》하고 말씀드리였다.

《모두 농사일에 바빠 들에서 살다싶이하느라 언제 평양구경다닐새가 있었겠소.》

수령님께서 젖어드는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올해 농사를 잘 지은 표창으로 평양구경시켜주겠습니다.》

《야!》처녀들이 환성을 올리며 박수를 쳤다.

《그런데 구경을 가도 가마니짜던 일을 마무리짓고가야 거뿐할것입니다.》

리규성이 관리위원장답게 실무적인 타산을 했다.

《그래야지.》

《인차 다 짜겠습니다.》

순화가 재빨리 말했다.

《이제 몇매 더 짜면 되오?》

수령님께서 물으시였다.

《900매 더 짜면 됩니다.》

관리위원장이 대답을 드리는데 민청원들이 힘차게 응대했다.

《밤낮 짜면 닷새동안에 다할수 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아무래도 가마니짜는 일을 마무리하고 구경가는것이 좋겠다고, 그런데다가 년말년시여서 좀 바쁘니 명년 1월 10일경에 가마니도 다 짜고 설도 쇠고 거뿐한 기분으로 평양구경을 하자고 말씀하시였다.

《민청원들이니까 갈아입을 저고리와 치마 한벌쯤이야 장만해두었겠지?》

《장만해두었습니다.》

《입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젊은 처녀들이 들떠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나이든 녀인들은 서운해하는 얼굴들이였다. 끝내 한 녀인이 참아내지 못했다.

수상님, 민청원들만 가고 늙은이들은 갈수 없습니까?》

수령님께서 미소를 지으시였다.

《늙은이들이나 젊은이들이나 다 가셔야지요. 조합원들이 모두 몇명이요?》

《144명입니다.》

《다 갑시다.》

나이 든 녀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실거리였다.

《뻐스를 타면 돈이 많이 들겠지? 》

수령님께서는 올해 첫 풍작을 이룩한 가난했던 원화협동조합원들을 생각하시였다.

《이렇게 합시다. 내가 군대동무들과 토론해서 자동차를 다섯대쯤 보내주겠습니다. 견학하는데는 숱한 사람들이 평양가서 잠을 자기도 불편하거니와 돈이 많이 먹습니다. 그러니까 쌀이나 가지고가서 모란봉식당에 갖다주고 아침에 들어가 구경하고 점심엔 식당에서 먹고 다시 구경하다가 저녁에 차를 타고 집에 와서 편히 쉬고 이튿날 다시 가서 구경하면 구경도 잘하고 돈도 적게 들고 잠도 편히 잘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흘만 하시오.》

수령님께서 이토록 세심하게 평양견학의 일정과 방도까지 가르쳐주시니 모두들 눈시울이 젖어났다.

《평양에 가서는 천짜는 방직공장 그리고 제사공장을 구경하고 강냉이가 기계에 들어가서 가루가 되여나오고 물엿도 되여나오는 곡산공장을 가보고 력사박물관, 조국해방전쟁기념관, 공업 및 농업전람관도 보고 와서 일을 더 잘하면 후에 황해제철소도 구경하도록 합시다.》

수령님께서는 이밖에도 건설장을 참관하고 극장에 가서 연극구경도 하고 오라고 말씀하시였다.

농민들은 너무 좋아서 모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들은 민주선전실마당에까지 몰려나와 수령님을 바래워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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