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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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로부터 한달이 지나 여러대의 자동차들에 나누어탄 많은 사람들이 삽, 곡괭이, 미장도구, 측량기, 권양기, 목재, 물통 등을 싣고 창동리에 와닿았다.

골격이 굵직굵직하고 목소리가 걸걸한 사람이 먼저 관리위원회마당에 주런히 세운 자동차들중 맨 앞차에서 뛰여내렸다.

박기석관리위원장과 리당위원장이 마중나갔다.

《안녕하십니까? 도에서 보낸 농촌건설대입니다. 오다가 군에서 보충했습니다. 도당위원장동지가 직접 건설대를 편성하여 출발시켰습니다. 나는 건설대 대장입니다.》

먼길을 오느라 얼굴에 먼지가 오른 그가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련락을 받고 기다리던중입니다.》

박기석이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대장은 성미가 급한 사람이였다.

《우선 천막을 치고 우리 사람들이 휴식할수 있게 해야 하겠습니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농가들에 준비해놓았으니 거기에 들어 휴식하고 점심식사부터 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박기석이 이렇게 말하자 대장은 팔을 휘- 하고 내둘렀다.

《안됩니다. 도당위원장동지의 엄한 지시가 있었습니다.

농가에 절대 들지 말것, 음식대접을 절대로 받지 말것, 단지 물만 리용할것, 알겠습니까?》

박기석이 웃었다. 그는 피창린의 성미를 잘 아는지라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도당위원장동지를 잘 압니다. 몸체는 크지 않은 사람이 성나면 호랑이같지요. 그러나 뒤는 없습니다.

대장동지, 오자마자 천막부터 치겠다는것이 말이 되오?

도당위원장이 지시를 엄하게 했다니까 래일부터 그대로 합시다.

그러나 오늘만은 농장의 성의를 물리치면 안됩니다. 우리 농장이 어떤 농장인지 알지요?

아직 알곡 총생산량이 1만t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부유한 농장입니다.

수상님께서 국가의 자금으로 살림집을 지어주시겠다고 하신 말씀을 받들고 동무들이 달려왔는데 우리도 인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건설대 대장이 고집을 부렸다.

《안됩니다. 나도 도당위원장동지의 성미를 알고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첫걸음부터 내 지시를 어긴다?〉하는 날에는 내가 뼈도 못추립니다.》

박기석은 한바탕 웃었다. 그는 중얼거리였다.

《도당위원장의 호통질에 모두 기가 눌리웠군요.》

《호통질이라니요?》

《아, 아닙니다. 그걸 떼놓으면 피창린동지가 아니지요.》

건설대 대장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런 손탁이 쎈 일군이 평남도에는 필요합니다.》

《그렇지요. 그렇지요. 그럼 우선 천막부터 칩시다. 같이 천막칠 자리를 정해봅시다.》

자리를 정하고 곧 천막이 세워졌다. 건설대원들은 천막에 분숙하고 점심을 자체로 끓여먹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작업대상을 확정했고 다음날부터는 우선 집터를 닦기 시작했다.

며칠후에 중앙에서 기술자들이 도착했다. 책임자는 칼칼하고 까다롭게 생긴 사람인데 코를 킁킁 울리면서 《동무가 관리위원장이요?》하고 박기석과 인사를 하며 틀지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해안방조제지도가 있소?》

《있습니다.》

《가져오시오.》

그는 박기석이 가져온 지도를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한동안 들여다보고나서 이렇게 물었다.

《차가 있소?》

《있습니다.》

《해안방조젤 돌아보아야 하겠소.》

관리위원장에게 무슨 승용차가 있겠느냐마는 화물자동차가 있어서 매우 요긴하게 쓰고있었다. 관리위원장이 운전칸에 앉고 기술자들은 적재함에 올라 서해기슭을 향해 달리였다.

해안방조제너머로 바다가 출렁이고 그 안쪽으로는 간석지논에서 벼가을이 한창인데 논바닥이 들여다보이는 정도로 결실이 나빴다. 갈매기들이 방조제우로 날아들고 찬바람이 쩝쩔한 미역냄새를 싣고 불어왔다.

《여기는 참 한적하군.》 하고 책임자가 갈매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갈매기의 하얀 날개들이 해볕을 받아 반짝이고있었다.

기술자들은 오래동안 측량을 하고 계산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갑문을 세울 곳을 말할가요?》

박기석이 이렇게 묻자 책임자는 마치 이 사람은 누군가, 왜 여기 있는가 하는듯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우리가 이미 확정했소.》

《우리 의견도 듣지 않구요?》

책임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갑시다. 벌써 2시군, 배가 고픈걸.》 하고 그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리합숙식당에서 그들은 푸짐한 점심식사를 했다.

《숙천까지 태워다주시오!》하더니 책임자는 헤여질 때에야 처음으로 실무적인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한것은 수상님께 올릴 기술보고서의 한 부분이요. 시작이란 말이요.》

박기석은 속으로 (공사가 방대하긴 방대하구나.)하고 생각했다.

숙천역에 살림집건설에 쓸 세멘트와 모래, 세멘트블로크가 연방 도착했다. 세멘트블로크는 수령님께서 직접 지시하신것이였다.

이 고장이 습기가 많기도 하거니와 세멘트블로크가 벽돌보다 더 견고하기때문에 그것을 찍어서 날라오게 하셨던것이다. 자동차들이 역에 가서 분주히 날라들였다.

살림집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동시에 도시에서 로동자들이 자동차에 가족과 가장집물들을 싣고 도착하기 시작했다. 농촌진출자들이 계속 도착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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