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 1 장
푸른 호수
5
(3)
처음 생활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는 박사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키가 크고 몸이 여윈편인 유상훈박사는 일흔살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아직 정정하였다.
종자오리의 칼시움과 린수요에 대한 연구로 오래전에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금도 《생물학》과 《수의축산》, 《조선수산》잡지들에 가치있는 소론문들을 계속 발표하고있었다.
얼마전에는 공장의 과학화, 현대화에 대한 부피두터운 도서를 집필하여 출판하였는데 그것을 두고 사람들은 새 세기 오리사양관리 및 가공기술 종합독본이라고도 말하였다.
그의 모든 지식은 40여년간 공장에 뿌리를 내리고 젊은 시절부터 수리공과 생산지도일군으로 성장하면서 하나하나 습득한 경험과 교훈 그리고 피타는 탐구와 노력의 땀방울로 얻어진것이였다.
지금도 그는 농업대학과 가금전문학교에 초빙강의를 나가군 하였지만 교단에서 키운 제자들보다 생산현장에서 육성한 가금기술자들이 더 많았다.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송영숙은 이윽고 자기가 관심하는 문제에로 화제를 돌리였다.
《요즘 공장기술자들은 어떤 연구사업들을 합니까? 선생님은 여전히 젊은 사람들의 사업을 도우면서 연구를 하실텐데요?》
녀성기사장의 친절한 물음에 박사는 느슨한 미소를 떠올렸다.
《내야 이젠 늙었으니 뭐 크게 하는 일이 없지요. 그저 이삼년전부터 생산성이 높은 새 오리종자를 만들어보자구 애쓰는데 그게 뭐…》
자기가 하고있는 연구사업이 이렇다할 전진이 없는것을 두고 은근히 초조감과 불안을 안고있던 박사는 눈길을 떨구며 말꼬리를 여물구지 못하였다.
송영숙의 크고 정기어린 눈가에서 밝은 빛이 반짝거렸다.
《아이참! 육종사업이 얼마나 큰일입니까? 지금 축산부문에서 첨단을 돌파해야 할 부문은 바로 종자와 첨가제가 아닙니까?》
그는 박사의 높은 탐구정신앞에 진정으로 머리를 숙였다.
다음순간 자기도 새로운 가금먹이첨가제를 연구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박사의 탐구정신을 높이 평가하다가 저도 모르게
자기
《옳습니다!》
박사는 크게 머리를 끄덕이며 송영숙의 말을 긍정하였다.
《육종사업도 그렇지만 우리식의 새로운 첨가제를 연구하는것도 축산부문에선 중요한 문제지요. 그래서 우리 기술준비소의 한 동무도 지금 소금밭이끼에 의한 새로운 오리먹이첨가제를 만들려구 무척 애쓰고있습니다.》
박사는 차분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나 송영숙은 천둥소리라도 들은듯 깜짝 놀랐다.
《예?! 소금밭이끼에 의한 첨가제를요?》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유상훈박사는 크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는 새로운 오리먹이첨가제에 대하여 손세를 써가며 이야기해주었다.
《21세기첨가제는 천연물과 화학물의 합성이 아니라 순수 천연물에 의한것이여야지요. 그런데 수입첨가제의 성분들은 모두 화학제여서 오리의
생육을 촉진시킬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동문 지금
《?!》
《방금 여기에 앉았던 그 사람입니다. 정의성이라구… 젊은 사람인데 탐구심도 남다르구 야심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사의 목소리에는 훌륭한 제자를 둔 스승의 자랑이 담겨져있었다.
사실 정의성에 대한 박사의 관심과 기대는 례사롭지 않았다.
그는 정의성을 공장기술진의 일인자로 지목하였으며 그의 연구를 진심으로 힘껏 돕고있었다.
지금도 그는 새로 온 기사장앞에 젊고 재능있는 기술자를 내세우고싶었다.
송영숙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리였다.
박사의 말마디들은 휘파람소리를 내며 그의 온몸에 날아드는 회초리처럼 아프고 모질었다.
송영숙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저도 모르게 쓰러질것만 같은 위구심이 들어 한손으로 책상을 꼭 잡았다. 그는 뜻모를 표정을 짓고 머리를 끄덕끄덕하였다.
다행히도 창문을 등지고앉은터여서, 더우기는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말을 주고받는 박사여서 송영숙의 모습은 그의 눈길을 끌지 못하였다.
유상훈박사는 현재 공장에서 진행되고있는 다른 연구사업의 진행정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해주었다.
자기 초소, 자기 일터에서 첨단돌파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릴데 대한 우리 당의 방침을 받들고 오리털을 분해하여 털단백질을 얻어내기 위한 연구사업도 진행되고 새로운 배합먹이보관과 절임방법도 연구중에 있으며 알깨우기직장의 현대화도 더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고있는데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송영숙에게는 박사가 하는 말들이 모두 꿈속에서처럼 몽롱하게 들려왔다.
그에게는 박사의 모습도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뿐이였다.
송영숙은 자기가 언제 어떻게 기술준비소를 나섰으며 유상훈박사와 어떤 인사말을 나누었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였다. 오로지 상상할수 없었던 큰 타격이 가해졌다는것만 기억할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