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 회)
제 1 장
눈내리는 겨울
3
(4)
유자녀들을 핵심으로 하여 전군을 우리 당의 혁명사상과 혁명전통으로 튼튼히 무장시켜야 한다신 수령님의 교시를 되새겨볼 때 어머님께서는 얼마나 멀리 앞을 내다보고
이들을 키워오시였는가. 정말이지 이들을 위하여 그처럼 심혈을 기울여오신 어머님께서 지금 여기에 서계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셨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감회에 잠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내가 동무들을 따로 만나자고 한건 동무들이 다 우리 어머님과 남다른 인연도 있고 또 상징적으로 보면 인민군대의
2세를 대표하는 동무들이기때문입니다.》
로일수는 분명 자기를 념두에 두고 말씀하신것 같은 《2세》라는 칭호가 송구스러운듯 두손을 앞으로 모두어잡고 고개를 푹 수그리였다.
《바로 며칠전에도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이제 머지않아 동무들과 같은 새세대 지휘관들이 인민군대의 골간을 이루게
될것이라고 하시면서 이것은 결코 전세대가 후세대에게 군사지휘권을 넘겨주고 넘겨받는 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군대의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는가
하는 심각한 정치적문제라고 교시하시였습니다. 왜 이것이 심각한 정치적문제로 되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멈추고 싸락눈으로 뒤덮인 무한한 공간을 응시하시였다. 그
공간속에서 천변만화하는 이 지구상의 불가사의한 현상들과 복잡다단한 정세들이 서로 엉키기도 하고 제가닥으로 가지치기도 하면서 그이의
사색속으로 눈발처럼 날아들었다.
《지금 국제정세를 보면…》
그이께서는 담담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며칠전 백악관에 들어앉은 닉슨은 지금 세계적으로 벌어지고있는 국부전쟁들을 철저히 《윁남화》, 《크메르화》, 《라오스화》하겠다고
언명하였다. 얼핏 보기에는 미국이 이제부터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과 무력침공을 포기하려는것 같지만 그 리면을 보면 아시아사람들은 아시아사람들끼리
싸우게 하고 아프리카사람들은 아프리카사람들끼리 싸우게 하겠다는것이다. 물론 당분간은 미국이 윁남전선에서 발을 뽑기 힘들겠지만 오래지 않아
조선반도는 이 악랄한 《닉슨주의》의 시험장으로 화할것이다. 그것을 증명할만한 사실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윁남전쟁에 남조선괴뢰군무력을 얼마간 동원시키는것처럼 하였지만 실지에 있어서 최근 몇해어간에 남조선전역에 배비된 전술핵무기, 전략폭격기, 전투함선들은 2배이상 증강되였다.
그런데도 사회주의대국이라고 하는 쏘련은 우리에게 《쎄브》의 군사판변종인 와르샤와조약기구에 가입할것을 끈덕지게 강요하면서 땅크나 대포는 그만
만들고 저들의 핵우산밑에 들어와 빵이나 구우라고 꼬드기고있다. 강력한 국방건설을 포기하고 경제건설에 치중한다면 당장은 허리를 펴고 잘살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으로 국가와 혁명을 위한 길이겠는가?
지금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쏘련이 제때에 무력을 동원하였기때문에 체스꼬슬로벤스꼬사태가 바로잡혔다고 하는데 이것은 사태의 본질에 대한
일면적인 고찰이라고밖에 달리 말할수 없다. 쏘련이 사회주의수호와 국제주의에 그렇게 충실했다면 까리브해위기때 형제국가인 꾸바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까지 미국에 굴복한것은 무엇때문인가?
오래전에 벌써 《평화적공존, 평화적이행, 평화적경쟁》을 제창한 현대수정주의자들은 사회주의제도나 혁명의 전취물을 고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저들의 수정주의로선과 대국주의지휘봉을 휘두르는데 방해로 되는것을 무력으로 진압하려 한것이였다. 반란을 진압하고는 곧 철수한다던 땅크들이
아직도 국경선에 머물러있고 그런 어마어마한 포위속에서 쏘련공산당이 체스꼬슬로벤스꼬공화국의 새 정부구성안을 후열하고있는 사실이 그것을
립증하고있다. 이렇게 놓고보면 우리앞에는 두개의 적 즉 제국주의자들과 현대수정주의자들로부터 조국의 령토적완정과 사회주의원칙을 무력으로 보위해야
할 임무가 나서는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제국주의자들과의 전쟁은 그리 어려운것이 아니다. 그것은 적아가 명백하고 전쟁방식도 이미
주어져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무력으로 사회주의원칙을 보위한다고 할 때 이것은 몇배나 복잡하고 어려운 싸움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근시기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있는 심각한 정치적사태에
대하여서도 구체적으로 말씀하시였다.
《…이러한 주변정세는 우리에게 하나의 큰 교훈을 주고있습니다. 그것은 혁명의 세대가 바뀔 때 특히 당의 혁명무력인 군대에서 새세대들이
골간을 이루게 될 때 전세대들의 바통을 똑바로 물려받지 못하면 혁명을 통채로 말아먹을수 있다는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물려받아야 할 바통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수령님의 혁명사상이고 우리 당의 혁명전통입니다. 오직 여기에만 우리가 백번 싸워 백번 이길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있고 혁명가로서 죽어도 베고 죽어야 할 신념이 있으며 인간이 인간으로 살게 하는 도덕과 의리가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숭엄한 표정으로 차렷자세를 취하고있는 두 장령의 팔을 량쪽에 끼시고
승용차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런데 김창봉을 비롯한 군벌관료주의자들은 어떻게 책동했습니까? 이자들은 수령님의 사상과 의도를 자로 하여 군건설과
활동을 진행하려고 한것이 아니라 저들의 독단적인 사고와 즉흥적인 결심을 마구다지로 내리먹이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자니 부대 정치기관들과
당위원회들이 비위에 거슬릴수밖에 없고 결국은 군사만능주의를 휘두르면서 정치부들의 사업보고도 참모부를 통하여 하게 하였습니다. 심지어 이자들은
후방사업은 곧 정치사업이라고 하신 수령님의 교시를 교묘하게 외곡하여 부업을 위해 총정치국을 내왔다는 망발까지 하면서
저들의 반혁명적본색을 정치기관의 눈초리로부터 가리워보려고 하였습니다. 오늘 내 여기로 오다가 한 군관을 만났는데…》
김정일동지께서 리철봉이쪽을 언뜻 바라보시자 그는 마치도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한것처럼 수굿이 얼굴을 떨어뜨렸다. 로일수는 리철봉의 거북해하는 몸가짐을 눈치채고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치부중대장이 없어도 부업밖에는 별로 걸릴것이 없다고 하던 최진성의
말을 짤막하게 되뇌이시고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도 일부 군사일군들속에는 정치일군들의 사명이 무엇인가 하는데 대한 옳바른 인식조차 없는것 같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줍니까? 우리가 이번 인민군당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계기로 반당군벌관료주의자들의 위험한 행위에 경종을 울리고 혁명적인 대책도 세운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것이 하루아침에 해결된것처럼 생각하면서 각성을 늦추어서는 안된다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앞에 이르시여 그들을 끼였던 팔을 풀어놓으시고 오른손을 힘있게
쳐들어보이시였다.
《수령님께서도 강조하신것처럼 총정치국의 기본사명은 인민군대에 대한 당의 령도를 실현하는것이며 이것은 본질적으로 수령님의 군건설사상을 실천에 구현하는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군사사업이 따로 있고 당정치사업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 인민군대안의 모든 사업이 다 당의 군사정책관철에 집중되여야 한다는것입니다. 우리가 혁명전통에
대하여 늘 강조하는데 항일유격대에는 군사일군과 정치일군의 임무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항일유격대의 모든 지휘관들이 다 수령님의
전사라는 하나의 자각을 가지고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싸웠기때문입니다.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 이것이 바로 우리
인민군대의 고유한 전통이고 혁명적본태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본질을 외면하고 혁명전통에 대하여 액면적인 해석만 한다면 지난 시기처럼
항일유격대에는 해군이 없었기때문에 해군에서는 혁명전통을 계승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궤변이 또 나올수 있습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지금
수령님께서 제일 걱정하시는 문제가 바로 바다싸움인데…》
김정일동지께서 리철봉이쪽으로 시선을 옮기시는데 뒤쪽에 서있던 승용차가 가벼운
발동소리를 앞세우고 스르르 미끄러져 다가왔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차에 오르시지 않고 리철봉의 어깨에 수북이 내려쌓인
싸락눈을 어루쓸듯 털어주며 물으시였다.
《수령님께서 주신 과업을 관철할 자신이 있습니까?》
리철봉은 의아한 시선으로 그이를 우러렀다.
이틀전 수령님의 집무실에서 직접 해군사령부 참모장의 직무와 군사칭호를 수여받던 일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떠올랐다. 그날
수령님께서는 최근 적들이 걸핏하면 대규모함선집단을 우리측 수역가까이로 이동시키면서 정세를 긴장시키고있는데 유창권을 비롯한
군벌관료주의자들은 큰 함선들은 경량화한다고 하면서 못쓰게 만들고 낡은 배들은 현대화한다고 하면서 망탕 없애버렸다고 가슴아프게 말씀하시였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날 수령님께서 자기에게 어떤 과업을 주신 일은 없는것 같았다. 리철봉은 얼굴을 붉히면서 자기의
속생각을 그이께 솔직히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시고나서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철봉동무, 수령님께서 걱정하시는 문제라면 그것이 바로 우리 전사들이 스스로 받아안아야 할 지상의 과업이
아니겠습니까. 설사 수령님께서 직접 명령하시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 적들이 항공모함을 위시로 한 강력한 대규모함선집단으로
우리를 계속 위협하고있는 조건에서 그에 대응한 전투력을 하루빨리 갖추는것은 해군의 필수적이고도 선차적인 과제입니다. 내 생각에는 당 제5차대회를
맞으며 해군에서 적들의 대규모함선집단을 타격할수 있는 우리 식의 군사연습을 한번 조직해보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것인데…》
《대규모함선집단을… 말입니까?》
리철봉은 너무 놀라서 뚝 굳어져버리는것 같았다.
《왜, 자신이 없습니까?》
《아닙니다. 아직 그런 생각까지는 미처 못해보았기때문에…》
리철봉이 말끝을 흐리며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쉽지는 않을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야 할 일입니다. 우리 수령님께서 마음쓰시는 문제가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철봉의 손을 두손으로 꽉 맞잡으며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우리 함께 힘을 합쳐봅시다!》
리철봉은 너무 감격에 겨워서 곧 대답을 드리지 못하고 가빠오르는 가슴만 들먹이였다. 곁에 서있던 로일수도 대규모함선집단타격이라는 거대한
작전의 맥동이 한꺼번에 가슴에 덮쳐들어 숨이 턱턱 막히는것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