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회)

제 1 장

눈내리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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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석박골에 내려갔던 로일수부국장이 돌아온것은 어제저녁무렵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일수부국장이 다시 구체적으로 료해한 내용을 들으시며 심각한 문제점을 포착하시였다. 그것은 결코 한개 중대에 국한된 문제라고만 볼수 없는 일이였다. 바로 그런 연고로 대답을 선뜻 드리지 못하고있는데 곁에 섰던 오진우가 그런줄을 모르고 먼저 말을 떼였다.

수령님, 제가 들은데 의하면 거기에 내려갔던 지도성원이 담화과정에 군인들로부터 모욕을 당했다고 합니다. 총정치국에서는 그 중대를 당장 해산해버리자고 하는것같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께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그거 정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둘러 대답올리시였다.

《담화과정에 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것은 사실입니다. 수령님, 문제의 주인공이 바로 최광동지의 양아들입니다.》

《최광의 양아들? 그 고수머리총각 말이요? 바가지, 바가지 하던…》

《그렇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안이 벙벙해서 굳어진 오진우를 얼핏 바라보시고 수령님께 사유를 말씀올리시였다.

《그 중대에 내려간 일군이 개별담화를 하면서 진성동무의 아버지문제를 가지고 인격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싸움문제도 다시 알아본데 의하면 군인들자신은 군벌관료주의자들에게 맹종맹동한데 대하여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고있고 자기들을 그자들과 한계렬로 보는데 대해 몹시 격분해하고있다고 합니다.》

안개가 후르르 걷히면서 분홍빛아침해살이 퍼지였다.

그 빛발에 수령님의 존안이 불덩이같이 타오르는것같았다.

《아래사람들이라고 해서 인격을 무시해서야 안되지. 사실이 그렇다면 그것은 지도내려간 일군이 잘못했소. 그런데 오동무두 그렇고 아까부터 계속 담화, 담화하는데 그것은 무슨 소리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하신것처럼 문제의 중점을 포착해내신 수령님의 혜안에 경탄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저두 방금 그 말씀을 드리려던 참이였습니다. 지금 적지 않은 단위들에서 인민군당전원회의 확대회의 문헌접수토의사업을 담화와 조사의 방법으로 하는 편향들이 나타나고있습니다. 군사지휘관들의 엄격한 요구성도 일률적으로 관료주의에 걸어 비판하는가 하면 가정환경과 성분을 따지면서 대렬정리사업을 하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거 안되겠군.》

수령님의 안광에 심각한 기색이 어리시였다.

《우리가 열흘가까이 회의에서 투쟁을 하고 그 문헌을 아래에 내려보낸것은 지금까지 군대가 집행한 명령들가운데서 어떤것이 당의 뜻이고 어떤것이 군벌관료주의자들의 책동인가를 똑똑히 알게 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자는것인데 아직도 그런 의견이 제기된단 말이요?》

수령님, 나타난 현상을 종합해보면 아직도 수령님의 뜻과 당정책이 아래에까지 쭉쭉 내려가지 못하고있기때문에 일부 개별적일군들의 의사가 군사사업과 당사업에 영향을 미치는것같습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아래사람들은 웃사람들이 하는 일을 좋든싫든 다 받아들일수밖에 없게 되고 어느것이 옳고그른것인지 분간할수 없게 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독단과 전횡이 또 생겨날수 있소. 아무래도 이번회의에서 결정한 그 문제를 빨리 진척시켜야 할것같구만.》

수령님께서 말씀하신 《그 문제》란 인민군대안의 련대이상급단위들에 정치위원제를 내오는 사업이였다. 물론 지금까지 인민군대안에 정치위원제가 없은것은 아니였다. 조선인민군창건 10돐을 계기로 인민군대의 련대이상급부대들에 당위원회가 조직되고 군단급부대들에 정치위원들이 임명되였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대장은 부대의 군사사업을 책임지고 정치위원은 정치사업만을 책임지는것이였다. 바로 이런 분담의 공간을 리용하여 군벌관료주의자들은 정치일군들이 군사사업에 전혀 관여할수 없도록 방해하였을뿐 아니라 정치일군들도 군사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부하라고 하면서 당사업전반을 가로타고앉으려고 했던것이다.

이번에 수령님께서 구상하신 정치위원제는 정치위원이 부대당위원회를 조직운영하며 전반적인 부대사업을 당적으로 책임지고 떠밀어주는 새로운 제도로서 대안의 사업체계를 군사적으로 전환시킨것이였다. 이것은 모든 군사사업을 당의 의도와 요구에 맞게 조직진행하며 군건설과 활동을 철저히 당정책에 립각하여 진행해나갈수 있게 하는 최상의 명안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군당전원회의 확대회의 문헌접수토의사업에서 나타난 편향들을 종합분석하시는 과정에 수령님께서 구상하신 정치위원제를 하루빨리 실현해야 할 필요성과 조건이 이미 성숙되였음을 포착하시였던것이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의 말씀속에 깃든 뜻을 헤아리시고 그이의 모습을 미덥게 바라보시였다.

《그럼 그 문제는 그렇게 하기요. 그런데 그… 박… 누구더라? 참, 진성이라고 했었지. 그 진성이네 중대는 어떻게 하겠소? 총정치국에선 해산하자고 한다지?》

오진우가 한발 나서려다가 김정일동지쪽을 바라보고는 알릴듯말듯 뒤로 물러났다.

수령님, 제 생각에는 그들이 일정한 기간 정치부중대장도 없는데서 생활했고 또 과오도 없지 않은것만큼 우선 그 중대에 능력있는 정치일군을 파견하고 군인들에게는 단련할 기회를 좀 주어야 할것같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의 의도가 짐작되시는듯 빙그레 웃으시였다.

《옳은 말이요. 과오는 말보다 실천으로 씻는것이 제일 좋소. 큼직한 일감을 하나 뚝 떼맡아가지고 일을 꽝꽝 제끼느라면 위축되였던 마음들도 풀리고 사람들의 삐뚤서한 눈도 바로잡힐거요. 그래, 그들에게 무슨 일을 맡겨주면 좋겠소? 보아하니 무슨 생각이 있는것같은데…》

《그들을… 석도로 보냈으면 합니다.》

석도는 이번 회의에서 그중 심각하게 론의된 대상이다. 김창봉이 47군단에 《대피》시키라고 명령했던 21군단의 해안포들이 바로 그 석도에 전진배치하게 되여있던 포들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반색을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여보이시였다.

《군벌관료주의물을 먹었다던 중대가 군벌관료주의자들이 제쳐놓았던 대상공사를 완공하면 의의가 있지. 좋은 의견이요.》

《고맙습니다. 수령님!》

김정일동지의 격정에 넘친 대답을 들으신 수령님께서는 소탈하게 웃으시며 오진우쪽으로 돌아서시였다.

《이것 보우, 오동무. 동무네 전사들얘기를 하는데 김정일동무가 내게 인사를 하오.》

오진우는 큰숨을 톺으며 눈만 슴뻑거릴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 시각 수령님께서는 한점의 불꽃과도 같은 개별적인 현상에서 시대와 혁명발전의 추이를 제때에 발견해내고 그것을 기점으로 하여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시는 김정일동지의 정치적안목과 전사들의 운명에 대하여 그처럼 정을 기울이시는 뜨거운 인간애앞에서 격세지감을 누를길 없으시였다.

백두광명성의 탄생을 알리던 그날로부터 27년

찬바람이 귀틀짬으로 스며드는 밀영에서 김정숙동지와 함께 어리신 아드님께 얹어보셨던 만가지 희망과 믿음을 더듬으시느라니 수령님의 가슴속에는 뿌듯한 긍지와 만족이 차오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늘 산책의 마지막귀환점으로 정하군 하던 찔광이나무앞에 이르자 저택을 향하여 돌아서시였다.

《자, 그럼 토론들은 그만하고 들어가기요. 다들 식전부터 왜 찾았는가 하고 클클했겠는데 내 오늘 빨찌산특식을 준비해놨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아한 시선으로 수령님을 우러르시였다.

새벽에 수령님의 부르심을 받고 오면서 짐작했던 긴급한 문제같은것은 없고 빨찌산특식이야기를 하시는것이 어쩐지 별스럽게 여겨지시였다.

옆에서 싱글싱글 웃는것을 보면 오진우는 내막을 아는듯도 하였다.

《이것 보지? 눈이 커지는걸 보니 본인은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인데 오늘이 바로 동무의 생일이요.》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의 팔을 끄당기며 걸음을 떼시였다.

《내 지금껏 동무의 생일을 별로 쇠주지 못했소. 당사업만 맡아하재두 힘이 들겠는데 경제사업두 그래, 인민군대사업두 그래, 큰일 작은일 다 맡아안구 수고하는 동무에게 별로 해준것두 없지. 내 그래서 생각하다 생각하다 오늘이 마침 일요일이길래 식사 한끼 같이하자구 찾았으니 사양말구 들어가기요. 특식이래야 언감자국수하구 삶은 통강냉이요. 빨찌산음식치구야 상음식이지. 그렇지 않소, 오동무?》

오진우는 이런 영광의 자리에 자기가 참가하게 된것이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송구하기도 해서 벙글거리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걸음조차 제대로 옮겨놓지 못한다.

수령님께서는 오진우도 자신의 가까이에 바싹 끌어당기시였다.

《원래 김정일동무가 생일상차리구 사람들 모이구 하는걸 좋아 안하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안찾으려고 했는데 동무만은 영 빼놓지 못하겠더구만. 늘 젖이 모자라 고생하는 김정일동무때문에 한겨울에 밀림속 수백리길을 오가며 염소젖을 구해오느라구 오동무가 고생을 했지. 그러니 오늘같은 날에 동무한테 턱을 안내구야 되겠소? 허허허…》

오진우는 왈칵 눈물이 나오는지 손등으로 볼을 쑥쑥 올리비비면서 행복에 겨워 컬컬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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