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제 2 장

파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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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정일동지께서는 돌미륵같이 굳어져버린 최현에게로 다가오시며 다정히 그의 손을 잡으시였다.

《그 말씀을 듣고 저도 정말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사진이 이렇게 선명하게 나온걸 보면 적진에서는 저격보총이 아니라 일반보총으로도 조준할수 있었겠는데 최현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김책동지도 그래, 안길동지도 그래, 자신께서 아끼는 사람들이다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다가 일찍 갔는데 이제 최현동지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은 어떻게 하라는것인가고, 이 김일성 위한다고 말은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자신의 속을 태워주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깝게 말씀하시였습니다. 그러시면서…》

김정일동지께서 말끝을 흐리시며 최현의 얼굴을 쳐다보시였다.

《최현동지가 정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연에 나다닐것같으면 다시 별을 떼서 체신상으로 보내든지 당결정으로 휴양을 보내든지 무슨 마련을 보아야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최현은 듣느니 모두 청천벽력같은 말씀들이여서 가슴이 섬찟섬찟하였으나 설마 하는 한가닥 기대로 김정일동지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내 이번엔 죽을 죄로 잘못했으니 제발 그 당결정만은 내리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내 다시는 수령님께 그런 걱정을 끼치지 않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손을 힘주어 흔들며 간청하는 최현에게 미소를 지어보이시였다.

《그런 말씀은 제가 아니라 수령님께서 돌아오신 다음에 직접 올리십시오. 난 수령님께서 그렇게 노하신것을 정말 처음 보았습니다.》

최현은 어깨를 푹 떨구며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쳐들었다.

《가만, 방금 수령님께서 어딜 가셨다고 했습니까?》

《예, 모내기준비가 어떻게 되였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오늘 새벽에 황해도쪽에 나가셨는데 아마 며칠 있어야 돌아오실겁니다.》

잠시후 김정일동지께서는 좀전에 보았던 두대의 자동차쪽으로 최현을 이끌어가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방금 최현동지가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던 참인데 오신김에 이걸 좀 보아주십시오.》

그이의 손에 이끌려 몇걸음 걸어가는데 아까보았던 《까츄샤》주변에서 몇몇 일군들이 최현을 향해 허리를 굽히였다. 알만 한 사람은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인 연형묵뿐이고 모두 초면이여서 최현은 화약내가 몸에 밴 로장답지 않게 거수경례로 인사를 받을것인지 맞절을 할것인지 몰라 손을 쳐든채로 고개를 굽석 꺾어보였다.

《최현동지, 어떻습니까? 이 방사포들이…》

김정일동지께서 두대의 포차를 향해 손을 쳐들어보이시였다.

최현은 입을 하 벌리고 그이의 손끝을 따라 눈길을 휘둘렀다.

쏘련제《까츄샤》를 한두번만 본것이 아니지만 그의 눈에 안겨든것은 전혀 다른 류형의 포였다.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뻗친 굴뚝같은 포신도 《까츄샤》보다 훨씬 더 길고 굵었다. 포탄은 포관속에 잠기였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금시라도 우뢰같은 굉음으로 대기를 찢으며 뻘건 불줄기가 하늘로 솟구쳐오를것만 같았다. 최현의 눈에는 그 불줄기뿐만아니라 우박같이 떨어지는 포탄세례로 죽탕이 되여버리는 적진도, 그속에서 콩가루처럼 박산나는 철덩이들도 다 보였고 하늘땅을 울리는 지진같은것까지 느껴졌다. 금방 보고온 전연의 산발들과 적들의 초소가 눈앞에 안겨오면서 이런것을 수십대쯤 가지고나가 한바탕 답새기고싶은 욕심에 등골이 욱신거렸다.

《우리 로동계급이 만들어낸 방사포입니다!》

김정일동지의 음성에는 한없는 긍지와 자부, 열정과 희열, 지어 장엄하게까지 느껴지는 어떤 결단같은것이 깃들어있었다. 최현은 넋을 잃은 사람처럼 비척비척 포차에로 다가가 굵다란 포관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이것이 어떤 무기인가를 최현은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방사포는 일반 포무기와 현저히 다른 개념의 무장이다.

그것은 점사격과 면적사격이라는 전술적개념의 차이보다 격발과 점화, 발사방식과 탄도학적원리로 볼 때 수백년간에 걸친 포무기의 발전력사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킨 포무기이다. 그 기술이 발전된것이기때문에 군사가들은 누구나 포가 전쟁의 신이라면 방사포는 포의 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일부 대국들의 독점물로 되여있다. 전후에 쏘련도 우리와의 군사적협조에서 이 방사포의 수출을 코에 걸고 거만하게 놀아댔다. 그러한 포를 우리의 로동계급이 만들어냈다는것이다.

포탄은 아직 적진에 날아가지 않았지만 이 방사포는 이미 거만한 대국주의의 면상에 세찬 불줄기를 날린셈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포차에서 떨어질줄 모르는 최현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다가 그에게로 다가오시였다.

《지난해에 새형의 자동보총을 훌륭히 만들어 수령님께 기쁨을 드린 군수로동계급이 당의 호소를 받들고 이렇게 우리 식의 방사포를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아직은 사격제원이나 위력에서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중요한것은 수령님의 군사전략전술사상을 무장장비의 현대화로 받들겠다는 우리 군수로동계급의 정신력이 승리했다는 그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연형묵부부장의 곁에 서있는 적위대복차림의 낯선 일군들을 최현에게 가리켜보이며 말씀하시였다.

《이 동무들이 바로 이 방사포를 만들어낸 군수로동계급대표들입니다. 우리는 이 동무들에게 외국의 설계를 가져다준것도 없고 특별한 기술자를 보내준것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 수령님의 뜻을 알려주었을뿐입니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적들의 요진통을 집중적으로, 련속적으로 명중타격하여 아예 숨통을 끊어놓자는것이 우리 수령님의 사상이다, 이 사상을 관철하자면 화력밀도가 높고 위력한 포무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수령님께서 해방직후 고향 만경대보다 먼저 평천리군수공장을 찾아가시여 한사람한사람 손잡아 키워주신 조선의 군수로동계급밖에 믿을데가 없다, 이렇게 호소한것뿐인데 해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몸둘바를 몰라하는 로동계급대표들을 다시한번 손들어 가리켜보이시였다.

《이 동무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지 압니까? 수령님께서 바라신다면 방사포가 아니라 장거리미싸일도 만들겠다는것입니다. 이 방사포는 크지 않지만 바로 이런 정신이 깃들어있기때문에 그 어느 나라의 포무기보다 위력한것입니다!》

최현은 뒤로 돌아서서 방금전에 쓸어만졌던 포관을 다시 쳐다보았다.

아까보다 훨씬 더 우람차고 믿음직해보인다. 미끈한 강철관들이 자기의 가슴 한복판에 빼곡이 들어차는것같았다. 최현은 흠뻑한 마음으로 돌아서서 군수로동계급대표들과 연형묵의 손을 잇달아가며 잡아흔들었다.

《동무들이 정말 다들 고맙소. 미끈하게 생긴 방사포를 보니 당장이라도 한바탕 싸움을 해보고싶구만! 우리가 아식보총을 가지고도 미국놈들의 코를 꺾어놨는데 이런 무장만 있으면야 아예 깝대기를 벗길수 있지. 허허허…》

최현의 어글어글한 눈에 진한 물기가 어리고 컬컬한 웃음소리도 축축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벌써 싸움생각에 등이 달아오른 로장의 심정을 헤아리신듯 환하게 웃으시였다.

《이제 수령님께서 돌아오시면 이 시제품을 보여드리고 인민군대에 실전배비하는 문제를 보고드려 결론을 받자고 합니다. 그러니 최현동지는 새로 받는 방사포들을 어느 지역에 먼저 배치하는것이 좋겠는지 총참모부와 미리 토론을 해놓는게 좋을것같습니다.》

최현은 수북한 장미를 쓸어만지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였다.

《그야 물론 그래야지요. 어쨌든 요즘은 온통 좋은 소식뿐입니다. 이번에 21군단에 나가보니 리오송정치위원이 예비대를 얼마나 잘 준비시켰는지 전쟁이 일어나면 크게 한몫할것같습니다.》

《오송동지가요?》

그이께서 리오송의 이름을 다시 외우시며 《거 혹시 군사일군들을 가로타고앉아 행정대행을 하지는 않습니까?》하고 물으시였다.

최현은 두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군단장도 자기들의 빈구석을 메꾸어준 정치위원의 선견에 감탄하고있었습니다. 다 장군께서 가르쳐주신 덕분이라지만…》

《리오송동지가 또 무슨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좋은 소식만 있다면서 얼굴색은 왜 그렇습니까. 혹시 해군사령부에 갔던 일때문에 그럽니까?》

최현은 자기 마음속을 환히 꿰뚫으시는것만 같은 그이의 빛나는 안광을 망연히 우러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약간 목소리를 낮추시였다.

《저도 들었는데… 해군에서는 미싸일을 수입하지 않으면 당장은 대규모함선집단타격이 어렵다고 생각하는것같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임철정치위원이 미싸일을 수입하는건 우리 식이 아니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사령관은 아직 자기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그래도 철봉이는 얼마전까지 새로운 포무기를 자체로 만들어보자는 정도로 나왔댔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제는 그마저 포기해버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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