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회)
제 2 장
파도소리
7
(1)
석도에서 일어난 전마선전복사고는 즉시에 군단에 보고되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배가 파도에 뒤집힐 때 영범이는 ㄷ형강의 모서리에 맞아 쇄골이 부서지고 석철룡은 대퇴에 금이 갔다.
참모부와 정치부에서 군관들이 련거퍼 석도에 들어왔다.
일을 저지른 당사자들은 인사불성이 되여 위생소천막안에 누워있었지만 사건전말은 인차 군단에 알려졌다. 조개마대를 들고 제강소에 찾아가 로동자들이 구락부보수에 쓰려던 ㄷ형강을 소철레루대신 가져온 사실과 바다가마을의 배사공아바이가 전마선으로는 ㄷ형강을 나를수 없다고 하자 몰래 노를 훔쳐내여 배를 끌어낸 사실…
여느 구분대도 아니고 《물싸움》때문에 소리를 냈던 중대인데다가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처벌중에 있는 군관인것으로 하여 문제는 점점 심각하게 번져갔다. 오늘은 리오송정치위원이 직접 내려왔는데 중대부천막안에서 정치지도원과 벌써 한시간째나 담화를 하고있다.
최진성은 이제 와서 후회가 막급하였다. 레루문제를 해결할 생각만 하다나니 석철룡의 그 덜렁거리는 성미를 가늠하지 않고 무작정
떠밀어보냈던것이다. 모든것이 중대장인
자기의 즉흥적인 결심과 타산없는 명령때문에 앞길이 구만리같은 한 군인이 어쩌면 불구가 될수도 있다는 끔찍한 불안이 거마리처럼 가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전마선을 마사먹었으니 바다가마을 배사공아바이에게는 무슨 낯으로 나선단 말인가.
진지공사가 끝나면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ㄷ형강은 또 어떻게 하고…
이 문제가 총정치국에까지 상정되고 이 중대의 지휘관이 해임철직된 이전 총참모장의 아들이라는것이 알려지면 또 어떤 파동이 일어날것인가.
가뜩이나 마음고생을 하고있을 부모들에게 최소한 걱정만은 끼치지 말아야 할텐데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도무지
그런데 중대부안에 들어간 정치지도원은 무슨 말을 이렇게 오래 하고있는가. 혹시…
최진성은 자기의 행동이 별로 떳떳치 못한것임을 느끼면서도 천막쪽으로 향하는 걸음을 자제해낼수 없었다.
한발자국 또 한발자국…
마침내 정치지도원의 쉬여버린듯한 목소리가 두터운 천막을 가까스로 뚫고 새여나왔다.
《모든것은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군인들이 힘들게 일하는것을 앉아서 보기만 할수 없어서 그런 결심을 내린것입니다. 일은 저질렀지만 나쁜 의도에서 출발한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이 인민들에 대한 옳바른 관점을 가지도록 제가 잘 이끌어주지 못했기때문에 생긴 사고입니다. 그러니 저를 처벌해주십시오.》
그뒤로 정치위원의 목소리도 울려나왔다.
《물론 동무도 용서받을수는 없소. 내가 말하자는것은 석철룡동무의 문제를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것이요. 이 중대에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가 하는것이야 동무가 잘 알지 않소? 그저 넘기면 또 과오가 생기지 않겠는가? 정치지도원으로서 자기 당원을 보호하려는 마음은 긍정적인것이지만 맹목적인 융화는 비원칙적인것이요.》
진성은 당장이라도 천막을 들치고 뛰여들고싶었다.
어쩐지 이렇게 뒤에 숨어서 그들의 말을 엿듣고있는것이 자기의 죄과가 두려워 애매한 정치지도원을 앞에 내세우고 눈치를 보는것같아 부끄러웠다. 부르지 않았기때문에 들어가지 못했다는것도 자기의 비겁성을 가리우기 위한 변명처럼 느껴지였다.
들어가자. 정치지도원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것을 주저없이 증명해야 한다. 정치지도원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러나 천막에 가져가던 진성의 손은 무춤 굳어졌다. 뜻밖에도 약간 격해진 정치지도원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던것이다.
《정치위원동지, 제가 여기로 배치되여오던 날 절더러 뭐라고 하셨습니까. 석박골중대는 해산이라는 운명의 낭떠러지에 섰던 중대이다. 그러나
당에서는 우리를 믿고 그들을 다시 맡겨주었다. 동무는 그들이 실천속에서 자기들의 과오를 씻고 하루빨리 영광스러운 대오에 서도록 힘껏 도와주어야
한다. 당중앙은 그들이 새롭게 태여나는 그날을 기다리고있다.… 저는 분명 그렇게 들었습니다. 만약 이제 그들을 다시 처벌한다면… 당에서, 우리
진성은 맥없이 돌아섰다. 자기가 뛰여들어봤대야 저 정치지도원옆에 나란히 서보지도 못할것같았다. 어리무던해보이기만 하던 안경쟁이…
포르말린용액통을 들고다니며 생물표본같은데나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던 사람…
이따금 휴식시간에 구수한 옛말이야기같은것을 펼쳐놓을 때면 거기에 귀가 솔깃하여 정신이 팔리는 중대군인들에게 마음속으로 시샘을 던진적은 없었던가.
중대사업을 놓고 의견을 내놓을 때마다 지휘관의 권한과 위신을 야금야금 깎아내리는것같아 불편하게 생각한적은 없었던가.
지금껏 자기가 중대를 책임지고있다고 생각했고 방금전에도 책임은 자기가 지겠노라고 결심했었지만 저 정치지도원이 말하는 책임과 나의 《책임》사이에는 얼마나 아득한 차이가 있는가.
나는 그 책임앞에서
그 걱정은 응당 정치지도원보다 내가 먼저 해야 했다. 전쟁시기
다른 사람들은 꿈도 꿀수 없는 영광을 어린시절에 받아안은 내가!
그런데 자기를 먼저 생각하다니! 나라는 존재가 도대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