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 회)

제 3 장

열매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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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년동맹창립절을 맞으며 공장문화회관에서는 청년동맹초급위원회에서 준비한 충정의 노래모임무대가 펼쳐졌다.

청년동맹원들은 우리 인민들에게 더 많은 고기를 먹이시려고 불비쏟아지는 전화의 그날 최고사령부 작전대우에서 공장을 세워주시고 삼복의 무더위도, 마가을의 찬바람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공장에 찾아오시여 나아갈 길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신 어버이수령님의 인민사랑의 력사를 노래와 시에 담아 격조높이 웨쳤다.

그리고 선군혁명천만리길을 끊임없이 이어가시는 그 바쁘신 속에서도 새 세기에 두차례나 공장에 찾아오시여 현대화의 휘황한 앞날도 마련해주신 위대한 장군님을 더 높은 증산으로 받들어갈 충정의 맹세로 들끓었다.

공장종업원들로 가득찬 문화회관은 격조높은 노래와 흥겨운 음악, 아름다운 률동으로 바다처럼 설레였다.

송영숙은 지배인, 당비서와 나란히 관람석에 앉아 충정의 노래모임을 관람했다.

소박하면서도 힘찬 노래로써 공장의 앞날을 위해 더 높이, 더 빨리 달릴것을 결의다지는 미더운 청년들이였다.

청년직장과 배합먹이직장을 비롯한 공장의 어렵고 힘든 부문의 앞장에 서서 생산투쟁은 물론 기술혁신의 맨 앞장에서 내달리고있는 그들이 아닌가.

송영숙은 종목이 끝날 때마다 남먼저 크게 박수를 치며 청년들을 고무해주었다.

지배인과 당비서도 대견하고 흐뭇한 눈길로 출연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열띤 흥분에 호응했다.

지배인은 무대에 나선 청년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잘하누만, 잘해! 오늘 보니 우리 공장 청년들이 한사람같이 끌끌하구 대견하구만. …》

《예. 모두가 재간둥이들이구 하나같이 선녀선남이지요.》

《그러구보니 우리 공장 앞날도 창창하구만.》

그들이 나누는 말을 엿들으며 송영숙은 빙긋이 웃었다.

《참! 저 가운데 서있는 동문 종금직장 수의사네 딸이 아닙니까? 시험호동에서 일하는…》

김춘근당비서가 송영숙의쪽으로 몸을 기웃하며 조용히 물었다.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예, 봄순동뭅니다.》하고 속삭이듯 대답했다. 《요즈음 정의성동무가 소금밭이끼수송에 나갔지만 봄순동문 그 어느때보다 시험호동을 더 책임적으로 관리한답니다.》

그는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수의사동무가 정말 금옥같은 딸을 두었구만.》

당비서는 봄순을 바라보며 기쁜듯 크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송영숙의 눈길은 봄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봄순은 녀성3중창에 출연하여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송영숙에게는 봄순이가 남보다 노래를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는것이 못내 사랑스럽게 생각되였다.

알뜰하고 일 잘하는데다가 용모는 또 얼마나 고운가.

흰 저고리에 까만색주름치마를 받쳐입은 봄순은 목이 상큼하고 몸매도 날씬한데다가 얌전스런 표정도 무척 아릿다왔다.

관람석에 앉은 사람들도 봄순을 가리키며 리병우수의사의 딸이 물찬제비같다고 소곤거렸다.

《수의사동무도 어디에 앉아 딸을 보고있겠는데…》

김춘근당비서는 약간 몸을 돌리고 리병우수의사를 찾아보았다.

송영숙도 수의사가 딸 봄순이를 보면 기뻐할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뒤모습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나 리병우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 경아도 저 봄순이처럼 곱게 자랄수 있을가? 일 잘하고 알뜰한 처녀가 될수 있을가? …)

송영숙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기사장이 아니라 딸가진 어머니의 심정이 되였다. 한동안 그는 봄순을 쳐다보며 즐거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얼마후에는 친어머니의 사랑을 일찍 잃은 봄순이가 측은해보였다.

그 무엇으로써든 그를 위해주고 사랑을 기울이고싶어졌다.

느닷없이 리병우수의사와 차수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정인 정말 저 봄순에게 따뜻한 사랑을 부어줄수 없을가? … 수정이가 수의사와 가정을 이루어야 자기자신은 물론이구 봄순이도 행복할텐데… 그리구 털단백질연구도 첨가제연구와 같이 성공의 령마루를 향해 힘껏 내달릴수 있구…)

생각에 잠겼던 송영숙은 열광적인 박수소리에 눈길을 들었다.

청년동맹원들의 노래모임이 끝났던것이다.

사람들은 청년들의 명절을 축하하여 오래도록 박수를 쳐주었다.

송영숙도 크게 박수를 치며 청년들의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그리고 청년들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합쳐 공장의 번영을 이룩하리라 마음다졌다.

그때로부터 며칠후 현장에서 들어오던 송영숙은 청년학교앞에서 봄순을 만났다.

그는 다소곳이 머리숙여 인사하는 처녀를 반기였다.

《봄순동무! 마침이군요, 찾아가려던 참이였는데…》

그의 말에 봄순의 눈은 올롱해졌다.

《?!》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자기의 사무실에 올라가자고 처녀를 이끌었다. 《잠간이면 돼요. 어서 가자요.》

송영숙은 앞서서 사무실로 올라갔다.

얼핏 돌아보니 봄순의 얼굴에는 (무슨 일이나요? 예? 무슨 일로 나를…)하는 물음이 씌여져있었다.

송영숙은 의혹을 감추지 못해하며 뒤따라 계단을 오르는 봄순을 돌아보았다.

《봄순동문 노래를 참 잘 부르더군요. 얼굴도 곱구요. 난 노래모임때 봄순동무만 쳐다봤어요. 정말이예요.》

그의 칭찬에 봄순은 수집은 미소를 지었다.

어느덧 방에 들어선 송영숙은 급히 책상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상밑에서 굽높은 새 구두를 꺼내였다.

봄순에게 주려고 며칠전에 마련했던 구두였다.

그는 빙긋이 웃으며 처녀에게로 다가왔다.

《봄순동무한테 주려고 구두 한컬레 사왔는데 맞겠는지 모르겠군요. 자! 어디 한번 신어봐요.》

그제야 자기가 이 방에 들어오게 된 사연을 깨달은 처녀는 깜짝 놀라며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겁먹은 눈길로 두어발자국 뒤걸음질했다.

송영숙은 처녀의 손을 다정히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굽높은 새 구두를 그앞에 놓아주었다. 발잔등에 금빛장식띠까지 있는 까만색의 굽높은 구두는 보기만 해도 값비싼 신발이라는것이 알렸다.

자기의 발앞에 놓인 새 구두를 내려다본 처녀는 또다시 튕겨나듯 의자에서 일어났다.

송영숙은 그의 어깨를 다정히 다독여주며 눌러앉히였다. 그는 눈가에 정찬 웃음을 담고 곱게 흘겨보았다.

《한번 신어봐요. 일없다니까요. 어서요!》

그는 옹송그리고 앉은 처녀에게 몇번이나 재촉했다.

그제서야 봄순은 발가락을 옴지락거리며 새 구두에 조심스레 발을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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