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 회)

제 3 장

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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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흔연한 미소를 지으신채 리철봉에게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철봉동무, 기본타격집단에서 일부 포정들은 왜 배제되였습니까?》

리철봉이 인차 대답을 드리지 못하는것을 본 우병국사령관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리도 시작부터 그렇게 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제원검토를 거친 결과…》

우병국사령관으로부터 지금과 같은 타격방안이 나오게 된 경위를 다 듣고나신 그이께서 지시봉을 들어올리시며 적함선집단을 표시한 부호를 꾹 눌러짚으시였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지시봉이 얼마쯤 미끄러져내려와서 아군함선들이 집결된 곳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였다.

《이 전술안에서 어뢰정과 여러 포정들의 역할을 서로 바꾸면 어떻습니까? 적함을 타격한다고 하니 아예 바다속에 구겨박을 생각만 하는것같은데 우리는 적의 요진통만 찌르면 됩니다. 요진통이라는게 뭐겠습니까?》

그이의 설명을 듣던 오진우총참모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지도앞으로 와락 다가섰다.

《그러니 이 함선들의 일부를 서로 바꾸어 여기로 이렇게 진출시켰다가 적함선의 이 부분을 아예 묵사발내여 사용불가능하게 만들자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오진우의 말을 긍정하시며 설명을 덧붙이시였다.

《그렇게 되면 적함들을 후줄근하게 만들어놓고도 얼마든지 아군함정들을 안전하게 탈출시킬수 있을것입니다.》

오진우가 리철봉에게로 돌아섰다.

《어떻소? 되지 않겠소?》

리철봉은 너무나 단순명백하고 기묘한 방안앞에서 얼이 나간듯이 굳어져 말을 떼지 못하였다. 성미가 급한 오진우가 이번에는 우병국사령관을 조급하게 다그어댔다.

《우동무, 좀 말해보우. 되지 않겠소?》

오진우의 얼굴이 턱밑에까지 들어왔는데도 우병국은 얼이 나간 사람처럼 동공이 굳어져 《놀라운 일입니다.》하고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릴뿐이다.

오진우가 그 말을 듣고 돌아서더니 김정일동지를 우러러 손벽이 깨져나갈듯이 박수를 쳤다. 그뒤를 따라 리철봉과 우병국이 열정적으로 합세하였다. 오직 최현만이 박수를 치지 못하고 작전지도앞에 지시봉을 짚고 서계시는 그이를 향해 조용히 다가섰다.

장군,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를 하고는 박수를 치고있는 장령들을 향해 돌아섰다.

《자, 내가 뭐랬나? 장군의 가르침을 꼭 받아야 한대두!》

최현은 눈물까지 글썽해서 거쿨진 웃음을 터뜨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또다시 터져오르는 박수를 만류하시며 최현의 손을 마주잡으시였다.

《너무 이러지 마십시오. 내 말은 그저 방향적인것이고 이것을 작전으로 완성하자면 철봉동무랑 또 숱한 품을 들여야 할것입니다. 제가 오늘 제일 기쁜것은 그 어떤 기존공식에도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우리 식으로 적들을 격파하려는 해군동무들의 의지를 본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병국과 리철봉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씀하시였다.

《무기나 함선같은것은 없으면 만들고 모자라면 보충하며 약한것은 강하게, 작은것은 크게 발전시키면 되는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힘을 믿고 자기 식으로 사고하려는 사상은 단번에 만들수 없습니다. 어디 가서 수입해올데도 없습니다. 동무들이 이번에 그런 각오를 가지고 달라붙었기때문에 나는 이 작전방안에 일련의 결함이 있지만 아주 만족하게 보았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이번에는 그이께서 모두를 향해 박수를 쳐주시였다.

이윽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최현을 비롯한 일군들과 인사를 나누고 민족보위성청사를 나서시였다. 그이께서 차에 오르시려는데 허겁지겁 달려온 리철봉이 그이앞에 머리를 수그리며 사죄의 말씀을 올리였다.

《말씀은 너그럽게 하셨지만 저는 정말 큰 과오를 범할번하였습니다. 그 작전안대로 하였더라면 숱한 병사들의 생명이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 오르기를 그만두시고 리철봉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후에 단단히 비판을 하자고 했더니 먼저 자기비판을 하는구만. 철봉동무, 내 언제인가도 동무에게 우리는 오직 수령님식으로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출발점은 바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요. 동지들에 대한 사랑, 병사들에 대한 사랑, 인민에 대한 사랑, 고향과 부모처자에 대한 사랑… 혁명가 누구에게나 그러하지만 군인에게는 이것이 열백배나 더 귀중하오. 동무가 이번에 작전안을 세우면서 병사들을 보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것같소?》

리철봉은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내 동무에게 동지적으로 충고하는데 안해를 잘 돌봐주시오. 나는 지금까지 자기 가정을 사랑할줄 모르는 사람이 동지를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것을 보지 못했소. 일이 바빠 그런줄은 나도 알지만 사람이 사업에 빙자하여 가정을 외면하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랭혈인간이 되여버리고마오. 알겠소?》

리철봉은 고개를 더더욱 깊이 수그리며 어깨를 떨었다.

그이의 승용차가 민족보위성청사를 떠나 멀리로 사라질 때까지 리철봉은 거수경례를 올린채로 오래도록 굳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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