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회)
제 4 장
불타는 지향
1
(2)
송영숙은 그들에게 수입첨가제의 성분은 100%가 화학제이기때문에 내장장기들이 고유한 색갈을 내지 못하고 맛도 영양가도 떨어진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보세요.》
송영숙은 손으로 시험무리의 내장장기들을 가리켰다.
《우리 공장첨가제를 먹은 시험무리의 내장장기들은 이렇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 공장첨가제에는 인체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천연물과 화합물이 대부분이기때문에 자기의 고유한 색갈을 내면서두 영양가가 높고 또 맛도 있답니다.》
직관성을 배합한 기사장의 설명에 기술위원회 성원들은 다같이 머리를 크게 끄덕이였다.
이때 뒤켠에 서있던 설비부기사장이 고기가 정말 맛있는지 자기가 한번 먹어보겠다고 하였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와하- 웃음보를 터뜨렸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오리들도 되게 놀랐는지 박박갈갈 청을 높이며 한켠으로 우르르 몰켜들어 불안하게 서성거렸다.
또 누군가 눈요기나 시키고 돌려보내는것은 몰인정한 행동이라고 말하여 호동안은 또다시 웃음소리와 오리들의 울음소리로 들썩해졌다.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잠간 휴식하자고 말하였다.
그는 서정옥이와 리봄순을 불러 익은 고기와 내장을 모두 내오라고 일렀다.
서정옥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소금까지 받쳐서 사람들앞에 고기를 내놓았다.
송영숙은 그에게 유상훈박사와 리병우수의사에게는 고기를 따로 드리라고 귀띔해주었다.
사람들은 들놀이라도 나온듯 빙-둘러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를 맛있게 먹기 시작하였다.
먹성이 좋고 언제봐야 입맛이 꿀맛인 설비부기사장 최금천은 이런 기술위원회를 주에 한번씩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다. 사람들은 그냥 즐겁게 웃으며 고기를 먹었다.
고기추렴이 끝나자 사람들은 기분좋게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마지막시험을 시작합시다! 먼저 공장첨가제부터!》
송영숙이 큰소리로 말하며 검측성원들에게 머리를 끄덕였다.
마지막시험은 공장첨가제와 수입첨가제의 기호성에 대한것이였다.
오리들이 어느 먹이를 더 잘 먹는가 하는 시험이였다.
축산부문에서 짐승들의 먹성을 높이는것은 생산계획과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비교측정에서는 기호성문제를 중시하고있었다.
먼저 공장첨가제에 대한 먹이실험이였다.
서정옥이 드르릉- 먹이운반삭도를 밀고나갔다.
그늘에서 놀던 오리들이 삭도소리가 울리자 박박갈갈 청높은 소리를 내며 구유앞으로 와- 모여들었다.
놀이장에 들어선 정옥은 길게 놓인 먹이그릇에 먹이를 듬뿍듬뿍 담아주었다. 오리들이 승벽내기로 먹이를 먹기 시작하였다.
수채로 다가가 물로 목을 추기고는 다시 뒤뚝거리며 달려와 뭉툭한 주둥이로 먹이를 먹어대였다.
그러나 인츰 구유에서 물러서는 놈들이 한마리 두마리 눈에 띄였다. 얼마쯤 지나자 오리들은 거의 모두가 그늘진 곳으로 흩어져갔다.
구유에 남아있는 먹이를 보면서도 별로 당기지 않는지 몇놈 다가와 툭툭 쪼아먹다가는 다시 물러섰다.
《저놈들이 별로 당기지 않는 모양이군?》
《여름철이야 먹성이 떨어지는 시기니까.》
《하긴 그럴수도 있지.》
사람들은 오리들과 구유를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
《자! 이번엔 수입첨가제!》
송영숙이 먹이조리실쪽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어서 수입첨가제를 먹이는 대조무리의 먹이시험을 시작하라는것이다.
리봄순이 또다시 우르릉- 소리를 내며 삭도를 밀고나갔다. 그리고 다른 칸막이를 한 아래켠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먹이그릇으로 모여든 오리들은 쌈싸우듯 하면서 먹이를 먹어대였다.
구유바닥이 드러나자 이리저리 오가면서 흘린 먹이까지 쪼아먹으며 돌아쳤다. 공장첨가제를 먹일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허! 그놈들 꽤나 맛있게 먹는다.》
《저놈들 며칠 굶은건 아닐텐데…》
사람들은 욕심스럽게 먹어대는 오리들을 쳐다보며 즐겁게 껄껄 웃었다.
결국 세번째 시험에서는 수입첨가제의 기호성이 공장첨가제보다 비할바없이 높다는것이 증명되였다.
비교측정을 종합해보면 뼈고기률과 내장장기의 질량검사에서는 공장첨가제가 앞서지만 몸무게와 기호성에서는 수입첨가제보다 떨어진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시험이 끝나자 기사장은 비교측정결과를 놓고 격식없이 기술위원회 성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청년직장장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공장첨가제에 대한 신심이 생긴다면서 계획대로 수입첨가제와 공장첨가제를 절반씩 섞어서 생산을 내밀자고 말하였다.
《그러면 먹이의 기호성도 보장하구 여러모로 좋을것같습니다.》
서정관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약삭바르게 큰소리로 지지하였다. 요즈음에 와서 자기를 대하는 누이동생내외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것을 느끼고 한마디의 말로써라도 그들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려고 꾀바르게 생각한 그였다.
더우기 공장첨가제의 전망이 확고해지자 정의성의 편에 서는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라고 고쳐생각했던것이다.
(강자의 편에 서는건 항상 안전하다구 했지. …)
잠시후 유상훈박사가 느린 말씨로 반대의향을 내놓았다.
《내 생각엔 종금의 알낳이률을 보장하기 위해서두 그렇구 또 새끼오리들의 먹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두 당분간은 비육오리에게만 공장첨가제를 먹였으면 합니다.》
《예, 저두 그렇게…》
지금껏 꿔온 보리짝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한켠에 앉아있던 리병우도 유상훈박사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지지를 표시했다. 회의나 모임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몹시 부자연스러워하고 호동이나 집안에 혼자 있을 때 제일 자유롭고 마음편해하는 리병우는 언제든 자기의 주장과 의견을 당당하게 터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리병우를 깊이 리해하는 사람들은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도 많은것을 읽고 느끼군 하였다. 송영숙이 바로 그러하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두 첨가제의 비교측정에 대하여 총화지었다.
송영숙은 오늘 진행한 두 첨가제의 비교측정을 통하여 정의성을 비롯한 기술준비소에서 공장첨가제를 완성하기 위하여 얼마나 피타는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잘 알게 해주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철저히 국산화된 우리 식의 새로운 첨가제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연구에 계속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고무해주었다.
그는 제기된 의견을 종합하여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저는 공장첨가제를 생산에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서 기술준비소 소장동지와 종금2직장 수의사동지와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종금과 새끼오리를 제외한 비육오리한테만 공장첨가제와 수입첨가제를 절반씩 섞어서 생산을 하자는겁니다.》
그는 다시금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다. 모두가 기사장의 생각과 결심을 지지하였다.
어느덧 모임이 끝났다.
사람들은 시험호동을 나서면서 공장의 생산에 크게 기여한 정의성이네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 더 큰 성과를 바란다고 말하였다.
서정관은 상대방의 호감을 살수 있는 이런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그는 정의성에게로 다가서며 큰소리로 말했다.
《수고많았소. 정말 큰일을 했구만. 곁에서 잘 돕지 못해 미안하오. 정말 머리가 숙어지누만.》
그는 금빛송곳이가 다 드러나도록 싱글벙글 웃었다.
그의 말에 정옥의 얼굴에도 고운 꽃이 피여났다.
피줄사이엔 쉽게 용서가 이루어지는 법이다. 하물며 친형제인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