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 회)

제 4 장

붉은 단풍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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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인민군축하단의 시연회를 마치고 나오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로일수를 의아하게 바라보시였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재능있는 배우를 리유없이 내보내다니?》

로일수는 죄스러운 눈빛으로 그이를 우러렀다.

《다 제가 일을 쓰게 못한탓입니다. 아래에 내려가 겉돌기만 하다나니 그런 일이 있은줄을 이제야…》

로일수는 며칠전에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씀드리기 시작하였다.

그날 로일수는 조선인민군축하단의 시연회준비를 알아보기 위해 협주단에 나왔었다. 협주단단장과 정치부장을 만나 실태를 료해하고 준비사업에서 나타난 편향들을 지적해주고나서 복도에 나왔는데 마주오던 한 배우가 거수경례를 하더니 슬그머니 눈길을 떨구며 곁에 있는 문을 열고 훈련실로 들어가버리는것이였다.

그 순간 로일수는 자기가 지금껏 협주단에 내려와 일군들은 많이 만나보았지만 배우들과는 별로 접촉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군은 텁텁해야 아래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시던 김정일동지의 말씀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아래사람들과 간격을 두고 살아야 일군의 권위가 서고 저렇게 웃사람을 어려워하는것이 상하간의 응당한 례의라고 생각해왔던 자기 자신이 부끄러웠다. 로일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방금전에 배우가 문을 열고 들어선 방으로 따라들어갔다.

피아노주변에 모여 발성훈련을 하고있던 배우들이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부국장의 불의적인 출현을 긴장하게 맞이하였다.

《방이 꽤 아늑하구만. 이 방은 담벽에두 사방 창가림천을 친걸 보니 급수가 있어보이는데?》

차렷자세로 서있던 배우들이 입을 싸쥐고 키득거렸다.

발성훈련실에는 소리의 공명을 막기 위해 천이나 기타 방음재료로 네벽을 둘러막는다는것을 로일수도 알고있었다. 그러나 우월감이 강한 예술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자면 첫째로는 그들의 자부심부터 촉발시켜주고 마음을 터놓을수 있는 공간을 지어주어야 한다는것을 이미 김량남에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로일수였다. 아니나다를가 어깨에 왕별을 단 부국장이 초보적인 상식도 모른다고 확신한 한 배우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짓고 속살거렸다.

《이것은 방음용으로 댄 가림막입니다. 소리가 벽에 부딪쳐 공명되면 발성훈련을 할 때 소리감각을 찾지 못합니다.》

로일수는 두눈을 뎅그러니 뜨면서 그들에게로 다가섰다.

《그런걸 난 또 동무들이 천을 랑비하는줄 알고 비판무대에 세우려댔지? 또 하나 배웠구만. 일자지사라고 동문 내 스승인셈이요.》

꼿꼿해있던 처녀들이 까르르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은순인 좋겠다야, 부국장동지의 선생님이 되였으니. …》

로일수는 피아노수가 슬그머니 내미는 의자우에 앉으며 곁에 둘러선 배우들을 빙 둘러보았다.

《이 동무 이름이 은순인가? 그렇다구 이 동무만 부러워할건 없소. 나에게 뭐든 하나씩 배워주면 모두 선생님이 될수 있지.》

처녀들은 서로 어깨를 겯고 모여들어 겨끔내기로 묻기 시작하였다.

《부국장동진 뭘 배우고싶습니까?》

《피아노를 배우겠습니까?》

《제가 배워달랍니까?》

《악보는 볼줄 아십니까?》

로일수는 괄량이같은 처녀들의 말포위속에 들어 어느 한쪽에도 대답을 못하고 거쿨진 웃음만 터뜨렸다.

《다 배워야지. 그런데 그보다는 우선 동무들한테 아주 힘든걸 좀 물어보겠는데…》

처녀들은 부국장이 물어볼 힘든 문제라는게 무엇일가 하고 빗살같은 속눈섭들을 삼빡거렸다.

《듣자니 동무들이 내 뒤소리를 많이 한대? 거 주모자가 누군지 좀 대주겠나?》

한껏 호기심을 품고 어깨들을 가운데로 모았던 처녀들의 원둘레가 《어마.》하는 비명과 함께 쫙 벌어졌다. 그러나 부국장의 눈에서 넘실거리는 익살기를 재빨리 알아차린 녀배우들은 짐짓 두려워하는 기색을 지으며 다시 어깨를 모았다.

《뒤소리를 한건 사실이지만 주모자는 없습니다.》

《주모자가 없다? 그래 무슨 뒤소리요?》

《인재를 아낄줄 모른다는겁니다.》

《내가 인재를 아낄줄 몰라?》

로일수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면서도 마음은 바싹 긴장되였다.

롱으로 하는 말같지만 여간만 가시가 박히지 않은 소리였다.

《우리 성악부에 정설아라는 재간둥이가 있었는데 얼마전에 평양철도국 정치부장동지가 와서 문건을 다 가져갔답니다. 본인이 요구한다고 해서 그렇게 호락호락 놔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로일수는 듣느니 처음이여서 약간 얼떠름해졌다.

《정설아?! 귀에 익은 이름인데… 거 동북에서 살다가 들어왔다던 그 처녀배우?》

《예!》

처녀들이 모두어 합창으로 대답하였다.

《그런데 그 처녀동무가 달아났다는건 뭐요? 철도국이 더 좋대?》

배우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민족보위성에 있는 그 동무의 삼촌이 그렇게 요구했답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을 떼자 곁에서 옆구리를 찌른다.

《아니야, 량남지도원동지가 무서워서 나갔다던데 뭘.》

《량남지도원동지가 어데 무서워서? 삼촌이 나가라고 했다는데.》

로일수는 처녀들끼리 찧고 까부는 소리에 머리속이 알쑹달쑹해졌다.

듣고보니 정설아의 삼촌이란 민족보위성의 정영묵상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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