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 회)
제 4 장
불타는 지향
3
당비서와 함께 시험호동에서 돌아온 송영숙은 곧장 생산과로 찾아갔다.
기술위원회에서 결정된대로 하반년 오리먹이처방에 대한 생산지령을 과장에게 주었다.
그는 인츰 사무실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선 그는 선풍기를 켜놓은 다음 벽가의 팔걸이의자에 앉았다.
더위는 순간에 가셔졌다. 그러나 가슴은 여전히 답답하였다.
선풍기의 회전속도를 더 높였지만 어쩐지 답답한 가슴은 열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늘 진행되였던 두 첨가제의 비교측정결과가 곧 자기
그들의 말은 옳았다. 정의성의 첨가제연구성원들의 노력에 의하여 공장의 생산활동과 경영활동에서는 새로운 변혁이 일어났으며 그 전망은 더욱 밝았다.
현상태로써도 첨가제연구조는 공장에 막대한 리익을 준것이다.
하지만 지금 송영숙의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눈앞에서는 세번째 비교시험장면이 그냥 떠올라 사라지지 않고있었다. 구유에 남은 먹이를 보면서도 흩어져가던 시험무리들… 쌈싸우듯 먹어대고도 모자라서 흘린 먹이까지 찾아먹던 대조무리들…
(먹성인자가 없는건 공장첨가제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것이 오리몸무게를 떨어뜨리는 기본요인이였어. 그런데…)
송영숙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공장첨가제에 먹이유인제가 없다는것을 이미전부터 알고있으면서도 먹이의 기호성을 가지고 비교측정을 조직한것은 자기
사실 그는 공장첨가제에 먹성인자가 없다는것을 알고있을뿐 아니라 바로 그 먹성인자를 어떻게 하면 얻을수 있는가에 대하여도 잘 알고있었다. 하면서도 구태여 먹이의 기호성에 대한 비교측정을 조직한것은 무엇때문인가.
송영숙은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슬며시 눈을 감았다.
(먹성인자! … 먹이유인제! …)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문득 닭공장에서 첨가제연구를 진행하던 어느날 우연히 읽었던 어느한 잡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독성이 강한 화학공장 페설물처리에 대한 짤막한 내용이 서술되여있었다.
송영숙은 하마트면 스쳐버릴번 하였던 그 내용에 바짝 흥미를 가지였다.
뜨리체라는 입말로 불리우는 그 페설물은 독성이 센데다가 발암성물질을 가지고있어서 땅속깊이에 매몰시켜버리지만 그것의 화학조성을 보니 그속에는 가금의 입맛을 자극시키는 베타인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었다.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맛과 향기를 가지고있는 베타인은 그자체가 아미노산의 한 일종인 동시에 리상적인 가금먹이유인제였다.
사실 먹성인자가 들어있는 천연물은 사탕무우이지만 원료원천이 고갈된 그것을 선택하는것은 국산화의 원칙에 어긋나는것이였다.
그러나 원천이 무진장한 화학공장 페설물은…
문제는 화합물인 먹성인자를 합성하자면 독성이 강한 그 페설물과 씨름을 해야 한다는것이다.
(그러니 귀중한 생명과 무모한 장난질을 해야 하는가? … 안돼! 절대루! …)
그때 송영숙은 누군가에게서 타당치 않은 강박을 받은것처럼 세차게 머리를 저으며 항거하듯 잡지를 덮어버렸다. 그리고는 다른 방법으로 먹성인자를 찾아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은 없다! 오직 페설물로 합성하는 방법밖엔 없다. 그렇다면 누가? … 내가? … 아니면 정기사가? …)
송영숙은 자기
지금껏 정의성과 함께 첨가제연구에 대하여 많은 의견을 나누었지만 먹성인자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한번도 토론해본적이 없었다.
물론 정의성도 먹성인자에 대하여 많이 생각하고 반드시 그것을 해결하리라 다짐했을것이다. 그러나 송영숙이 그 문제를 피해왔기때문에 론의가 이루어지지 않은것이다.
(어느때건 정기사도 먹성인자해결에 뛰여들것이다. 그러니 그가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
그의 눈앞에는 구유에 남은 먹이를 보면서도 흩어져가던 시험오리들이 다시금 보여왔다. 맛있는 먹이를 요구하듯 청높여 울어대던 오리들의 합창도 귀전을 울렸다.
느닷없이 이 모든것에 눈을 감고 귀를 막으려는 자기
송영숙은 오래동안 그린듯이 앉아있었다.
생각은 점점 깊어져갔다.
국산화된 우리 식의 첨가제를 만들어 더 많은 고기와 알을 생산하는것은 단순한 기술혁신이나 생산장성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조국은 민족의 운명과 존엄을 지키고 세계에 우뚝 올라서기 위한 사회주의수호전을 힘차게 벌리고있다.
이 땅우에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하는것으로써 우리의 공화국을 고립압살시키려는 강도적인 제국주의반동세력들에게 된매를 안기기 위해 정치와 군사, 경제와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치렬한 전쟁을 벌리고있다.
수입병을 없애고 우리의 힘과 기술, 우리의 지혜로 주체화, 국산화를 다그치고 과학기술강국을 일떠세우는것도 당당한 사회주의수호전이 아니겠는가.
하다면 우리의 생명이고 생활인 사회주의, 우리 삶의 요람인 사회주의 내 조국을 지키고 빛내이기 위한 이 준엄한 조국수호전의 맨 앞장에 과연 누가 나서야 하는가.
강국건설을 위해 천만군민이 어깨성을 쌓고 떨쳐나선 오늘 과학기술전선에 선 일군들은 응당 《나를 따라 앞으로!》의 구호를 자기의 사업과 생활에 구현해야 할것이다.
어제날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이 총대로 지켜온 이 조국을 오늘 우리는 과학기술의 장검으로 지켜내야 할것이다.
《사회주의조국수호전… 조국수호전…》
송영숙의 눈앞에는 느닷없이 아버지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군복을 입고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조국을 지켜온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모습은 송영숙의 눈앞에 더욱더 크게 확대되여 안겨왔다.
《아버지!》
그는 입속말로 조용히 불러보았다.
기쁘고 즐거울 때마다, 힘겹고 어려울 때마다 그려보고 불러보군 하는 아버지였다.
그날 저녁 집에 들어온 그는 말없이 어머니의 옷장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곳으로 이사해온 날 어머니가 보자기에 정히 싸넣었던 아버지의 군복을 꺼내여 펼쳐보았다.
옷자락이며 령장을 쓸어보느라니 아버지의 체취와 따스한 체온이 금시라도 느껴지는것같았다. 가슴이 찌르르- 젖어들었다.
《그건 왜 꺼냈니?》
부엌에서 올라온 어머니가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
《이제부턴 이 군복을 내가 건사하겠어요. 일없겠지요?》
송영숙은 담담한 어조로 어머니의 의향을 물었다.
문춘실은 머리를 끄떡이였다.
《일없구말구. 헌데… 무슨 일이 있었니?》
부채살같은 주름살이 모여든 그의 눈가에는 여전히 의혹의 빛이 담겨져있었다.
《아니요, 아무 일두 없었어요.》 송영숙은 머리를 저었다.
그는 더 말하지 않고 아버지의 군복을 안은채 웃방으로 올라왔다.
송영숙은 아버지의 군복을 자기의 옷장에 정히 걸어놓은 다음 한동안 그앞에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