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3 회)

제 4 장

붉은 단풍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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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두주먹을 허리에 얹으시고 웃몸을 약간 뒤로 제끼시며 각종 포무기들이 위치를 차지한 백사장과 저 멀리 바다한복판에 항적대형을 짓고 질서있게 떠있는 함선들을 바라보시였다.

서느러운 해풍에 그이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다 나왔구만, 우리가 만든 함선들이. … 조국해방전쟁때는 어뢰정 몇척밖에 없었는데 이만하면 대단하오! 하하하…》

수령님께서는 수행한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자, 보라, 저것이 다 우리가 만든것이다, 60년대초에 우리가 병진로선을 내놓으려고 할 때 인민생활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반대해나선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그말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이런 날을 생각할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이렇게 위력한 무기들을 꽝꽝 만들어내면서도 인민들의 밥상에 닭알부침과 명태국은 떨구지 않고있다고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만족해선 안되오. 미국놈들이 우릴 먹어보겠다고 계속 으르렁거리는데 더 크고 위력한 무기들을 계속 만들어내야 하오. 가만, 거 ㅌ공장에서 개발한다던 그거 있지?》

어버이수령님께서 김정일동지를 향해 물으시였다.

《지금 3차시험을 거치고 거의 완성단계에 있습니다. 군수공장 로동계급들의 열의가 대단합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좀더 일을 다그치지 못하여 이번 당대회에 그 무기를 선물로 울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남들은 그런 무기를 개발하는데 몇십년씩 걸렸다, 벌써 완성단계에 들어간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하시며 덤비지 말고 최상급으로 완성하게 하라고 이르시였다.

《뭐니뭐니해도 군대가 쎄야 하오. 지금 남조선의 박정희가 우리에게 어떻게 말을 좀 걸어보지 못하겠나 해서 껄렁껄렁하는데 그네들이 무슨 통일할 마음이 생겨서 그러는건 아니고 우리 군대가 자꾸 쎄지니까 아무래도 전쟁해선 안되겠구나 하고 겁을 먹어 그러는게요. 닉슨도 중국이 핵시험에서 성공한 다음부터는 그쪽에다 계속 추파를 던지고있는데 원리는 같소. 적들과의 대결에서 주도권을 쥐자고 해도 그렇고 거들먹거리는 대국주의자들에게 땅땅 큰소리를 치자고 해도 가질것은 다 가져야 하오.》

잠시후 관람대 오른쪽에 치우쳐있는 야전지휘소우로 축포탄같은 붉은 불덩이 두개가 핑 소리를 내며 솟아올랐다. 신호탄의 총성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그것이 불러온 메아리는 하늘과 바다를 한꺼번에 흔들어찢었다. 꽈다당, 꽈다당 하고 해안포들의 일제사격소리가 울리자 모래뚝에 서있던 사람들이 일시에 손바닥으로 귀를 가리며 무시무시한 굉음을 터친 장거리포들과 그 주위에서 화력복무동작을 정확히 수행하고있는 애젊은 포병들을 놀라운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눈앞이 온통 흔들흔들할 정도로 지진이 일어나고 땅이 꺼져앉는듯한 폭발소리가 연방 터지는데도 병사들은 그 무시무시한 진동의 한복판에서 춤추듯이 날아다닌다. 야전지휘소쪽에서 무엇이라고 웨치는 소리에 이어 포뒤에 수기를 들고 선 포장들이 높이 쳐들었던 수기를 땅밑으로 휘저어내리면 수평선을 바라고 태연하게 웅크리고있던 육중한 포들이 펄쩍 뛰여오르면서 하늘이 깨져나가는 노성을 터뜨린다. 그때마다 연막탄처럼 포주위를 감싸는 푸르스름한 화약연기속으로 누런 포탄깍지들이 번뜩번뜩 나떨어진다.

바다기슭에서 수평선쪽으로 멀리 떨어진곳에 목표로 설정된 상청도가 바라보였다. 섬은 얼핏보기에 커다란 로동화같이 생겼는데 그 앞코숭이에 뻘건 불꽃들이 벙긋벙긋 피여나더니 한참만에야 꽈르릉 하는 메아리가 이쪽모래뚝에 와닿았다.

《잘-해!》

쌍안경을 내리우신 어버이수령님께서 야전지휘소쪽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쳐들어보이시였다. 관람대쪽을 긴장하게 바라보고있던 리철봉이 어버이수령님을 우러러 거수경례를 올리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수령님께서는 손을 쳐들어 답례를 하시고나서 앞쪽을 가리켜보이시였다.

《섬주변에 수주가 하나도 생기지 않았소, 그만큼 불기둥이 많이 생겼다는것이지. 우리 병사들이 백발백중이요!》

수령님께서 다시 쌍안경을 들어올리시려는데 뒤에 섰던 민족보위상이 오른쪽을 가리켜드렸다.

수령님, 정찰병구분대들의 상륙전이 시작되였습니다. 저기 하청도 뒤에 은페시켰던 수송정들이 웅량만쪽으로 이동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 쌍안경을 오른쪽으로 돌리시니 거기에서는 장쾌한 물보라가 일어나고있었다. 십여척의 고속수송정들이 금방 섬뒤에서 돌아나온것같았는데 어느새 관람대앞쪽을 지나 웅량만쪽으로 향하고있었다.

선수를 경사지게 쳐들고 하얀 물갈기를 기발처럼 나붓기며 돌진하는 수송정에는 위장복을 뒤집어쓴 정찰병들이 총구를 앞으로 향한채 어깨를 숙이고 웅크렸는데 매 수송정들에서 지휘관인듯한 군인들이 차렷자세를 취하고 관람대쪽에 거수경례를 올리며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저것도 우리거지?》하고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씀하시더니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 누구인가를 찾으시였다.

《오진우동무가 어디 갔나? 아, 거기 있었구만. 그래, 오동무! 저걸 보니 전쟁때 생각이 안나오? 전쟁 첫 시기에 동무가 최고사령부명령을 받고 동해안상륙작전을 하던 일 말이요.》

그것은 그때까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였다.

조국해방전쟁의 첫 시기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류경수의 땅크사단을 서울에 파견하시는것과 함께 적들의 시선이 38°선쪽에만 쏠려있는 틈에 오진우의 한개 사단을 원산항에서 출발시켜 적후방깊이의 해안에 상륙하도록 하시였다. 그러나 그때 오진우는 현대적인 전투함선들이 부족하여 민간에서 쓰는 발동선들까지 리용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적들이 해상으로 들어오는 아군을 발견하고 소동을 피우며 전호를 차지하고있을 때 느릿느릿하게 다가드는 륙지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터져나갈듯이 안타깝고 답답했을 오진우의 마음을 헤아리시는듯 수령님께서는 그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시였다.

드디여 웅량만간석지에 배머리를 댄 수송정에서 군인들이 날아내리기 시작하였다. 간석지기슭은 발목이 잠길만큼 얕은 곳이였으나 수송정들은 번개같이 파도우를 미끄러지던 타력으로 거침없이 날아들어가 갈대가 술렁거리는 기슭변두리에 푹푹 박히였다.

《수송정이 저렇게 얕은데까지 다 들어가누만. 적들의 요진통에 저렇게 비수같이 박혀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 앞으로 저 수송정보다 더 빠르고 위력한 함선들도 만들자고 한다고 대답을 올리시였다. 관람대에 올라선 책임일군들은 두분사이에 오고가는 대화를 들으면서 그이께서 군수공업부문의 일을 언제 저렇게 환히 꿰드셨는가 하고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모래뚝쪽에서 야! 하고 환성이 올랐다.

어느사이에 화력계선을 차지한 전투함선들에서 뻘건 불줄기들이 줄지어 날아오르기 시작한것이였다.

하청도의 량좌우에서 각이한 포정들이 순차대로 각기 목표를 향해 사격을 개시하자 바다우에는 무지개모양의 커다란 불띠가 생겨났다. 하청도정수리에 뿌리를 내리박은 두개의 《무지개》는 전체적으로 볼 때 옛날 장수들이 쓰던 활을 바다우에 뒤집어세운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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