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 회)

제 5 장

북두칠성 빛나는 밤

2

(1)

 

교교한 달빛이 내리비치는 대극장주변은 물을 뿌린듯 고요하였다.

자정이 넘도록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의 창조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협주단창작가들과 헤여져 밖으로 나오시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은하수 흐르는 밤하늘을 쳐다보시였다.

견우성은 어디 있고 직녀성은 어디에 있는가.

은하수를 사이두고 서로 헤여져 애타는 그리움으로 반짝이다가 칠월칠석이면 오작교우에서 서로 만난다는 전설속의 별

보석을 쥐여뿌린것같은 무수한 별무리속에서 두개의 별을 찾아내신 그이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최진성이 정설아의 애인이라니.

방금전에 김량남이 하던 이야기가 떠올라 마냥 가슴이 울렁거리시였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자신께선 또 얼마나 놀라시였던가!

《다시한번 말해보오. 분명 석박골에 있던 최진성이라고 했소?》

《예, 분명 그랬습니다. 자기는 지금껏 어머니의 떳떳치 못한 과거때문에 그를 멀리해왔다는것입니다. 라국작곡가동무의 말에 의하면 지난해 인민군협주단이 석도에 공연하러 갔을 때 그곳 중대정치지도원이 설아동무를 몹시 찾았다는데…》

《그러니 최진성이는 설아가 협주단에 돌아온걸 모르고있겠소?》

김량남은 어줍게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 동무만 모르면 별문제인데 사달은 설아동무도 진성동무가 어데 있는지 모른다는겁니다. 석도에 있던 중대가 다른 부대로 조동되였다고 하는데… 제 그래서 로일수부국장동지가 나오면 부탁을 해보자구 생각하던중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어깨를 쿡 쥐여박으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하하하… 진성동물 찾는건 누구에게 부탁할것도 없소. 그 동무가 어디 있는지는 내가 잘 아오!》

최진성은 지금 리철봉이 군단장으로 가있는 18군단에서 중대장사업을 하고있었다. 수령님께서도 잘 알고계시는 김철환영웅중대였다.

그이께서는 설아동무에게 당장 최진성의 주소를 알려주라고, 자신께서도 인차 최진성에게 설아의 소식을 전하겠다고 기쁨에 넘쳐서 말씀하시였다. 김량남은 마치도 헤여졌던 자기의 혈육을 찾은것만치나 반가와서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즐거움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최광의 아들인 최진성이 정설아의 애인이라는 사실도, 운명의 곡절로 서로 헤여졌던 청춘들이 이제 곧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사실도 기뻤지만 그보다는 김량남을 피해서 멀리로 달아났던 설아가 오늘은 그에게 자기의 마음속 비밀을 다 꺼내놓을만큼 가까와진것이 무엇보다 즐거우시였다.

김량남이 당중앙위원회일군으로서 한 녀배우의 마음속 문을 연것이

밤하늘에 은하수가 흐른다. 뭇별들이 반짝인다.

견우성은 어디 있고 직녀성은 어디에 있는가. …

저 하늘의 은하수는 일년에 겨우 한번 오작교를 놓아주지만 우리 당은 이 땅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일년사계절 아니, 천만년 영원히 사랑의 오작교를 놓아줄것이다. 응어리진 가슴들, 서리맺힌 심장들, 재가 앉은 마음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따뜻한 정과 사랑으로 꽃을 피우고 푸른 잎새를 자래울것이다. 수령님의 따사로운 해빛이 비치는 이 강산에 단 한점의 그늘도 생기지 않게

그이께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즐거운 명상에 잠기셨는데 고요한 밤공기속으로 나직하고도 힘있는 구령소리가 울려왔다.

《근무중 이상없음!》

도레미화순서로 끌어올리다가 뒤끝에 힘을 주어 끊어던지는 군인들 특유의 구령소리였다. 철컥철컥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에 이어 뚜벅뚜벅 군화발소리가 어디론가 멀어져간다.

대극장 앞마당의 여기저기를 더듬던 그이의 시선이 저쪽모서리의 바깥등아래에 멈춰섰다. 군복저고리허리를 혁띠로 가뜬히 졸라매고 철갑모를 쓴 군인 두명이 자동보총을 가슴앞에 비스듬히 드리우고 대극장쪽을 향하여 반듯이 섰다. 벌써 여러날째 보시는 군인들이다.

팔에는 《경무원》완장을 둘렀는데 야간에는 대체로 류동근무를 서는 경무원들이 저렇게 번번한 마당에 둘씩이나 나란히 서서 《차렷근무》를 서는것이 어쩐지 별스럽다.

김정일동지께서 군인들쪽을 한참 바라보시느라니 륙감적으로 이쪽을 돌아다보던 군인들이 눈을 허둥거리며 바깥등의 조명이 덜 미치는 극장건물모퉁이로 슬슬 사라져버렸다. 자신을 피하는 눈치가 헨둥한 그들의 거동을 보니 언제인가 최현이 하던 말이 생각나시였다.

《내 전문섭이한테 욕을 좀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이 없는가구 말입니다. 한 둬명 떼서라두 장군님호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니까 재간이 있으면 날보구 어디 해보라나요. 글쎄 장군님께서야 만류하시겠지만 이건 그저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요전번엔 량남이하구 둘이서 청류벽밑에 나가 밤을 새우셨다면서요?》

그이께서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의 서장부분 관현악반주문제를 가지고 량남이와 토론을 하시다가 청류벽밑에서 밤을 새우신것은 사실이였다. 그런데 그것을 최현이 어떻게 알았는지 호위사업원칙에 어긋난다고 막 야단을 하는것이였다.

《최현동지, 이러지 마십시오. 거듭 말하지만 저는 수령님의 전사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저를 놓고 호위요, 뭐요 하는 말씀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꾹 눌러놓으시였는데 끝내 군인들을 동원하여 저렇게 《경무》를 세운것이 분명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 오르시여 민족보위성쪽으로 방향을 잡으시였다. 그러지 않아도 최현을 만나시려던 참이였던것만큼 이왕 만난김에 저 《경무원》들을 철수시키도록 해야 할것같았다. 고집이 센 최현이 호락호락 굽어들지도 않겠지만 첫째로는 모르쇠부터 하고들것이다.

아니나다를가 사무실에서 그이를 맞이한 최현은 대극장주변의 《경무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경무근무는 자기가 관할하지 않고 총참모부에서 조직하는것이라고 둘러치려고 하였다.

《최현동지, 저를 좀 똑똑히 보십시오. 눈길이 왜 그렇게 곧지 못합니까? 아무리 그래봐야 절 속이지는 못합니다.》

최현은 어쩌는수없이 굴복하고말았다.

《에 참, 내가 손들었습니다. 예, 제가 조직했습니다. 그런데 뭐 잘못된거라두 있습니까? 민족보위상한테 그만한 권한두 없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안타까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저는 권한문제를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우리 군대가 총대로 받들고 호위해야 할분은 오직 위대한 수령님 한분뿐이십니다. 이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현동지가 자꾸 이러시면 저는 뭐가 됩니까?》

《글쎄 무슨 질책을 하시더라두 이 최현이가 군복을 입고있는한 그것만은 양보 못합니다. 정 그러시면 땅굴을 파구 숨겨서라두 호위를 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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