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0 회)

제 5 장

북두칠성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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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아예 등을 돌려대고앉은 최현의 고집에 억이 막혀 한동안이나 말씀을 떼지 못하시였다. 무거운 침묵에 놀라 슬쩍 뒤를 돌아보던 최현이 그이의 안타까움이 어린 존안을 뵙고 급히 돌아앉았다.

장군님! 정 그러시다니 제 속에 있는 말을 좀 하겠습니다. 내 지금껏 한생 총을 잡구 혁명을 보위해왔다고 하지만 사실 그 혁명이란게 우리 수령님이 아니시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수령님을 보위해서 한 일이 뭡니까? 난 전쟁때두 수령님곁을 떠나 전선에 나가있었습니다. 박헌영이, 리승엽이, 허가이 같은것들이 수령님곁에 씨글씨글하고 리승엽이네 패당들이 최고사령부코앞에서 테로훈련을 할 때 강건이, 최광이, 오진우, 박정덕이… 끌끌한 군사들은 한명두 곁에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최고사령부집무실앞에 시한탄이 떨어졌을 때두 친위중대동무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는걸 수령님께서 다 끌어다 갱도에 밀어보내셨겠습니까. 전쟁이 끝난 다음엔 그래두 마음을 좀 놓았댔는데 최창익이, 박창옥이네 패거리들이 험한 작당을 하고 돌아가는것두 모르구있었지, 그다음엔 또 박금철이, 김도만이… 그다음엔 또 김창봉이, 허봉학이… 내 적지 않은 생에 이런 가슴떨리는 일들을 루루이 겪고나서 얻은 진리가 있습니다. 적이라는건 앞에서 칼을 들구 덤벼드는것들보다 뒤에서 쏠라닥거리는 놈들이 더 무섭구, 위험은 먼데 있는게 아니라 바로 우리의 코앞에 있다구요. 력사적교훈을 보면 인민들이 우리 수령님만을 지지하구 전체 인민군대가 당을 옹위해나섰어도 한줌도 못되는 음모가, 야심가들은 다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난 장군님마음을 잘 압니다. 하지만 장군님께서두 아셔야 합니다. 장군님은 절대루 개인이 아니라 우리 혁명을 책임지구 멀리 가셔야 할분이십니다. 나는 조선혁명을 보위할 임무를 지닌 민족보위상으로서 자기 사명을 수행하자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현의 절절한 토로에서 수령님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완수해야 할 력사적과업을 자신께 의탁하는 로혁명가의 진심어린 당부와 함께 혁명에 대한 그의 무한한 충실성과 책임감, 군인의 량심과 의지를 가슴뿌듯이 느끼시였다.

《고맙습니다. 최현동지, 저는 그 말씀을 어버이수령님의 혁명위업을 받들어 일을 더 잘해달라는 한 로투사의 당부와 동지적사랑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제서야 최현의 눈가에 웃음이 피여올랐다.

《그러니 이 밤중에 그걸 비판하자고 오셨댔습니까?》

《왜 그것뿐이겠습니까? 내 오늘은 최현동지를 단단히 비판하자고 안건을 한 둬개 더 가지고왔습니다.》

최현은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셔지고 눈이 굳어지더니 군복앞섶을 쭉 잡아당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비판인지 어서 해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현의 팔을 잡아 도로 자리에 앉히시며 회의도 아닌데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하시였다.

《나는 최현동지가 동지들에 대한 사랑과 정이 남달리 깊고 또 의리도 강하다는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늘 최현동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혁명의 1세들이 지닌 고결한 인간됨을 느끼고 그것을 거울삼아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에 은률군에 가셔서는 어째서 최광동지네 집에 들려보지 않고 그냥 돌아오셨습니까?》

최현은 자기를 면바로 들여다보시는 그이의 시선을 이겨내기 어려운듯 슬그머니 눈길을 피하였다.

《사실은 최광이가 거기 일군들속에서 말밥에 오른다기에 한번 찾아가 되게 비판할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아래에 내려가 마음고생할 사람에게 욕을 하자니… 제가 마음이 모질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제서야 최현이 은률군에까지 갔다가 최광의 집에 들리지 못한 사연을 알게 되시였다. 그이께서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최현의 상심한 얼굴을 바라보시였다.

《최현동지 심정은 알만합니다. 하지만 그때 최광동지를 꼭 만나보실걸 그랬습니다. 제 좀 알아보았는데 최광동지는 사업소의 예비부속을 어디 다른데 쓴것이 아니라 전부 군대차들의 운행을 보장하는데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한생 군복을 입고산 최광동지가 부속품이 없어 고생하는 군대차들을 보고 외면할수 없어 한 일인데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걸고들었습니다.》

최현은 놀랐다.

놀랐다기보다 어떤 불모래같은것이 얼굴을 뒤덮는것같았다.

최광이가 군대차들을 도와주자고 차부속을 꺼내쓰다니?

그런것을 나는 부위원장이란 사람의 말만 듣고 최광을 오해했단 말인가!

몇십년이나 함께 싸워온 전우보다 처음 만난 그 사람의 말을 더 믿을만큼 이 최현이의 가슴이 얄팍해졌단 말인가!

한번 과오를 범한 사람이니 응당 그럴수 있으리라고 쉽사리 믿어버렸단 말인가?

무의식적으로 웃주머니를 더듬어 호박물주리를 꺼내들었던 최현은 그이의 시선과 눈길이 부딪치자 황급히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김정일동지께서 탁우에 놓여있던 재털이를 들어 앞에 놓아주시였으나 끝내 물주리를 다시 꺼내지 않고 굳어진 동공으로 전등이 매달린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최광동지는 사업소안에 생산설비도 꾸려놓고 자동차공장 로동자들속에 들어가 함께 일도 하면서 군인들에게 넘겨준 예비부속품을 보충하겠다고 애를 쓰고있습니다. 그래서 제 군수공장에 나가있는 연형묵동무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래일 아침에 후라이스반 한대와 새 예비부속품을 한차 싣고 올라오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군수공장들도 꽝꽝 돌아가는데 군대에서 쓴것을 군대에서 보상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현은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한채 눈만 슴뻑이였다.

문득 대극장에 세워놓은 《경무원》들 생각이 났다.

그이의 안녕을 호위해드린다고? 그이를 지켜드린다고?

바로 그이께서 나같은 사람들을, 우리 로전사들을 한사람, 한사람 품에 안고 고이 지켜주시는것이 아닌가!

최현은 고개를 짓수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제 래일당장 은률에 갔다오겠습니다. 최광이와 옥순이에게도 제 잘못을 빌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며 유쾌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잘못이야 무슨 잘못을 빈다고 그럽니까. 그렇게 되면 제가 두분의 반가운 상봉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 보람이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래일 최광동지에게 보낼 기쁜 소식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최현은 고개를 들고 그이의 밝으신 존안을 우러렀다.

《이제 얼마 안있어 최진성동무가 멋있는 며느리감을 데리고 집에 갈거라고 전해주십시오. 내가 잘 아는 동무인데 아마 마음에 꼭 들거라고 말입니다. 하하하. …》

최현의 방에는 그이의 청청한 웃음소리가 오래도록 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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