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3 회)

제 5 장

북두칠성 빛나는 밤

4

 

최진성에게 있어서 그것은 실로 뜻밖의 소식이였다.

새로 온 리철봉군단장, 언제인가 김정일동지를 만나뵙던 그 승용차안에서 자기를 못마땅한 눈길로 돌아보던 그 해군장령이 아버지때문에 군복을 벗고 강직되였던 사람이라니?!…

석도진지공사를 끝내고 여기 18군단으로 옮겨오면서 군단직속 정찰중대장으로 승급되여간 석철룡이 슬그머니 전화로 알려준 소식이였다.

《진성동무, 듣자하니 이번에 군단지휘관들이 중대를 하나씩 담당해서 훈련지도를 하게 되였는데 동무네 중대는 리오송부군단장동지가 맡게 되였던걸 군단장이 무조건 자기가 맡겠다고 우겼다누만. 큰사람들이 뭘 그러기야 하겠냐만 어쨌든 자기를 제대시켰던 사람의 아들이 중대장을 하는걸 알면서 감정이 좋을수야 없지 않나? 내가 말하고싶은건 설사 군단장이 개인감정을 좀 내세운다고 해도 동무는 절대 타내지 말라는거야. 김철환정치지도원을 생각해서라도 참아야 하네. 나를 비롯해서 우리가 이전에 철없는 일을 좀 많이 저질렀나? 사람은 자기 아픔만이 아니라 남의 아픔도 헤아릴줄 알아야 큰사람이 되는것같아. 듣기 싫은 소리지?》

진성은 송수화기에 대고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이전같으면 그 말에 더럭 겁이 났을지도 모르고 마음속고민이 시작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고 타낼것도 없다.

진성은 며칠전에 설아의 편지를 받았다. 협주단에서 도망치던 이야기, 철도국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던 이야기, 당중앙위원회에서 다시 군복을 입고 인민군협주단으로 돌아간 이야기, 새로 창조하는 혁명가극에 참가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자기의 주소를 찾아 편지를 쓰게 된 사연…

장문의 그 편지에서 김정일동지의 존함을 보았을 때 최진성은 숨막히는 감격에 가슴이 터져나갈것만 같았다.

바로 그이께서 김철환과 같은 정치지도원을 자기곁에 세워주시고 영영 떠나가버린줄만 알았던 설아도 자기곁에 보내주신것이다. 그런 다심하고 은혜로운 시선이 자기를 비쳐보고있는 한 진성은 이 세상 그 무엇도 두려울것이 없었다.

군단장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항일혁명투사 최광의 변함없는 아들이고 그이의 《소꿉친구》이다.

그래, 소꿉시절에 하셨던 그이의 말씀이 옳다. 성이야 《바가지 박》이든 《바구니 박》이든 우리는 모두 어버이수령님의 아들들이 아닌가.

그이께 바치는 나의 충성이 변함없을진대 어떤 오해가 두렵고 어떤 곡절이 무섭겠는가.

최진성은 아버지때문에 군복을 벗을번 했다던 군단장이 자기에게 어떤 곡해를 가지고있더라도 오직 명령에 충실하리라는 마음을 굳게 벼리였다.

《대대 차렷!-》

마당에서 울리는 직일관의 구령소리에 펀뜻 놀라 눈을 들어보니 평시에 보지 못하던 고급승용차가 대대운동장에 들어서고있었다.

차에서 내려선것은 퍼그나 낯이 익은 최현민족보위상과 륙군군복을 새로 입어 약간 낯설어보이는 그 《해군장령》이였다.

대대지휘관들과 함께 지휘부로 들어갈줄 알았던 최현과 새로 온 군단장은 곧장 최진성의 중대병실쪽으로 걸어왔다. 최진성은 화뜰 놀라서 군복매무시를 바로하고 그들을 향해 마주 뛰여갔다.

《민족보위상동지, 제18군단 34려단 5대대 김철환영웅중대는 훈련을 진행하고있습니다. 중대장 상위 최진성!》

최진성의 영접보고를 마지막까지 듣고난 최현이 이마전에 올리붙였던 손을 내리워 최진성을 향해 쑥 내밀었다.

《진성이! 아버지소식을 알고싶지 않나?》

최진성은 몸이 꽛꽛해지는것을 느끼며 민족보위상의 뒤에 선 군단장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리철봉군단장은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눈길을 떨구고 발치만 내려다보고있었다.

《내 어제 동무네 집에 갔댔어. 아버지, 어머니는 다 건강하시더군.》

최현은 군복단추를 열고 안주머니에서 편지 한장을 꺼내들었다.

《자, 어머니가 보내는 편지야. 뭘 데꾼해서 그래? 민족보위상은 기통수노릇을 못하나?》

최진성은 최현이 내민 편지를 받아들면서도 군단장의 얼굴만 계속 곁눈질해보았다. 진성은 최현민족보위상이 자기 부모들과 어떤 관계인지 잘 안다. 설명절때 몇번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그의 집에 가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때문에 억울한 처벌을 받았었다는 군단장앞에서 기뻐해야 할지, 침묵을 지켜야 할지 몸둘바를 알수가 없다.

최현은 진성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듯이 가까이 다가서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실은 동무에게 사죄를 하자고 왔어. 난 지금껏 동무 아버지를 전우답게 대해주지 못했소. 그래서 동무가 적도에 가있을 때두 마음뿐이였지 가볼 생각을 못했구. 김정일동지께서 제때에 일깨워주시지 않았더라면 난 전우 한명을 영영 잃어버릴번했소. 진성이!》

최현이 진성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버럭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동문 최가지? 수령님을 충심으로 받들어온 최광이의 한생을 동무가 이어야 돼!  내 그래서 동무네 군단장한테두 특별과업을 줬소. 진성이를 딱 틀어쥐구 단단히 조이라구! 의견이 있나?》

무슨 의견이 있겠는가? 진성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남의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최현은 껄껄 웃으면서 중대병실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최진성은 새로 온 리철봉군단장이 오늘부터 한달동안 자기들과 함께 중대생활을 하게 되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군단장이 안고온 중대생활계획에는 부르기도 아름찬 과제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행군훈련, 사격훈련, 병영꾸리기, 부업…

그러나 진성은 그 모든것이 하나도 어려워보이지 않았고 마냥 기쁘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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