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 회)

제 5 장

북두칠성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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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문을 통과하여 현관앞에 차를 세우신 그이께서는 또다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시며 차에서 내리시였다.

정각 17시! 초까지 맞춘 자기 시간이였다. 그런데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여느때는 에누리가 없는 사람이였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시였다.

그이께서 기다리고계신것은 한주일전에 병원에서 퇴원한 김량남이였다.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을 완성하느라 모진 아픔을 참고견디던 김량남이 끝내 침대에 눕게 되자 그이께서는 외국에 나가있던 허담을 비롯한 외교일군들에게까지 부탁하여 별의별 좋은 약재를 다 구해오시였다.

그렇게 애를 써서 겨우 퇴원을 시켰지만 의사들은 환자가 아침과 오후에 꼭꼭 30분씩 운동을 하지 않으면 병이 또 도질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본인은 그사이 일을 못한 봉창을 한다고 하면서 의사들의 권고를 귀등으로 넘기고 사무실과 극장에만 붙박혀지냈다.

김정일동지께서 몇번 충고를 하시였어도 그 식이 장식이였다.

그이께서는 김량남이 절대로 사무실밖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두문처벌을 내리시고 사흘전부터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그를 마당에 데리고나와 치료운동을 시키시였다. 이렇게 몇번 반복하니 김량남은 전화로 찾지 않아도 제시간에 꼭꼭 마당에 내려오군 하였다. 그러던 량남이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인가? 벌써 7분이 지나갔는데 내려올 사람이면 이렇게 늦어질리가 없었다. 그이께서는 김량남의 방으로 급히 올라가시였다.

뜻밖에도 김량남은 사무실에 셈평좋게 앉아 글을 쓰고있었다.

《아니, 남은 눈이 까매서 기다리고있는데 동무는 뭐요?》

김량남은 화뜰 놀라서 손에 쥐였던 펜을 집어던지고 의자를 넘어뜨릴듯이 뒤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오늘 대극장에서 시연회가 있다고 하기에 오늘은 못들어오실줄 알고…》

《그래, 내가 안들어오면 운동을 안하려댔소? 그리고 내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은들 량남이하고 한 약속을 어기겠는가? 나는 일초라도 늦을가봐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어쩌면 사람이 그렇소?》

김량남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만하고 어서 내려가자고 하시며 먼저 방을 나서시였다. 그이의 등에 꺼먼 땀얼룩이 진것을 본 량남은 터져오르는 격정을 삼키며 황황히 따라섰다. 계단을 내리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생각이 나신듯 뒤를 돌아보며 말씀하시였다.

《량남동무, 오늘 그 설아동무가 말이요, 날 보고 동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더구만.》

김량남의 입술사이로 작은 덧이가 슬쩍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난 처음 그 설아라는 처녀가 라지주의 딸인것같다는 동무의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컥 했댔소. 량남이가 또 개인감정에 사로잡혀서 일을 그르치지 않겠나 하고 말이요. 그런데 동무는 용케 자기를 이겨냈소. 당일군은 그래야 하오. 얼마나 좋소?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것이…》

김량남은 자기의 팔을 끌어 곁에 바싹 당기시는 김정일동지의 손길을 느끼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때 저에게 석달동안이나 처벌을 주시지 않았더라면 난 이번에두 분명 무슨 일을 쳤을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바투 붙어선 김량남을 미소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그런 말을 들으니 동무에게 처벌을 주고 맺혀있던 내 마음이 쑥 풀리는것같구만. 고맙소.》

어느사이 마당으로 나오신 그이께서는 두무릎을 모두어잡고 제 자리에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다리운동을 시작한 김량남에게서 떨리는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사무실에서 볼 때는 잘 모르겠더니 별스레 얼굴이 누렇게 떠보이고 눈확밑에 생긴 음영도 이전보다 퍽 깊어보인다.

그의 생명이 이제 한해를 더 넘길것같지 못하다고 하던 의사들의 말을 상기하시느라니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을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고있는 그의 모습에 그만 억이 콱 막히시였다.

저렇게 순박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이제 한해밖에 더 살수 없다니!

의사들은 그의 병에 백약이 무효라고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그에게로 다가가시여 김량남의 이마우에 지르르 돋아나기 시작한 땀방울들을 손수건으로 꾹꾹 눌러 닦아주시였다.

량남이 운동을 멈추고 손수건을 드신 그이의 손을 꽉 붙잡았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제부턴 어떤 일이 있어도 운동을 꼭꼭 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때문에 이제 더는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운동이 힘에 부쳐서인지, 격정이 가슴에 꽉 들어차서인지 김량남은 거치른 숨을 가쁘게 몰아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냘프게 헐썩거리는 김량남을 부축하시고 등나무덩굴이 우거진 휴식터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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