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 회)
제 5 장
북두칠성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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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문을 통과하여 현관앞에 차를 세우신
정각 17시! 초까지 맞춘 자기 시간이였다. 그런데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여느때는 에누리가 없는 사람이였는데…
그렇게 애를 써서 겨우 퇴원을 시켰지만 의사들은 환자가 아침과 오후에 꼭꼭 30분씩 운동을 하지 않으면 병이 또 도질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본인은 그사이 일을 못한 봉창을 한다고 하면서 의사들의 권고를 귀등으로 넘기고 사무실과 극장에만 붙박혀지냈다.
뜻밖에도 김량남은 사무실에 셈평좋게 앉아 글을 쓰고있었다.
《아니, 남은 눈이 까매서 기다리고있는데 동무는 뭐요?》
김량남은 화뜰 놀라서 손에 쥐였던 펜을 집어던지고 의자를 넘어뜨릴듯이 뒤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오늘 대극장에서 시연회가 있다고 하기에 오늘은 못들어오실줄 알고…》
《그래, 내가 안들어오면 운동을 안하려댔소? 그리고 내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은들 량남이하고 한 약속을 어기겠는가? 나는 일초라도 늦을가봐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어쩌면 사람이 그렇소?》
김량남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량남동무, 오늘 그 설아동무가 말이요, 날 보고 동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더구만.》
김량남의 입술사이로 작은 덧이가 슬쩍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난 처음 그 설아라는 처녀가 라지주의 딸인것같다는 동무의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컥 했댔소. 량남이가 또 개인감정에 사로잡혀서 일을 그르치지 않겠나 하고 말이요. 그런데 동무는 용케 자기를 이겨냈소. 당일군은 그래야 하오. 얼마나 좋소?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것이…》
김량남은 자기의 팔을 끌어 곁에 바싹 당기시는
《
《그런 말을 들으니 동무에게 처벌을 주고 맺혀있던 내 마음이 쑥 풀리는것같구만. 고맙소.》
어느사이 마당으로 나오신
그의 생명이 이제 한해를 더 넘길것같지 못하다고 하던 의사들의 말을 상기하시느라니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저렇게 순박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이제 한해밖에 더 살수 없다니!
의사들은 그의 병에 백약이 무효라고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량남이 운동을 멈추고 손수건을 드신
《
운동이 힘에 부쳐서인지, 격정이 가슴에 꽉 들어차서인지 김량남은 거치른 숨을 가쁘게 몰아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