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9 회)

제 5 장

북두칠성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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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정일동지께서는 마당에서 대기하고있던 승용차에 로일수를 옮겨태우시고 즉시 최진성이네를 맞받아 차를 몰도록 하시였다. 승용차는 울퉁불퉁한 토사도로를 따라 최대속도로 내달렸다. 운전사의 옆좌석에는 야전지도를 펼쳐드신 그이께서 앉고 뒤좌석에는 리철봉과 로일수부국장이 긴장한 시선으로 앞차창을 내다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지도를 들여다보며 길을 가리키시는대로 차를 몰아가던 운전사는 자동차길을 버리고 좁은 산골길에 들어선지 얼마 안되여 제동기를 꽉 밟았다. 갈수기의 개울바닥을 따라 올라가던 길아닌 길도 끊어지고 차가 붙을수 있는 곳이라고는 산기슭밖에 없는데 그곳은 경사가 너무 급하여 자칫하면 차가 뒤집힐것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도와 주변지형을 대조하여보시였다. 최진성이네가 직선로정을 잡는 경우 산에서 내려와 가로질러갈 골짜기까지 가자면 아직 20여리길이 남았다. 그나마 거기서 그들이 골짜기를 건느지 않고 내처 산발을 타고 우회로에 들어서면 승용차로는 더이상 따라잡을 길이 없게 된다. 어떻게 할것인가? 차안에 타고있는 네사람이 증폭기와 고성기, 축전지와 록음기를 하나씩 갈라메고 떠난다고 해도 이제부터 20리길을 가느라면 시간을 놓치게 될것이다. 날은 벌써 어둡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타산해보아도 산기슭을 따라 차를 몰고가는 수밖에 다른 방도는 없었다.

《운전사동무, 안되겠소?》

김정일동지의 물으심에 운전사는 조향륜을 꽉 붙든채로 머리를 수그렸다. 리철봉은 그이의 안타까운 심정앞에 침묵만 지키고있는 운전사가 민망스러웠으나 한켠으로는 그의 행동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랐다.

그이께서 요구하신다고 하여 저런 산비탈에 차를 붙였다가 사고라도 생기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최진성이네 중대를 만나지 못하면 말았지 절대로 그런 모험을 할수는 없었다.

리철봉은 차문을 열고 내려서서 앞좌석의 창문곁에 다가섰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가 최진성동무네 중대를 맞받아 뛰여가겠습니다. 그리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이곳까지 오셨다는것을… 어버이수령님께서 군단지휘부에서 기다리고계신다는것을 알려주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을 내리우시고 고개를 저으시였다.

《이렇게 함께 떠났다가 동무만 보내놓고 나는 여기에 앉아있으란 말입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서 차에 오르시오. 나는 저 산길을 통과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옆에 앉은 운전사에게 차에서 내려서라고 하시더니 몸소 조향륜을 틀어잡고 발동을 거시였다. 뒤에 앉았던 로일수가 번쩍 몸을 일으키며 변속지레대를 잡은 그이의 손을 두손으로 움켜쥐였다.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제발…》

그이께서는 고개를 뒤로 돌려 로일수와 리철봉의 긴장한 얼굴을 미소속에 바라보시였다.

《왜? 무서워서 그럽니까? 정 두려우면 동무들도 차에서 내리시오.》

두 장령은 불안과 걱정으로 화들화들 떨면서도 더이상 그이를 만류하지 못했다. 그이의 손에 틀어잡힌 승용차는 개울바닥의 자갈들을 걷어차며 뚝길로 올라서서 잡관목들이 콱 뒤엉킨 산기슭으로 전진하기 시작하였다. 차체가 뒤집힐듯이 기울어지고 고르롭게 돌아가던 기관이 앙앙거리며 갈린 소리를 질렀다.

전조등빛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바위돌들과 한치옆으로 허궁 들린 낭떠러지를 볼 때마다 로일수와 리철봉은 온몸을 흠칫거렸다.

쌀쌀한 초봄날의 밤이였으나 그들은 10분도 못가서 땀주머니가 되였다.

차가 들어설수 있는 공간을 찾아 이리 비틀리우고 저리 기울며 가까스로 전진하던 승용차가 급한 경사지를 앞두고 또다시 멎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여 앞쪽으로 몇걸음 나가시였다가 되돌아들어오시며 리철봉과 로일수를 부르시였다.

《저앞쪽에 있는 돌부리를 서너개 들어내고 저 오른쪽우묵진데를 메우면 꽤 올라갈수 있겠습니다. 자, 공병작업을 한번 해봅시다.》

그이께서 먼저 차안에 웃옷을 벗어놓으시자 리철봉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이께 간청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이제라도 차를 돌려세워주십시오. 그들 몇사람이 뭐라구 지도자동지께서 이렇게까지 험한 길을… 전 더이상 못견디겠습니다. 이것은 제 요구가 아니라… 혁명의 요구입니다!》

승용차의 짐칸에서 공구로 쓸만한것을 찾고계시던 그이께서는 리철봉과 그뒤에 붙어선 로일수의 얼굴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그이의 존안에는 섭섭하고 안타까운 심정이 어우러져 짙게 내배였다.

《철봉동무, 방금 동무가 나를 무슨 지도자라고 불렀는데 만약 그것이 진심에서 나온 말이라면 제발 내 앞길을 막지 마시오. 나는 그 누구의 웃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대중속에 들어가 그들과 운명을 같이하는 하나의 동지입니다. 나나 동무나 병사들이나 맡은 임무가 다르고 책임이 다를뿐이지 우리는 혁명의 길에서 다같이 함께 피를 나누는 수령님의 전사란 말입니다. 나에게는 철봉동무나 일수동무도 귀중하지만 진성동무와 그의 중대병사들도 다같이 소중합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나는 인민군대의 모든 중대들을 빠짐없이 다니면서 병사들모두와 친구가 되고싶은 심정입니다. 그런데 동무는 나에게서 무엇을 빼앗으려 하고있습니까? 동무도 누구처럼 이 김정일이를 받들어모시자는것입니까? 동무도 당군의 지휘관으로서 수령님께서 맡겨주신 성스러운 사명을 다하자면 병사들을 자기의 부하로가 아니라 동지로 생각하여야 합니다. 나는 이렇게 가다가 쓰러진다고 해도 최진성동무네를 절대로 내버려둘수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짐칸안에서 쟈끼용지레대와 공병삽 한개를 찾아드시고 머리를 푹 수그린채 굳어져버린 장령들에게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이 나의 진정한 동지가 되려고 생각했다면 앞으로도 내가 가는 길이 위험하다고 하여 막아나설것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따라가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합니다. 나에게는 그런 전우들이 필요하오!》

그이의 말씀은 고요한 산촌의 밤공기를 흔들며 메아리쳤다.

30분후 그이께서 조향륜을 틀어잡으신 승용차는 목표로 정한 골짜기를 향하여 또다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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