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3 회)

제 4 장

불타는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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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는 다시 책을 읽으려고 창문턱을 바라보았다. 그가 읽던 잡지 《수의축산》은 앞좌석에 앉은 사람이 읽고있었다. 얼굴이 길쑴하고 체육선수처럼 체격이 그쯘한 그 손님은 정의성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책을 덮어 그에게 내밀었다.

《잘 봤습니다. 손님은 어디까지 갑니까?》

자기와 동갑나이쯤 돼보이는 그 사람의 물음에 정의성은 오리공장에 간다고 말해주었다. 그 사람의 얼굴빛은 밝아졌다.

《그렇습니까? 나도 거기까지 가는데 함께 갑시다.》

《오리공장에 출장가는 길입니까?》

정의성은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에 목소리도 듣기 좋은 중음인 그에게 호감을 느끼며 물었다.

《아닙니다.》 그 사람은 머리를 저었다.

《오리공장엔 우리 집사람이 다닙니다. 기사장으로 일하지요.》

헌헌히 웃으며 대답하는 그를 쳐다보던 정의성은 마음속으로 우뜰 놀랐다.

(아! 이 사람이 영숙동무 남편이구나. 군인민위원회에서 일한다고 했지. …)

정의성은 인츰 놀라움을 감추며 《오늘 참 좋은 길동무를 만났군요. 알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하고 친절하게 말하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만 마음은 결코 례사롭지 않았다.

(이 사람은 나를 알가?…)

그는 온몸으로 백상익의 표정이며 몸가짐새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어느모로 보나 알뜰한 안해의 손길이 느껴지는 단정한 차림새였고 후더운 인정과 활달한 성격이 느껴지는 얼굴이였다.

백상익은 자기는 평양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라면서 정의성에게 어느 직장에서 일하는가고 다시 물었다.

《기술준비소에 있습니다. 시료분석때문에 제련소에 갔다가 지금…》

정의성은 앞머리카락을 쓸어올리였다.

송영숙의 남편이 어떤 사람일가 하고 은근히 호기심을 가지고있었는데 정작 마주하고보니 마음이 야릇하고 따분하기까지 했다.

《혹시… 정의성동무가 아닙니까?》

백상익의 얼굴에도 의혹과 반가움이 담겨졌다.

정의성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를 알고있습니까?》

그의 물음에 백상익은 소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집사람한테서 다 들었지요. 재능도 있구 열정도 있는 사람인데 지금은 국산화된 새로운 첨가제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정말 훌륭합니다.》

백상익의 말에는 사소한 가식도 없었다.

정의성은 약간 얼굴을 붉히며 기사장의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했더니 백상익은 《그거야 기사장으로서 응당한 일이지요.》하고 말했다.

그들은 마주보며 즐겁게 웃었다.

그 웃음으로 하여 정의성의 가슴에 얹혀있던 따분하고 어색한 감정은 거의나 가시여졌다.

대활하면서도 지성미가 느껴지는 백상익은 첫눈에도 무척 호감이 가는 사람이였다. 정의성은 그에게 첨가제에 필요한 망간토를 찾았다는것과 시료분석때문에 제련소에 왔다가 돌아간다고 말해주었다.

《망간토까지 찾았으니 연구에서 또 한걸음 크게 전진한셈이군요.》

백상익은 첨가제연구의 성과에 대하여 자기 일처럼 기뻐하였다.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백상익은 공장첨가제와 수입첨가제의 비교측정결과로부터 시작해서 기술준비소와 시험호동의 일에 대하여 많은것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농산과 축산의 세계적인 발전추세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도로 아는것이 많았다.

존경과 친근감이 안겨오는 백상익을 보며 정의성은 언젠가 송영숙이 출장 떠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던 생각이 났다. 그때에도 그들 부부가 남달리 정깊은 사이라는것을 느끼였는데 지금 백상익을 보니 그 이상 리상적인 부부는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영숙의 인간적인 성공뿐아니라 그의 줄기찬 사업열정도 다름아닌 이 훌륭한 남편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도고하고 당당한 품성도 그렇게 형성된것인지도 모른다. 생활에 대한 만족으로부터 오는 그 여유있는 태도며 다른 모든것이 다…)

정의성은 송영숙의 앞날은 남편에 의하여 더더욱 행복해지리라는것을 확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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