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1 회)
제 5 장
사랑의 힘
12
(2)
메고치의 솔숲에 하얗게 내려앉았던 백로들도 한마리두마리 깃을 펴고 날아올라 끼륵끼륵 자기들의 언어로 노래를 불렀다.
송영숙의 가슴은 터질듯 뿌듯해왔다.
그는 천천히 호수가기슭으로 내려갔다. 가을날의 높고 푸른 하늘이 비껴서인지 호수의 물은 더 맑고 정갈해보였다.
그는 기슭녘에 놓인 널직한 바위우에 상큼 뛰여올랐다. 그리고는 몸을 접고앉아 맑은 물속에 손을 잠그었다. 상쾌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갔다.
그는 거울같이 알른한 물우에 자기의 모습을 비쳐보았다.
이윽고 그는 가발을 벗었다.
처음에는 자기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의사들앞에서도 수건을 벗기 저어하던 그였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았다. 이제는 머리카락도 많이 자랐다. 예전처럼 총이 굵고 숱이 많은 검은 머리카락이다.
(앞으로는 더 멋지게 머리단장을 할테야. …)
송영숙은 리윤옥이 배워준대로 머리안마를 몇번 하고나서 가발을 다시 썼다. 잔잔한 물결우에 다시금 자기 모습을 비쳐보았다. 눈확이 패이고 기름해졌던 얼굴도 본래대로 동그스름해지고 생기가 돌았다.
자기의 아름다움을 의식한 송영숙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다.
그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한동안 물장난을 하였다. 저도 몰래 동심에 잠겨들며 어릴적에 부르던 노래가 생각났다. 그는 조용조용 노래를 불러보았다.
바로 그때 송영숙은 자기가 있는 곳으로 정의성이 오고있는줄 모르고 그냥 노래를 부르며 물장난에 심취되여있었다.
유상훈박사를 만나려고 종금1직장에 건너갔다가 발동선을 타고 돌아온 정의성이였다.
그는 시험호동으로 질러가려고 생산직장아래켠 방뚝길에 들어섰다.
새로 교잡한 새 품종오리들의 생육상태를 진지하게 관찰하던 박사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년로한 몸이지만 생의 목표를 높이 세우고 꾸준히 내달리는 박사였다.
그의 모습을 그려보며 자기도 연구에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걸음을 옮기던 정의성은 뜻밖에도 물가에 앉아있는 송영숙을 띄여보았다.
(영숙동무가?)
정의성은 주춤 굳어졌다.
주위세계를 감감 잊고 앉아 꿈꾸는듯한 눈길로 노래를 부르는 그는 순진한 녀학생같았다.
느닷없이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그를 피해 돌아갈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병원에도 가보지 못했는데 인사말이라도 하는것이 도리가 아닌가? … 그래! 늦었지만 감사의 말이라도 해야 한다.)
그는 큰숨을 들이쉬며 송영숙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기사장동무!》
정의성은 나지막한 소리로 불렀다.
물속에 손을 잠그고 즐거운 명상에 잠겨있던 송영숙은 그의 부름을 듣고 돌아보았다.
정의성은 약간 눈길을 떨구며 몇발자국 더 다가섰다.
《오래간만이군요. 병원에 찾아가보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래 몸은 좀 어떻습니까?》
그는 앞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올리며 물었다.
송영숙은 손에 묻은 물기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다싶이 이렇게 다 완쾌됐어요. 정옥동무랑 관심해준 덕이지요. 모두 고마웠어요. … 참! 시험호동일은 잘되겠지요? 오늘은 꼭 나가보려구 했는데…》
그는 여느때없이 활달한 어조로 말했다.
그 모습앞에서 정의성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고맙소. 기사장동무! 난 동무가 첨가제연구를 그렇게 사심없이 도와줄줄은 정말 몰랐소. 동문 몇년동안 심혈을 바쳐 연구한 모든걸 나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었더구만. 동무의 실험일지들을 보고 난 며칠밤을 뜬눈으로 새웠소. 지금껏 동무의 마음을 다는 몰랐던 나
그리구… 동무의 가슴속에 간직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열렬하구 아름다운가를 깊이 깨달았소.》
그의 진정어린 말에 송영숙은 빙긋이 웃으며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사랑의 힘이였어요. 우리 공장과 내 나라의 부강번영을 바라는 공민으로서의 사랑이였지요. 그 사랑의 힘이 첨가제연구를 힘껏 돕게 했던거예요.》
《…》
송영숙은 정의성의 상기된 얼굴을 쳐다보았다.
《정동무! 난 진정으로 동무의 행복과 성공을 바라요.
동문 공장첨가제에 대한 론문을 나의 이름으로 발표하겠다고 했다던데 그럴 필요는 없어요. 난 절대루 그걸 바라지 않아요.
첨가제연구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동무니까요. 난 동무가 기어이 공장첨가제를 완성하리라 믿어요. 그럼 전…》
송영숙은 량해를 구하듯 약간 머리를 숙여보이였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자전거를 세워둔 곳으로 다가갔다.
《영숙동무!》
정의성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순간 송영숙의 어깨는 흠칫하며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는 담담한 어조로 꾸짖듯 말했다.
《다시 부르세요. 난… 기사장이예요.》
이윽고 그는 자전거를 타고 방뚝길을 달렸다.
정의성은 제비처럼 날아가는 그의 뒤모습을 이윽토록 지켜보았다.
그 이듬해 8월 오리공장창립 60돐을 맞으며 정의성은 《
그리고 공장에서는 수입첨가제대신 완전히 국산화된 우리 식의 새로운 첨가제로 오리고기생산계획을 넘쳐수행하였다.
기쁜 일은 그뿐이 아니였다.
유상훈박사는 생산성이 높은 새 품종의 우량종오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던것이다.
그리고 차수정은 떡돌같은 아들을 품에 안은 행복한 어머니가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