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4 장

임진년 4월

10

(2)

 

리우, 김경백이 말우에 앉은채 가져다주는 활과 화살을 이리저리 보더니 《이게 시원치 않구만. 이런 활따위로 왜놈의 목줄띠를 꿰지 못하겠네. 허지만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고 장수는 병쟁기를 탓하지 않는다 했으니 우리 함께 쏘아보세.》

《암, 그렇구말구.》 하고 두사람이 껄껄 웃고 목표를 향해 동시에 화살을 날리였다.

순간 두대의 창대에 걸어놓았던 벙거지들이 보기좋게 땅바닥에 떨어져내렸다.

《히야-》

군사들이 일시에 소리치며 두 량반을 경탄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나리님네들을 몰라보고… 죄송하오이다. 자, 어서 강을 건너가시오이다. 여보게, 나리님네들을 배에 모시게. 배사공, 말도 실어주게.》

우두머리인듯한 군사가 강변을 향해 소리쳤다.

리우와 김경백, 그의 견마군들이 강변으로 나아갔다.

이때였다. 윤선각의 비장 하교남이 군사 여러명을 달고 강변으로 달려왔다.

《가만, 게 섰거라. 그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하교남이 리우, 김경백의 앞으로 다가들었다. 리우와 김경백은 다가오는놈이 윤선각의 비장 하교남임을 제꺽 알아보았다. 그들은 일이 시원치 않게 되였다고 생각하였다.

하교남도 두사람을 알아보았다. 옥천고을에 내려가서 의병참군자들의 가족식구들을 붙잡아다가 매를 칠 때 조헌과 함께 왔던 그 두사람을 어찌 몰라볼수 있겠는가.

《허, 이렇게 뜻밖에 만날줄 몰랐소그려. 반갑소. 그런데 어디로 가는 길이요?》

하교남은 (너희들이 분명 조헌의 상주문을 가지고 가렸다.)하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올렸다.

《어, 참말 뜻밖이요. 우리는 임금님앞에서 별시를 보이려고 가는 길인데 관찰사의 비장은 여기서 무얼하고있소? 아직도 왜놈치러 나가지 않고 오가는 길손들이나 단속해서 무엇하겠소. 단속하려면 왜놈들이나 단속해야지.》

리우는 분격이 치밀어올랐지만 이만큼 비양하는데 그쳤다.

하교남의 두눈망울에 대뜸 살기가 내돋쳤다.

《여봐라. 이 량반들의 몸을 더듬질해보아라. 붕어가 나올지 메사구가 나올지 누가 안다더냐. 어서 해라.》

《허, 이것봐라. 량반을 우습게 보는고나. 여봐라. 비장의 몸부터 더듬질해봐라. 금덩이가 나올지 은덩이가 나올지 모르겠니라.》

이번에는 김경백이 견마군에게 호령하였다. 모여섰던 군사들은 두사람들의 언쟁을 재담을 듣는것같아서 흥미스럽게 바라보며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가를 기다리였다.

《에잇, 알겠소이다.》

김경백의 견마군이 눈깜빡할사이에 하교남의 팔목을 곽지같은 손으로 으스러지게 비틀어잡았다.

《가만있거라. 우리 나리님은 임금의 12촌조카사위의 고손자시다. 네가 촌수도 모르고 헤덤비는구나.》

군사들은 견마군이 너무나 엉뚱스런 말을 하는 바람에 웃음을 참지 못하여 키드득거리였다. 그러다가 그들은 자기네 비장을 구원하려고 우르르 달려들었다. 허나 이때 견마군이 하교남의 몸에서 금가락지 한쌍과 금목걸이, 금팔찌를 들추어내는것을 보고 주춤거리였다.

《이놈 보아라. 이 란시에 도적질을 했고나. 군사님네들, 이걸 보시오. 정말 금붙이들이 나왔소.》

견마군은 금가락지, 금팔찌, 금목걸이를 군사들앞으로 휘뿌려던졌다.

하교남은 비틀린 손을 뽑아내려고 악을 썼다.

《이놈아, 네놈이 감히 …이놈, 손을 놓지 못해… 아그그… 여봐라, 이놈을 당장 붙잡아 묶어라!》

했으나 군사들은 제 발부리앞에 휘뿌려진 금가락지와 금목걸이, 금팔찌를 집어들고 보았다.

《이게 정말 금팔찌로군.》

《이걸 봐. 진짜 금목걸이 틀림없네그려.》

《이걸 도적질했을가, 이 란리통에?》

《그랬겠지. 열에 아홉은 그랬을거야.》

군사들은 술렁이였다. 자기네 비장이 의심스럽고 미덥지 않았다.

더더구나 비장이 평시에 저희들을 혹독히 다루고 포악하게 놀던것이 상기되였는지 그자리에 멈춰서서 깨고소하게 구경하였다. 그러나 군관 하나가 칼을 높이 들어 견마군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에 칼이 군관의 손에서 날아나 자갈밭에 떨어졌다. 어느 사이 리우의 견마군이 번개처럼 선손을 썼던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어쩔 사이없이 군관을 공중에 높이 들어 한바퀴 휘둘러서 강물우에 《철썩-》 내던졌다. 군사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매우 놀라와하였다. 이런 힘장사는 보기를 처음보는 모양이였다.

리우는 껄껄 웃으며 자기의 견마군을 불러들이였다.

《여봐라, 그깐놈들을 붙잡고있다가 갈길이 늦어지겠다. 어서 배에 올라라. 사공, 어서 삿대를 잡으시오이다.》

배가 떴다. 리우의 견마군이 선미갑판에 우뚝 서서 하교남을 향해 소리쳤다.

《비장이 도적질을 다시한번 해보아라. 나보다도 너의 군사들이 용서치 않으리라.》

하교남은 남잡이가 제잡이가 되여 만천하에 도적놈으로 락인된 셈이다. 하교남의 군사들은 배를 타고 강을 건느는 량반들이 과연 임금님앞에서 별시를 보일만한 재목감으로 믿게 되여 그들을 바라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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