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 회)
서
장
(3)
김정은동지께서는 존안에 의아한 기색을 띠우시였다. 주영호는 인차 대답드릴념을 못하고
두손으로 웃옷자락을 내리쓸며 마치도 어깨와 잔등에 중량물을 진 사람처럼 일어섰다. 너부죽한 얼굴에 돌던 화색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마며 볼편에
주름살이 엷게 그려지고있었다.
《물론 황철에서의 주체철성공소식은 하나의 사변입니다. 하지만 솔직한 말씀을 그대로 올리면 저… 주체철이 나오기까지에는… 너무도 많은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
《황철은 우리 철을 20년만에야 뽑았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흔연히 긍정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주영호가
뭐라고 이으려다가 주저하는것을 띠여보시였다.
《마저 얘기를 들어봅시다.》
《그리고 과학기술개발속도와 갱신주기가 부단히 빨라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내놓고 너무 자랑하는것은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좀 제기된것이
있었습니다.》
《황철동무들과 그런 얘기를 나누어봤습니까?》
《예.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처음에는 몹시 서운해하였고 아쉬워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황철동무들도 성공은 했지만 당앞에 면목이 서지 않는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 저의 의견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산소전로며 망간철생산기지를 포함하여 주체철생산체계를 완전히 구축해놓은 그때 승리의
보고를 떳떳하게 드리도록 해달라고 제기하였습니다.》
(그래서였구나.)
김정은동지께서는 한순간에 모든것을 알수 있으시였다.
자리에서 일어서신 그이께서는 집무실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집무실에는 무거웁게 옮기시는 그이의
발걸음소리만 들릴뿐이였다.
거니시는것을 중단하고 창가에 다가가신 김정은동지께서는 한참이나 밖을 내다보시다가
주영호에게로 돌아서시였다.
그이께서 어찌나 실망스러운 기색을 짓고계시는지 주영호는 그 의미를 짐작할수 없어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하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를 바라보시며 침중한 어조로 거듭 뇌이시였다.
《20년세월, 세계적인 추세라- 결국은 그래서 그렇게 되였구만.》
《…》
《잘못되였습니다. 주비서동무는 아주 잘못 생각하고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동안을 두셨다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시였다.
비록 평시처럼 온화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시였으나 그이의 말씀속에는 한없이 엄하고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
그 저녁 집무를 끝내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책임서기에게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서 주체철괴를
올려올데 대한 과업을 주시고나서 정원을 산책하시였다.
금시 내리기 시작한 눈이며 은은한 감색외등이 드문드문 서있는 정원풍경은 심신을 안정시키기에는 충분하였다. 그이께서는
걸음발을 늦추시며 낮에 주영호와 나눈 대화를 되새겨보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황철의 로동계급과 기술자, 일군들의 심정이 충분히 리해되시였다.
(어버이장군님께서 계실 때 주체철을 보여드리지 못한 한스러움, 어버이수령님들께서 주신 과업을
뒤늦게야 수행하게 된 죄스러움, 바로 이때문에 그들은 성공의 크나큰 기쁨보다 이러한 자책감에 심중이 무거웠으리라. 또 그래서 나에게 괴를
올려보내는 일이며 신문과 방송, TV에 실리는것도 서슴어했을것이고. 얼마나 정갈하고 순결한 성품을 지닌 황철의 로동계급인가.)
반면에 김정은동지께서는 주영호에 대하여서는 못내 불만스러우시였다.
어버이장군님께서 주체철의 성공에 바치신 로고를 글로 쓴다면 장서에 장서를 이룰것이다. 그이께서
금속공업의 주체화를 실현하시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이신 생애의 마지막시기만 되새겨봐도 얼마나 만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것인가.
성강에서 주체철이 쏟아지고 강선에서 초고전력전기로의 동음이 울려퍼질 때 많은 사람들은 목깃을 헤치고 손부채를 하며 큰숨을 돌리고있었다.
허나 장군님께서는 《우리가 바라는 금속공업의 주체화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기본입니다.
철강재생산에서 콕스만이 아니라 중유까지 완전히 밀어내는것, 이 성과를 한두개의 기업소만이 아니라 금속공업전반으로 확대하는것, 주체화의 다음목표는
바로 이것이요. 다들 신들메를 바싹 조입시다. 이 목표를 점령하려면 행장을 더욱 든든히 갖추어야 하오.》라고 하시며 그 실천을 위하여 희생적으로
헌신하시였다.
(그런데 주영호비서는 왜 그랬을가.)
김정은동지께서는 원점으로 돌아오시였다.
(그는 황철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주체철성공의 의의를 분석하고있지 않는가.
주영호비서로 말하면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의 불길이 타번지던 시기 금속공업에 대한 어버이장군님의 현지지도를 보좌하면서
장군님의 강국건설사상의 진수를 체득하였던 일군이 아닌가. 때문에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서의 주체철성공이 우리 혁명력사에서 어느만큼
의의있는 한페지를 차지하고있는가 알고도 남음이 있었을것이 아닌가.)
김정은동지께서는 은연중 갈마드는 그 어떤것에 우려를 느끼시였다. 주영호비서가
그러할진대 《20년세월》, 《세계적인 추세》, 여기에 포로되여 황철의 주체철성공의 의의를 시간적인, 과학기술실무적인 측면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어디 주비서 한사람뿐이겠는가. 아닐것이다.
하다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주체철생산체계구축을 통하여 우리 장군님께서 바라신것이 무엇이며 그를 위하여
장군님께서 어떻게 헌신하시였는가를 똑똑히 이야기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당대회를 앞두고 벌리게 될 래년도전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사색이 여기까지 미쳐오자 김정은동지께서는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의 불길이 타번지던 그
시기 어버이장군님을 보좌하시면서 강렬하게 느끼고 체험하시였던 그때를 다시금 되새겨보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불현듯 멀리 어디선가 최근에 새로 창작되여 널리 불리워지고있는 노래 《그리움의 흰눈송이》의 선률이 들려오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귀익은 그 선률에 주의를 집중하시였다.
송이송이 내려 설경을 펼치는 눈송이
그 누구 그리는 간절한 이 마음 싣고서 내리느냐
아 그리워 김정일동지 환하신 태양의 그 미소
눈발에 어려오네 흰눈에 어려오네
그러자 밀물같이 밀려드는 추억, 추억들. 이것은 시공간을 거슬러 그이를 순식간에 어버이장군님의
생애의 마지막시기에로 이끌어가는것이였다.
걸음을 멈추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외등빛에 보이는 흩날리는 눈송이들을 점도록
응시하시였다. 눈이 내리는 밤하늘로 노래소리는 계속 퍼져간다. 그와 더불어 그이의 깊은 사색속에 지나간 가지가지의 잊지
못할 하많은 일들이 생동한 화폭처럼, 하나의 대전경화처럼 그려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