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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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리선이 페유걸레쪼박지를 불무지에 던져넣자 실실거리며 타들던 나무가지들에 불길이 맹렬하게 붙기 시작하였다.

《무산독초말이 나오니 제 여기 처음 발붙이던 때 일이 생각나는군요.》

불붙는 나무가지를 뒤적이며 천리선이 하는 말이였다.

《동갑인 여기 토배기가 아닌거구만.》

《예, 난 원래 저 길주태생이지요, 거기서 군자동차사업소 운전사를 했댔고.》

《그럼 무산광산에 어떻게 오게 되였소?》

《사연이 있었수다. 거 책임비서동무랑 평양손님두 아실거요. 1970년대에 무산광산이 전국적판도에서 와짝 끓었을 때가 있었소. 아, 거 있지 않습니까. 우리 수령님께서 오늘 정치위원회에서 명령을 떨굽시다, 총공격입니다, 무산광산에 대고 공격하시오라고 말씀하시며 전국에 호소하셨을 때 말입니다.》

《오, 1973년 10월 4일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확대회의?》

《그렇지요. 그땝니다.》

주영호의 말에 천리선이 맞장구를 쳤다.

《저도 그때 무산 와서 대형차운전수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대군인들도 여러차에 걸쳐 몇천명이나 파견되였는데 무산광산의 첫인사가 독초였지요. 아직도 생각납니다. 내 조수로 배치되여온 제대군인이 책임비서동무, 그 사람이 바로 지금 청진금속건설련합기업소 기사장을 하는 동무이지요. 그 제대군인이 내 무산독초를 권하니 한모금 피워보고 혼나던 일 말입니다.》

《…》

《1970년대라… 허허 참, 생각해보니 그 시절엔 정말 일할 재미, 사는 재미라는게 뭔가 하는걸 매일 매 시각 즐겁게 느껴보던 시절이였소. 책임비서동문 그때 무슨 일을 하셨소?》

《라남탄광기계공장서 설계원을 했지요. 그렇지만 나도 무산총공격시절을 알고있습니다. 우리도 마광기부분품이랑 두루두루 무산광산에 필요한 설비와 조립을 맡아 철야전투를 했댔으니까요.》

《보조생산부문이 그랬는데 무산이야 더 말할게 있습니까. 이 온 골안이…》

천리선이 달빛에 드러누운 거대한 층층다락밭대형차도로를 한손으로 획 휘저었다.

《사람이 꽉 차 왁작 끓었습니다.》

영호가 보기에 천리선운전수는 한창시절의 이야기가 나오니 흥이 나는 모양이였다. 천리선은 앞이가 빠져 쉭쉭 새는 소리를 내며 1970년대의 총공격시절에 이어 이번에는 80년대속도창조시절을 펼쳐놓고있었다. 아마 사람들을 태운 수리차가 오지 않았더라면 밤새도록 이야기판을 벌려놓았을것이였다.

 

저 멀리 턱형파쇄장으로 부지런히 오가는 밤교대대형차들의 동음만 들릴뿐 골안에는 깊은 밤의 고요가 깃들어있었다. 이따금 어디선가 회전식착정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온다.

《온지 얼마 되지 않은것같은데 언제 벌써 로동자들과 친했소?》

긴 침묵을 깨뜨리며 약간 앞서걷던 주영호는 정봉에게 물어보았다.

《료해를 하자구보니까 자연히 알게 되지요.》

《그래두 동갑이, 동갑이 하며 너나들이를 하는걸 보니 막 부럽습데. 확실히 최동무에게는 친화력이라구 할가… 여하간에 사람을 잘 끄는 그런게 있단 말이요.》

《친화력이 다 뭡니까. 이자 하나하나 알게 되는걸요. 방금 천리선동무두 뭐 내가 친화력이 있어 알게 된줄 압니까? 외려 저 동무에게서 쓴 약을 하나 받아먹구나서야 가까와졌지요.》

《그렇소?! 쓴 약이라는건 뭐게?》

《그런 일이 하나 있습니다. 제 책임비서로 임명되여 광산에 도착한 아, 넘어지겠습니다.》

정봉은 주영호의 팔을 잡으며 앞쪽에 전지불을 비쳐보인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주영호앞의 길바닥에서 뒹구는 베개통만한 버럭덩이를 헐겁게 들어 길너머로 내던지였다.

《광산에 도착한 다음날이였지요. 운광사업소 7중대 로력영웅중대장이 뭘 하나 제기할것이 있어 찾아왔다는 전화를 받고 들여보내라고 했더니 저 천리선동뭅디다.

들어보니 아주 중요한 제기인데 그게 뭔가 하면 천성수바닥파기공사문제더군요. 천성수바닥파기공사를 하지 않고 지금처럼 물만 퍼먹으면 나중엔 바닥이 높아져 공업용수를 풀수 없게 된다는거지요. 심각한 제기였습니다. 그담에도 정광생산정상화에 절실히 필요한 문제들을 적지 않게 듣게 되였는데 이건 다 사업의 시작을 뗀 내게 큰 도움을 주는것이였습니다.

그로부터 며칠후가 지나서였을것입니다. 그날 저녁 운광사업소에 회의지도를 나갔다가 천리선동무를 만나 담화를 했는데 뒤끝에 천동무가 내게 생각되는 점을 털어놓고 말해도 괜찮겠는가고 묻질 않겠습니까. 그러라고 응낙했습니다.

한데 천리선동무가 하는 말이 소문에 작풍이 상당히 좋은 사람이 새 책임비서로 왔다 해서 광산당사업이 잘되겠구나 했댔는데 며칠전에 겪어보니 아니우다. 책임비서동무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아주 능먹은 관료주의자 같습니다. 당위원회에 당원이 찾아왔는데 어째서 사람을 세워놓고 앉아듣소? 간단한 보고도 아니고 꽤 오랜 시간 말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면 못씁니다. 로동자들이 좋아 안하지요. 당일군치구 밑의 사람들이 속을 안주는것만큼 무서운게 어디 있습니까?이러더란 말입니다.

허허허, 과연 무산로동계급답습디다. 그가 누구든 할 말은 하고야마는 직통배기성격이 참 마음에 들었지요.

그담엔 가까와지기 시작했습니다. 집두 방문하고 함께 교대작업을 마치고 잎담배도 나누고. 알고보니 나하구 동갑이더군요. 내 사람 끌어당기는 솜씨라는게 이런 수준입니다.》

주영호는 흰 이를 드러냈다. 한참후에 최정봉이 무척 조심스럽게 화제를 돌리는것이였다.

《저- 부총리동지, 행정일군들과의 협의회는 잘되였습니까?》

《다 알겠는데 뭘 그러오?》

그는 퉁명스럽게 받았다가 자기의 말투에 절로 언짢아 부드럽게 뒤를 정정했다.

《협의회를 맨날 하면 뭘하오, 뾰족한 안은커녕 뭉툭한 안마저 나오지 않는걸. 이게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까.》

《난 부총리동지가 어떤 결심을 했는가 그걸 알고싶어 그럽니다.》

뭐라고 말한단 말인가. 광산에 내려와 실태를 료해하고나서 주영호는 무산광산을 모체로 개건현대화공사계획을 세워보았다. 그 과정에 간단치 않은 자금이 드는 개건현대화공사의 폭과 규모에 머리가 횡 돌리우는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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