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1 장
1
(3)
정광생산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리자면 우선 턱형파쇄기를 대형원추형파쇄기로 교체해야 하며 이 설비를 들여앉힐 파쇄장공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다음 마광, 선광, 용수 등 련관공정을 줄줄이 때벗이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방대한 공사를 무산광산이 자체로 한다는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것만큼 믿기 어렵고 힘에 부친 일이 아니겠는가.
《내 책임비서동무앞이니 터놓는데 솔직히 나에게도 어떤 결심이 선것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책임비서동무, 나는 방금 천리선운전수의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한것을 암시받았습니다.》
《?!》
《그 시절에 책임비서동무가 라남탄광기계에서 설계원으로 일하며 철야전투를 할 때 나는 봉학기계공장에서 직장장을 하면서 낮과 밤을 이어대며 무산설비부분품을 깎았지요. 아니, 그땐 무산광산을 위해서 라남이나 봉학기계만 뛴것이 아니라 온 나라가 들끓었지요.》
《예- 알만합니다. 부총리동지가 어떤 결심을 세우고있는지 이젠 짐작이 갑니다.》
주영호는 걸음발을 늦추며 정봉에게 물었다.
《책임비서동무의 생각엔 어떻습니까? 내 달포전에 어느한 나라와의 경제회담에 갔댔는데 형세도 좋은것같고 필요하면 합영투자위원회에 말해서 설비들도 일부 들여올수 있을것같소.》
《글쎄 금방 여기 와서 한창 기업소료해를 하고있습니다마는 들어보니 제 보기엔 부총리동지가 실무적인데만 빠져있는것같습니다.》
《옳습니다.》
흔연히 긍정했다.
《부총리가 그런데 신경을 써야지 어데다 머릴 쓰겠소.》
《사람도 봐야지요, 무산사람들 말입니다.》
《무산사람들이요?》
그는 최정봉을 힐끗 뒤돌아보고나서 쓰겁게 되뇌이였다.
《리해됩니다, 책임비서동무는 당일군이니까 그렇게 말할수 있다는걸. 그럼 하나 좀 묻기요, 정봉동무.》
주영호는 정색해서 이전처럼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자기의 음성이 차츰 올라가고있는것을 모르고있었다.
《동무도 설계원을 해봐서 알겠지만 그래 설계원이 치는 점, 선들이 무엇으로 담보됩니까. 자금이 아니겠소. 나는 바로 이런걸 맡고있고 바로잡는 경제일군이란 말입니다.》
《…》
《그리고 최동문 무산사람, 무산사람 하는데 그래 무산이 일을 그 시절처럼 잘해왔습니까. 광산을 돌아보니 너무 기가 막혀 이게 무슨 판국인가 하는 어망처망한 심정입니다.
파쇄장에는 어느 고망년때 쓰던 턱형파쇄기가 아직두 틀구앉아있질 않나, 온 나라가 CNC열풍속에 최첨단을 지향하고있는 이때 여기 종합지령실에선 비닐단추를 덜거덕거리며 눌러대고 현장과는 수기신호로 지령을 주고받질 않나. 나선광장은 그게 뭡니까. 정머리분공장 기계설비들은 언제때 설비요?》
《그만하십시오, 부총리동지!》
문득 최정봉의 낮으나 노기띤 부름소리가 귀전에 마쳐왔다. 영호는 반사적으로 우뚝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였다. 둘은 한동안 아무말없이 서로 마주보기만 하였다.
먼저 최정봉이 입을 떼였는데 시선은 비록 주영호의 발치로 내리였으나 목소리에는 그 어떤 힘이 실려있었다.
《옳습니다. 오늘날 광산이 이처럼 된것은 전적으로 나를 비롯해서 광산일군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으며 그보다 더 가혹한 비난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부총리동지, 부탁하건대 무산사람들은, 무산의 로동계급만은 모욕하지 말아주시오.》
말을 마친 최정봉은 먼저 걸음을 떼였다.
주영호는 자석에 끌린듯 그를 따라 발을 옮기였다. 내가 이 사람에게 지나친것같다. 최정봉이에게 무슨 책임이 있는가. 이 사람이야 금방 여기 온 사람이 아닌가.
《미안합니다. 책임비서동무.》
끓기 시작한 감정을 눅잦힌 주영호는 보폭을 크게 디디며 그와 걸음을 맞추었다.
《하두 무산실태가 전과 같지 않아 그만 감정적으로 나올번했습니다. 책임비서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모든건 일군들때문이지요. 여기엔 무산일군들뿐 아니라 내각도 금속공업성도 부총리인 내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부총리동지에게 제가 지나쳤습니다.》
정봉은 주영호의 발치앞에 전지불을 주다싶이하며 량해를 구하였다.
《그 전지불은 좀 치우, 달빛이 환하구 도로도 널직한데.》
《승벽은 여전하시군요. 예, 치웁시다.》
영호의 역증에 최정봉이 시까스른다. 사업상문제로 토론을 하다가 자기 견해가 철회될 때면 그 《분함을 이겨내지 못해》 다른 식으로 꼭 행풀이를 하고야마는 주영호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아는 정봉이였던것이다.
두사람은 마주보며 헌헌하게 웃었다. 화제는 다시 이어졌는데 주로 최정봉이 함경북도림업관리국장을 한 이후의 일이 기본이야기였다. 둘은 무산광산을 입에 올리지 않으려고 애써 이리저리 사말사를 주고받기만 하였다.
대형차도로를 따라 마지막굽이를 돌아서니 지척에 불그스레한 외등빛에 둘러싸인 인차장이 보인다. 그때 인차장옆의 철도인입선너머에서 한대의 승용차가 불쑥 나타나더니 전조등을 이편으로 내쏘며 달려온다. 주영호의 승용차였다.
그와 동시에 아까부터 방송선전차에서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던 서정음악이 멎더니 녀방송원의 격조높은 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주영호는 《어딜 가셨댔습니까?》 하고 지청구를 하려는 운전사를 제지시키고 귀를 기울이였다. 2. 8비날론련합기업소를 비롯한 동부지구 공장,
기업소들에 대한
《책임비서동무도 사무실에 가야 할텐데 함께 가기요.》
보도가 끝나자 영호는 반대켠 차문을 가리키며 한손을 차문고리에 얹었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난 한군데 더 들려볼데가 있어서… 부총리동지.》
차문을 열다말고 허리를 폈다.
《평양에 올라가면
《예. 왜 그럽니까?》
최정봉의 순박해보이는 눈에 어떤 엄숙하고 지어 단호한듯한 빛이 어리였다. 그는 말마디들을 또박또박 열감이 강하게 그루박는것이였다.
《깊이 생각해봐주십시오, 부총리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