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 1 장

8

 

이틀후,

금진강발전소견학단을 태운 렬차는 오후 첫시간에 함흥을 출발하였다. 점심식사도 끝나고 금진강발전소화제도 한물 지였으나 차안에는 발전소를 돌아보며 흥분했던 감정이 여전히 잦지 않고있었다. 대규모적인 국가지원도 없이 오직 정평군인민들과 청년돌격대의 힘으로 언제를 세운것도 놀랍지만 세멘트가 들어가지 않는 사석공법을 도입한것 역시 일군들의 경탄을 자아냈다.

마대전을 들이대여 낮이고 밤이고 가림없이 쌓았고 계절의 변덕스럽고 험악한 조건을 이겨내며 건설했다고 한다.

이들의 투쟁정신이 얼마나 장하고 대견하셨으면 언제를 찾으시였던 위대한 장군님께서 사람의 힘이란 참으로 무서운것이라고, 오기석책임비서는 영웅적인 사나이라고 분에 넘친 평가를 해주셨겠는가.

금진강발전소화제는 자기 단위를 추켜세우기 위한 토론과 사색에로 이어지였다.

큰 키에 비해 아주 체소해보이는 락원기계련합기업소 지배인이 몸이 가로퍼진 농업성일군에게 무슨 열변을 토하고있었다. 부지가 어떻고 종자가 어떠니 하는 말을 들어보니 농사물계를 몰라 그에게 손을 내밀며 하소하는것같았다.

그옆에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책임비서가 앉아 얼굴이 길쑴한 화학공업성일군의 비료하정을 듣고있었다. 그는 얼마전에 무연탄에 의한 가스화가 성공하여 주체비료가 쏟아지기 시작한 다음부터 워낙 습관적으로 쳐들려있는 아래턱에 역시 습관적으로 비죽이 내미는 아래입술을 한결 더 두드러지게 하고 앉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일군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지금의 자세는 아주 틀스럽고 엄격해보였다.

그 다음칸의 분위기는 의연히 떠들썩했다. 성격이 급하여 걸음까지도 달리다싶이 한다는 철금절연물공장 지배인이며 무엇이나 어성을 높여 말하기 좋아하는 김책제철련합기업소 압연공무부기사장, 지혜가 엿보이는 가느스름한 눈에 웅얼웅얼하는 언행습관이 있는 함경북도 수정천종합식료공장지배인은 경쟁하듯이 목청을 돋구다가는 하하하 웃어대군 하였다. 한켠에 앉아 그네들을 물끄러미 일별하며 사색에 잠겨있다가는 손에 든 수첩에 적군 하는 사람은 지성미가 진한 3월5일청년광산 지배인이였다.

얼굴이 퉁투무레하고 노상 바다바람에 타 살색이 고동빛인 평북도 간석지건설련합기업소 지배인은 간석지건설설계도인지 가장자리가 다슬고 손때가 올라 누래보이는 큰 종이장을 아예 펼쳐놓고 그우에 머리를 수그리고 보는 도당일군들에게 열변을 토하고있었다. 고동색의 얼굴빛이 검붉기까지 한걸 보니 되느냐 마느냐 하는 시비가 있은것이 분명하였다.

차칸의 사람들의 얼굴기색은 대개 이러했으나 백미에 섞인 벼알처럼 밝지 못한 얼굴표정을 하고있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운다.

안주지구탄광련합기업소 일군들과 주령광산 지배인, 전력공업상이 그러했는데 표가 나는것은 황해제철련합기업소 김중건지배인이였다.

그는 차창곁에 곰처럼 웅크리고 어두운 낯빛을 한채 앉아있었는데 이따금 그옆의 성강책임비서와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지배인이 활기에 차서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는 나직이 한숨을 뿜군 하였다.

결국 생산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고 일이 잘되여나가는 단위의 일군들은 몸가짐이나 언행이 당당하고 자신만만한데 비해 그렇지 못한 단위의 일군들이 정반대인셈이다.

일삼아 차칸을 한바퀴 돌아본 주영호는 자기 좌석에 가 탁우에 놓여있는 무산광산개건현대화안을 집어들었다. 열번도 넘게 보고 또 보아서 이제는 보지 않고도 내용이 환한 개건현대화안. 그래도 손에 들고 계속 보게 되는것은 당의 의도와 다르게 작성된 현대화안을 낱낱이 해부하고싶어서였다.

주영호는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김철이며 황철,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비롯한 서부지구 공장, 기업소들, 탄광들을 돌아보는 과정에 많은것을 체험하게 되였다. 생산동음이 세차게 울리는 단위의 성과와 경험, 그 반대인 단위의 침체와 답보를 깊이 연구해보면서 주영호는 하나의 대학을 나온것만 같았고 사업에서 죽어도 베고죽어야 할 좌우명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것만 같았다.

그는 점차로 자기가 세운 무산광산개건현대화안이 내포하고있는 비현실성, 치명적인 약점이 궁극에는 무엇으로 되는가를 깨닫게 되였다. 최정봉이 위대한 장군님께 그런 식의 개건현대화안을 올리는것만은 숙고해달라고 절절하게 부탁하였으나 그것을 무시한것은 정말 잘못된것이였다. 총리가 개건현대화안을 보고나서 《당에 손을 내민다는건…》 하고 잇지 못했을 때 그의 심정도 최정봉이와 마찬가지였을것이다.

돌이켜볼수록 그는 갑자기 자기가 금진강발전소 돌격대원들보다 못한것같은, 그래서 어쩌면 초라해보이기까지 한 자기자신을 발견하였다.

사실이 그렇지 않는가. 지금에 와서 국가의 총력을 기울이는것으로 세워진 이 무산광산개건현대화안은 얼핏 들으면 묘안같지만 궁극에는 위대한 장군님께 막중한 부담으로 되는 보신안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것이다. 고온공기연소기술의 김철도입을 반대한것도 그렇고 황철의 실태를 놓고 김중건지배인을 따끔하게 일깨워주지 못한것도 장군님께서 바라고 의도하시는것이 무엇인가를 언제나 깊이 연구하고 거기에 따라서려는 의지와 각오가 부족한데 있다.

주영호는 개건현대화안을 놓으며 한숨을 길게 내뿜었다.

렬차가 평양을 가까이 하였을 때 방송에서 견학단을 인솔하였던 당중앙위원회 일군의 굵은 음성이 울리였다.

《이제 역에 내려 단체별로 평양시내 각 극장들에서 진행하는 예술인들의 공연을 관람하게 됩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 다음의 동지들은 당중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리게 될 협의회에 참가하셔야겠습니다.》

 

×

 

공연이 끝나자 장내는 《만세!》의 우렁찬 열광의 호창으로 차넘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들어 답례하시며 국립교향악단의 창작가, 연주가들, 예술인들에게 축하를 보내시였다.

잠시후 극장대기실에 가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의 일군에게서 관람자들의 반영을 알아보시였다.

《우리 음악이 제일이고 우리 식대로 일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금 새기게 해준 공연이라, 음-》

일군의 대답을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긍정하시고나서 자신의 소감을 피력하시였다.

《관람자들의 반영을 들어봐도 그래 공연준비를 그만하면 괜찮게 하였다는것이 알리오. 곡목선정도 잘하였고 연주가들의 실력이 전보다 확실히 나아졌소. 교향련곡 당에 드리는 노래는 지휘를 잘해서인지 새롭게 들리는구만.

나는 관현악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는 전통적인 방식을 가지고 계속 연주하는것에 대하여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 인민들은 여전히 이 작품의 전통적인 연주형식에 습관되여있지만 좀 더 혁신적으로, 좀 더 폭을 넓혀 특이하게 형상하면 어떻겠는가 하는것이요. 대중의 감정정서적지향과 요구는 나날이 발전하고있는데 음악예술이 한자리에 그냥 머물러있다는건 생명력을 잃는것으로 되는게 아니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지휘자에게 묻는듯한 시선을 보내시였다.

《연구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지휘자가 올리는 대답이 마음에 드시였다. 늘 봐야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지휘계의 로장답게 무슨 임무나 과제를 제기하면 이런 식으로 간단명료하게 대답드리군 한다.

《관현악 그네뛰는 처녀아리랑을 지휘한 동무는 처음 보는데 어디 출신이요?》

서유럽에서 류학을 마치고 돌아와 예술단과 교육기관을 비롯하여 문화성의 여러 단위에 배치되여 활동하고있는 서유럽류학생들을 념두에 두신 말씀이였다.

《그 동무는 평양음악무용대학(당시) 작곡학부 지휘과 졸업생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반색을 지으시며 롱조로 말씀하시였다.

《오- 그러니까 국내산이구만.》

둘러선 일군들속에서 유쾌한 웃음의 파도가 일었다.

《키두 쭈욱 빠지고 지휘도 구수한게 멋있소, 연주가들과의 호흡이 대단히 좋고. 구경군들의 눈길을 모으며 창공높이 나는 그네뛰는 처녀랑 민속명절정취가 환히 떠오르오. 역시 민족음악은 국내산이 다루어야 제맛이 나.》

또다시 일어나는 웃음의 파도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작품에로 넘어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의견을 주시였다. 여기에는 민족타악기를 효과있게 배합하는 문제로부터 연주가들이 리용하는 악기재질, 지어 음향학적문제도 들어있었다.

《외국곡들을 아주 좋게 들었소. 왜 그런가. 동무들이 연주형상과 관현악편성에서 주체를 철저히 세우면서도 작품이 요구하는 인간감정, 생활감정을 손색없이 형상했기때문이요. 앞으로도 우리는 강국의 체모에 맞는 음악예술창조에서 첫째도 둘째도 주체를 계속 확고하게 틀어쥐고나가야 합니다.

한데 가운데에 앉아 연주하는 처녀연주가가 낯이 익던데 혹시 만수대예술단 녀성기악중주조의 오필배동무의 외손녀가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지휘자의 옆에 선 체격이 좋은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책임일군을 부르시였다.

《옳습니다.》

《글쎄 활쓰는거랑 운지법이 어딘가 비슷하다 했지. 외할머니를 닮아 연주가 우아하고 정결하구만. 그 동무는 지금 뭘하고있소? 나이도 어지간한데 건강이랑 일없는지.》

《그 동무는 건강한 몸으로 만수대예술단 녀성기악중주조의 고문으로 사업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외에도 몇몇 오랜 예술인들의 이름을 들어가시며 사업과 건강을 알아보시였다.

《우리 당의 강화발전에 음악예술로 한몫 단단히 한 동무들인데 꽃은 계속 피워야 한다고 내 당부하더라고 전해주오. 그리고 동무가 직접 그들의 생활상문제랑 자주 알아보고 관심을 돌려주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동무네가 올해에도 일을 많이 했지만 래년에도 해야 할 일이 많소.》

그이께서는 당에서 이번에 국립연극극장을 잘 지어주자고 하는것만큼 연극상연을 어떤 작품을 가지고 하겠는가를 연구해봐야 한다는것, 그러되 반드시 현실에 민감하고 당정책관철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하시였다.

이어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전부터 준비하고있던 가극 《량산백과 축영대》를 명작으로 완성하고 인민들에게 먼저 선보인 다음 공연을 진행하며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에서는 뿌슈낀의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가극으로 더욱 훌륭하게 형상하여 무대에 올릴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공연의 목적은 결코 나라들사이의 친선을 도모하는데만 있는것이 아니라 당에 운명을 의탁하고 만난시련을 헤쳐온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인민이 부유한 물질생활과 함께 보다 광범하고 다채로운 문명생활을 마음껏 향유하게 하자는데도 있다고 력점찍으시였다.

《오늘 우리 공화국은 그 누구들이 아무리 애써 부정해도 명실공히 세론이 인정하는 정치강국, 군사강국으로 되였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런 자세와 립장에서 외국음악을 다루어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책임일군에게서 반보가량 뒤져서서 부지런히 말씀 요지를 적는 지휘자를 찾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물집이 돋고 입귀가 부르튼 그의 얼굴을 념려의 시선으로 일별하시였다.

《아무래도 실무적인 부하는 동무에게 많이 걸릴것같구만. 량산백과 축영대 음악편성이랑 봐줘야 하고 예브게니 오네긴도 동무의 손이 가야 할테니까. 한데 그에 앞서 관현악과 합창으로 노랠 하나 형상할 문제가 절박하게 제기되는것이 있소.》

《해내겠습니다.》

《그럼 교향악단은 동무의 대리인에게 맡기고 공훈국가합창단을 가지고 형상해야겠소. 노래제목은 승리의 길이요. 내가 왜 이 노래를 선정했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지휘자와 일군들에게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의 불길속에서 이룩된 성과와 반면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문제들을 큰선에서 말씀해주시였다.

《물론 여러 회의들에서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게 론의되고 강조되겠지만 회의의 성과는 국한된 범위내에서 그칠뿐이요. 만사람의 심금을 틀어잡는 한편의 예술작품보다 그 위력이나 세기가 못하거던.》

장군님께서 정해주신 날자까지 무조건 작품을 내놓겠습니다.》

《고맙소. 동무를 믿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제 열리게 될 협의회를 주관하는 일군에게 시선을 주시였다. 그 일군의 얼굴에는 그이의 사업일정이 드텨질 걱정때문인지 초조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협의회시간이 된거구만.》

《그렇습니다, 장군님.》

《다들 기다리겠는데 그럼 어서 가기요.》

지휘자며 일군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극장을 나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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