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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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시간을 바쳐 방에서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안에서 맡은 부분을 검토하고난 채호명은 설계탁서랍에 건사해두었던 편지를 들고 솔밭공원에 나왔다. 편지는 그의 오랜 친구인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전망연구소 설계실장 림성남이 쓴것이였는데 김철에 출장을 와있는 김중건지배인의 운전사편에 보내여왔다.

호명은 못변두리에 쭉 둘러앉은 낚시군들과 구경하는 사람들을 피해 정양소부근의 안침진 자리를 찾아들어갔다. 돋보기를 끼고 편지를 펼치니 소학생의것과 같은 단정한 글씨가 안겨왔다.

《이보오 호명동무, 우리야 자주 이런 기회가 있었으니 그간 잘 있니 뭐니 하는 서두는 그만하기요. 본론에 직접 들어가면 동무도 아다싶이 우리 황철은 또다시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는 영광과 기쁨을 지니였소. 기업소를 찾으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혁명사적관을 돌아보시고나서 원상복구된 5. 14직장을 먼저 와보시였소. 직장동무들에게서 듣자니 장군님께서는 내가 주체철에 대해 한 말과 새해공동사설을 받고는 정신을 차리고 달라붙었다는것이 알린다, 이렇게 5. 14직장의 생산공정을 현대화하고 철강재생산의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으니 얼마나 좋은가고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하오.

강철직장에 가시여서는 초고전력전기로가 황철로동계급의 정신력에 의하여 드디여 동음을 울리게 되였다고 기뻐하시며 보라, 우만 쳐다보았거나 강건너만 바라보고 앉아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기적이 일어났겠는가, 그저 제힘이 제일이라고 몇번이고 격려의 말씀을 하셨다는게 아니겠소.

초고전력전기로앞에 로보트가 있는것을 보시고는 앞으로 기업소에서 로보트에 의한 연료, 원료취입방법을 받아들여 용해공들을 힘든 로동에서 해방시키려고 한다는데 아주 좋은 일이라고, 근로자들을 고열로동을 포함한 힘든 로동과 유해로동에서 영원히 해방시키자는것은 수령님의 념원이고 우리 당의 결심이라고 하시였다오.

돌아보신 곳마다, 만나시는 사람마다 우리 장군님께서 주신 높은 치하와 격려, 사랑과 믿음의 말씀을 다 쓰자면 정말 끝이 없구만.

위대한 장군님께서 떠나가신 뒤 인차 기업소에서 장군님의 말씀을 관철하기 위한 기업소종업원궐기모임을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연탁에 나와 토론을 했소.

맨 처음에 지배인이 나왔는데 가슴을 치며 연탁은 두드리지 않아도 토론이 어찌나 사람들의 심금을 틀어잡았는지 그게 그대로 우리들의 결의가 되고 맹세가 되였소.

토론에 앞서 여기 모인 동무들에게 한가지 자기비판을 할것이 있다. 사실 기업소에 찾아오신 위대한 장군님을 맞이하고있었을 때 내 주머니에는 산소열법용광로와 산소분리기를 일궈세우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금계산서가 들어있었다. 나는 장군님의 기업소현지지도를 동행하면서 몇번이고 이것을 꺼내여 보고드리려 하였다. 그러다가 련속조괴장으로 가시는 길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석탄가스화와 비콕스제철제강법을 강조하신 담에야 정신이 번쩍 들어 자기를 타매했다.

동무들, 위대한 장군님께서 황철이 그새 일을 많이 했다고 과분한 평가를 주셨는데 그래 기업소가 이룩한 성과라는게 도대체 무엇인가. 엄밀한 의미에서 따져보면 당에서 어려운 우리의 형편을 헤아려 기업소가 일어서도록 생산활성화의 기초를 마련해준 덕분이 아닌가. 그런데도 나는 제힘으로 해나갈 잡도리는 안하고 또다시 위대한 장군님께 부담을 끼쳐드리려 했으니 이 얼마나 렴치불구하고 어벌뚝지가 형편없는 처사인가.

이 자리에서 더 길게 말할것이 없다. 산소열법용광로와 산소분리기는 무조건 우리 힘으로 해야 한다. 이미 마련된 생산활성화의 기초를 최대한 효과있게 활용하는 한편 있는 예비를 깡그리 동원하여 용광로와 산소분리기부터 하루빨리 일궈세우자.

우리모두 경제강국건설의 주타격전선을 사수한다는 각오와 신념을 가지고 위대한 장군님께서 기업소에 주신 과업을 결사관철하자. 그래서 장군님께 황철의 힘으로 만든 주체철, 주체강재를 꼭 보여드리자.

이게 지배인동무가 한 토론이였소.

채동무, 황철은 지금 부글부글 끓고있소. 모두가 떨쳐나 산소열법용광로건설에 총집중하고있소. 우리 황철사람들이 지배인동무를 따라 거기에 산소분리기운영경험을 배우러 갔는데 좀 걱정되는게 있소. 동무네야 덩치가 크다구 늘 제빠듬해서 내려다보는 습벽이 있지 않소. 그러니 동무도 나서서 잘 도와주.

한가지 부탁하고싶은것은 동무네가 한창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론의를 한다고 하던데 그게 끝나면 결과가 어떻게 되였는지 전화로 알려주면 고맙겠소. 같은 기술이라도 연료와 취입공정이 동무네와 우리가 달라서 그러질 않소. 이건 우리 동무들이 내게 부탁해서 하는 말이요. 그럼 사업에서 성과가 있기를 바라며 그만하겠소. 전화를 꼭 해주기 바라오. 친구로부터.》

(성남동무가 신바람이 났구만.)

채호명은 편지를 접어 품에 넣으며 중얼거리였다. 1999년에 황철에서 산소열법용광로가 시험로단계에서 성공하고 위대한 장군님의 배려로 목란관연회에 참가하고 돌아와 노상 호명을 내려다볼사 하며 전화를 하던 그였다. 그러던것이 몇년후 겨울 어느날 전화가 왔었는데 산소열법용광로를 물어보니 그럭저럭 돌아간다며 침울해하는것이였다. 그다음에는 아예 서버렸다고 한다.

전기, 석탄, 원료, 연료 등등 어려우면서도 합당한 리유는 있겠지만 채호명은 무엇보다 일군들의 각오에 걸려있다는것을 대뜸 간파할수 있었다. 그랬던것이 지난해 위대한 장군님께서 황해제철련합기업소를 다녀가신 뒤 그 이튿날로 전화가 오더니 한주일이 멀다하게 전화종소리가 그칠새없다.

(하기야 성남동무인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황철의 오랜 기술자이고 산소열법용광로를 아들처럼 여겨왔던 사람이니까.)

느닷없는 호출음에 채호명은 손전화기를 뽑아들었다. 열관리부기사장 정구철이한테서 온 전화였는데 목소리가 상당히 높았다.

《채아바인 어디 있소?》

《이거 깜박 잊었구만. 내 빨리 가겠수다.》

《거 지금 4층 2호실에 있는게 아니요?》

《?》

4층 2호실은 김철합숙의 김형규네가 든 호실이였다. 채호명은 쓰거워나서 헛기침을 깇었다.

《다 모여 사람들이 기다리는지 언젠데, 옵소 빨리.》

정구철은 찾을 때처럼 몰풍기가 있고 높은 음성으로 전화를 끊었다.

노여웠으나 한순간이였다. 채호명은 구철이 신정이처럼 협의회때의 자기의 태도를 못마땅해하고있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호명은 그들 둘의 감정을 리해하고있었다. 고온공기연소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는 나날에 있었던 가슴찢기는 일, 로가 폭발하여 생긴 여러명의 부상자들중 희생된 한사람, 다름아닌 정구철의 막내동생이며 신정의 애인인 금속연구소 실장 정철이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에서 주창자였던것이다.

돋보기를 벗어든 호명은 웃몸을 일으켰다.

 

한주일후에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에서 제기된 두가지 방안을 놓고 국가심의가 진행되였다. 심의는 하루품이 실히 걸릴것으로 예상되였으나 생각외로 두시간이 채 못되여 끝났다. 결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의 방안이 가결되였으며 그 자리에서 현장지휘부가 조직되였고 금속연구소와 김책제철련합기업소를 비롯한 련관단위들이 여기에 소속되였다.

심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나가버린 텅 빈 회의실에는 신정이 혼자 남아있었다. 아직도 처녀의 뇌리에는 방금 있은 국가심의의 전 과정이 영화화면처럼 끝없이 반복되여 흘러가고있을뿐이였다.

회의실 사회탁우에 나타난 대형액정현시판, 그아래 유축진 곳에 휴대용콤퓨터를 펼쳐놓고 앉은 애젊은 박사원생들.

불이 켜지고 푸른 바탕의 화면에 《고온공기연소기술》이라는 제목의 굵직굵직한 붉은 글자가 현시된다.

영상이 흘러가면서 장면장면마다에 점잖으면서도 씨알이 박힌 김형규의 론리정연한 설명이 가해진다. 고온공기연소기술의 연원과 세계적동향, 일반적원리, 우리 나라에서의 도입전망과 경제적실효성, 미래의 고온공기연소식가열로의 형체, 이렇게 네가지 체계로 되였지만 불과 20분도 못되는 편집물.

《따라서 이에 기초하여 연구한 우리의 방안은 수입에 의거하던 연료문제를 확고하게 해결하고 환경보호측면까지도 엄밀하게 계산하였으므로 압연공정에서의 국산화비중을 과학기술적으로 담보한다는것을 주장할수 있습니다.》

흥분의 파도가 이는것이 분명한 객석, 각이한 움직임, 심의원들의 낮으나 열띤 론쟁.

옆사람과 말을 나누다가 무릎을 치는 사람, 수첩에 열심히 계산을 해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사람의 어깨를 치며 말을 건네는 사람, 어떤 사람은 회의중이라는것을 감감 잊었는지 허리를 구부리고 김형규에게 가서 해당한 답변을 듣더니 공감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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