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2 회)

하편

의병장 조헌

제 6 장

윤선각관찰사의 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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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녀는 마음이 가벼워지고 유쾌해지고 즐거워졌다. 그는 완기와 해동이 그리고 해동이와 함께 옥천에 갔다가 돌아온 의병들에게 꽃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오라버님들, 오늘 저녁에 우리 초막에서 함께 식사를 하시러 오셔요. 제가 마을에 나갔다가 무엇을 좀 구해온것이 있소이다. 큰 수고들을 하고 오셨는데 어찌 가만있겠소이까.》

《아니, 그거야 응당 내가 차려야지. 모두들 우리 초막에 오셔요.》

설향이가 환히 웃으며 나섰다.

《응?! 그참 우리 녀자의병들이 제일이다.》

《하하하.》

《하하하.》

모두 입이 함박만해서 즐겁게 웃었다.

바로 이때에 말을 탄 관군의 군관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그는 말잔등에서 내려 완기네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얼굴을 붉히였다.

《의병여러분네들, 저는 윤선각관찰사가 보내는 사람이오이다. 이렇게 렴치없이 찾아온것이 부끄럽지만 관찰사가 군령을 전하라고 명령하오니 어쩔수 없이 오게 되였소이다. 조헌의병장님이 어디에 계시오이까?》

군관은 자기가 떳떳하지 못한듯 눈길을 어디에 둘지 몰라하였다.

수많은 의병들을 관군에 끌어간것이 마치 자기에게도 책임이 있는것처럼 생각되였기때문이였다. 그럴만도 하였다. 관군의 절대다수는 윤선각이 의병을 해치는것을 못마땅히 여기였으며 청주성을 해방한 의병들을 부러워하였다. 그들도 의병들처럼 왜놈들을 치려는 마음을 불태우고있었던것이다.

방금까지 즐겁게 웃던 조완기선봉장, 해동이, 삼녀, 설향이는 웃음을 거두고 군관을 불청객처럼 지그시 바라보았다. 윤선각이란 말만 들어도 격분이 치솟았던것이다.

조완기선봉장은 군관에게 엄숙히 입을 열었다.

《관찰사의 군령을? 그게 무슨 군령이요?》

《저는 모릅니다. 군령을 전달하라는 령을 받았을뿐이오이다.》

잠시후에 군관은 조헌의병장에게 밀봉한 군령장을 송구히 내주었다.

《의병장님, 우리 관군의 많은 군사들은 의병장님을 존경하고있습니다. 부디 몸 조심히 싸워주시기를 바랍니다. 소인은 또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뵙겠습니다.》

군관은 깊이 허리를 숙여 절을 하고 떠났다.

조헌의병장은 윤선각의 군령장을 뜯어보았다.

《…전라도관찰사의 통문에 의하면 금산성으로 도망친 고바야까와는 다찌비의 대군과 함께 7 000여놈의 군사로 전라도와 청주성을 다시 침입할 준비를 서두르고있다 하오니 충청도관군 2만여명과 충청도의병대는 련합하여 금산의 적을 칠것이다.

그러자면 관군도 의병대도 8월 27일까지 금산성에서 북쪽으로 10리밖에 있는 진악산에 도착하여 진을 치고 싸움준비를 끝내야 할것이다. 이 군령을 받은 즉시로 의병장은 부대를 이끌어 진악산으로 출발하시오.

8월 22일

충청도관찰사 윤선각》

조헌의병장은 윤선각의 이 군령장이 매우 이상스럽게 여겨졌다.

이때까지 의병대를 없애려고 관권, 군권을 몽둥이처럼 휘두르던 윤선각이 이제는 의병들을 중히 여기듯이 련합하여 적을 치자고 하는것은 무엇인가 부자연스러운데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야 어찌 임금을 호위하려 북으로 갈 준비를 다그치고있는 의병대를 진악산으로 부르는것인가.

청주성을 다시 빼앗아 충청도를 삼키려고 달려드는 왜놈들을 먼저 소멸해버리는것은 너무도 응당한 일이다. 더구나 조헌은 청주성에서 적장 고바야까와와 왜놈들을 놓친것을 분히 여겨왔는데 그놈들을 잡아치울수 있는 기회를 만난것이다.

그러나 조헌의병장은 윤선각이가 미덥지 않았다. 위구심을 자아내는것은 윤선각의 2만의 관군이 제때에 27일까지 진악산에 와서 진을 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지난번 청주성싸움때처럼 강건너 불을 보듯 할것만 같은 불안이 갈마들었다.

이 금산성은 전라도의병장 고경명이 전사한 곳이다. 지난 7월에 금산성탈환전투를 벌릴 때 고경명의병대와 함께 련합하여 싸우게 되였던 전라도관찰사 리광이 약속대로 싸우지 않고 고경명을 죽게 만들었던것처럼 윤선각이도 틀림없이 비렬하게 놀아날것이였다.

고경명은 왜란초시기에 왜적이 무서워 도망친 관찰사 리광의 비겁하고 무능한 행위를 보고 그의 죄상을 규탄하였었는데 리광은 그에 대하여 앙심을 품고 금산성을 탈환하는 싸움에 군사를 보내지 않았었다.

방어사 곽영도 처음에는 고경명의병대와 련합하여 싸우다가 먼저 도망쳤다. 그리하여 고경명은 홀로 이틀동안이나 수만왜적과 싸우다가 최후를 마치였다.

전라도관찰사와 고경명의 관계는 신통히도 윤선각과 조헌의 관계와 꼭같은 경우였다. 조헌의병장은 윤선각의 비겁하고 무능한 죄상을 규탄하였으며 윤선각은 조헌의병장의 의병대를 해산시키려고 비렬한 술책을 다 써왔다.

윤선각은 이번 싸움에 700명밖에 안되는 의병대를 7 000의 적앞에 먹히우도록 내버려두었다가 천천히 군사들을 이끌고 금산으로 올수 있을것이라고 예상되였다. 지난번 청주성싸움때도 실지 그와 같이 행동한 윤선각이 아닌가.

그러나 군령도 군령이지만 왜적이 충청도와 전라도를 침략하려고 하는데 의병의 력량이 적다고 어찌 왜적을 막지 않겠는가.

전라도의병장 고경명이 최후를 마친 바로 그 금산으로 가서 그의 몫까지 합쳐 왜적을 쳐야 한다. 고경명과 함께 손을 잡고 싸우자고 일찌기 약속한바가 있거늘 그가 이 세상에 없다고 하여 어찌 그 약속을 저버리겠는가.

그는 지난 7월에 고경명이 금산에서 최후를 마쳤다는 소식을 받고 너무나 통분하고 애석하여 시를 읊어 조상하였었다.

 

용맹한 군사 이 땅에 백만이 있거니

어찌하여 이런 고비 넘을 계책 없을손가

형강을 같이 건느자 맹약한이 어디 가고

배전에 노를 잡고 나 홀로 건너가네

 

이 시는 조헌의병장이 청주성을 치러갈 때 읊은 시다. 그는 지금 이 시가 떠올라 가슴에 더운 피가 설설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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