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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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굽이를 방금 돈 야전차행렬은 500m가량 직선으로 뻗은 길을 살같이 달리고있었다. 무엇인가 전조등빛에 비쳐오는 형체가 있었다.
(누구의 차던가?)
(그래, 맞아. 진청색승용차. 저게 황철의 김중건의 차야.)
(그러고보면 그옆에 서있는 사람이 분명 김중건이같군. 어디 갔다오는 길인가? 차는 왜 로상에 세워놓았을가?)
《방금 길섶에 세워놓은 차를 봤소?》
《봤습니다.》
《그게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지배인 김중건동무의 차요. 식사나 제대로 하구 다니는지 모르겠구만.
내 북진기계련합기업소에 잠간 다녀오겠으니 동무는 숙소에 지배인을 데리고가서 식사랑 시키고 휴식하면서 기다리오. 내 중건지배인을 만나봐야겠소.》
《알았습니다.》
×
문기척소리가 나고 문지방에 김중건이 나타났다.
그런데 김중건은 못박힌듯이 서있기만 하는것이였다. 이밤 중건은 갑자기 받아안게 된 기쁨과 영광이 믿어지지 않아 자기가 혹시 꿈을 꾸고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 사로잡혀있었다. 하여 그는 자기를 데려온 책임부관이 불밝은 식사칸에 안내하여 식탁에 앉혀줄 때에도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도 줄곧 어리뻥해있기만 하였다.
그러나
왜 그러지 않겠는가. 황철에 다녀가신 뒤보다 더 수척해지신
김중건은 인사말씀을 먼저 올려야 한다는것도 잊고, 자기의 언행이 무엄하다는것도 감각하지 못하고
《
《일어나라구, 응. 어서.》
《난 요즘 황철이 제구실을 하는걸 들으니 기분이 좋아.》
《됐어. 이젠 일어나라구. 자, 어서.》
《그래 무슨 일때문에 깊은 밤중까지 다니나?》
눈물을 훔치고나서 김중건은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애쓰며 사연을 말씀올리였다.
《중건지배인이 사람을 잘 모르는구만. 그 락원지배인이라는 사람이 원래 그래.》
《옳습니다,
《중건이, 그 락원지배인이 어떤 사람인줄 알아? 하늘소뒤발통같은 고집쟁이에 형편없는 구두쇠요. 나도 산소분리기가 필요하면 그 사람한테 낮추 붙어야 하는 판인데 동무가 가서 해결한다? 어림없는 일이지.》
《전 산소분리기를 통채로 달라는것도 아니고 약간의 부분품과 설비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구실 저 구실을 대며 자기네만 살 궁리를 합니다.
그래도 전 락원기계련합기업소(당시)를 생각해서 락원이 이번 분기에 제기한 각강과 강재를 전량 풀어주자고 결심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한 50% 뚝 자르겠습니다. 그것도 애를 단단히 먹이면서 주겠습니다. 락원에 주철직장인지 하는게 있으니까 대책을 세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