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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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하오.》
《동문 팽이 한가지요. 외국출장을 갔다와서는 곧바루 무산에 가 틀고앉아있다는 말을 들은것이 금시고 서로 전화를 나눈것이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평양에 와 돌아가는구만. 힘들었지?》
《
《그럴거요.》
《보고를 받았소. 무산얘길 어디 좀 들어보기요.》
《제게 그간 광산이 일한 내용들이 수록된 록화자료가 있습니다.》
《그거 좋구만.》
곧 액정TV화면에 제명이 떠올랐고 화면이 균일한 속도로 흘러간다.
무산광산련합기업소 로동계급의 궐기모임에 이어 광산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판들, 한겨울에 웃동을 벗어젖히고 곡괭이와 함마를 휘두르며 또는 맞들이며 마대를 메고 지고 달리는 청년돌격대원들, 대형원추형파쇄장기초가 점점 형체를 드러낸다. 화면이 바뀌면서 벨트콘베아가 길게 놓여있는 작업장이 현시되면서 수십명은 잘될 용접공들이 한줄로 늘어앉아 작업을 하고있었다.
《저건 무슨 작업이요?》
《콩크리트타입을 하며 올라가다가 파쇄장의 꼭대기가 너무 높아 혼합물운반속도가 한정없이 떠져 페기된 벨트콘베아를 부분별로 잘라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제정된 길이로 자르자면 시간과 함께 높은 기능이 요구되여 무산군과 광산에서 고급용접공들을 뽑아 돌격대를 무었댔습니다. 돌격대를 들이밀어 작업을 진행하니 어찌나 일자리가 푹푹 나던지. … 저게 그 화면입니다.》
이번에는 화면에 무산군에서 광산으로 통하는 대도로를 메운 손수레 대렬이 비쳐진다. 대개가 가두녀성들이였다.
《콩크리트타입물이 얼가봐 비닐집을 지어 작업을 하자고보니 비닐박막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개건현대화지휘부에서는 협의회를 열고 광산은 물론이고 무산군에서도 비닐박막을 수집하였는데 저 화면은 무산군녀맹위원회 녀맹원들이 비닐구럭지를 비롯해서 자기 가정과 일터에서 얻어낸 비닐박막을 손수레에 실어 광산으로 날라가는 광경입니다.》
화면이 바뀌여 파쇄장건설현장이 나타난다. 질통이며 맞들이를 들고 붐비는 사람들속에 바위같이 듬직한 체격에 얼굴빛이 시커멓고 이목구비가 감때사나운 나이지숙한 사람이 자주 비쳐진다. 그는 질통을 지고 달리다가는 때로 방송선전차에 다가가 방송원에게 뭐라고 소리치군 한다. 그러다가는 자기가 직접 마이크를 들고 선동구호를 부르기도 하였다.
《저 동무가 최정봉이요?》
《아닙니다. 저 동무는 련합당부비서동무입니다. 최정봉동무는 저기에 있습니다. 이 동무입니다.》
주영호는 TV앞에 가까이 다가가 최정봉을 가리켜드리였다.
최정봉은 사람들속에 섞여 혼합물을 이기고있었다. 이따금 허리를 펴며 목덜미와 이마의 땀을 훔치였는데 180은 퍽 넘을 큰키에 고동색얼굴의 볼편이며 이마, 눈가에 깊은 주름살이 져있어 늙은이티가 다분하였다. 옷차림 또한 마음에 드셨는데 최정봉은 곤청색작업복바지며 물 날은 로동화, 벙어리장갑까지도 여느 로동자들과 같았다. 누가 저 사람이 무산군당책임비서, 무산광산련합당 책임비서의 중임을 맡고있는 일군이라고 하겠는가. 저 사람이 누군가고 누가 묻는다면 모르는 사람은 최정봉이 로동자라고 말할것이다.
록화물의 마지막부분은 후방기지확장건설판이며 문화후생시설건설정형을 수록한것이였다.
《풍경이 좋소.》
록화물이 끝나자
《일군들이 제구실을 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모든 일이 잘되는 법이거던. 록화물을 보니 모든것이 확연하오. 그동안 정말 수고들이 많았겠구만. 음, 무산, 무산광산!》
《내 원래 무산광산에는 개건현대화가 완전히 끝난 다음 가보려고 했댔는데 록화물을 보니 무산사람들 보고싶어 조급증이 다 나는구만. 가까운 앞날에 한번 시간을 내서 무산에 가겠소. 짧은 기간에 이토록 수고를 많이 했는데 가서 광산로동계급에게 고무랑 해주는게 옳지. 유명한 그 〈마개참모〉를 빨리 만나 통성을 하는것도 내겐 즐거운 일이요.》
《
산바람에 튼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워올리며 기뻐 어쩔바를 몰라하는 주영호였다.
그를 미소속에 바라보시던
《동무가 금속연구소와 김책공업종합대학의 론쟁에 편심을 서지 않고 실리에 맞게 문제처리를 한것은 잘한 일이요. 과학자, 기술자들의 실무적인 론쟁에 감 내놔라 배 내놔라, 이것이 옳고 저것이 옳다는 식의 사업방법은 금물이요.
그렇지만 일군들은 철저히 그것이 과학기술적인 론쟁이라도 우리 당 경제정책을 자대로 삼고 그 결과물의 실리를 따져야 합니다. 우리 경제의 주체화에 큰 리익을 주는것이라면 그것을 선택해야 하오.
그러니까 김책공업종합대학의 도입안을 선택했단 말이지? 운은 뗀셈이구만. 김책제철련합기업소의 립장은 무엇이요?》
《그 동무들로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도입안에 대한 완전한 파악이 없다보니 처음엔 반신반의의 립장이였습니다. 중간시험공정을 훌 뛰여넘어 단번에 가열로에 도입하겠다는 그자체를 일종의 모험으로 보고있었습니다.
금속연구소 역시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같은 립장이였습니다. 이로 해서 또 한바탕 두 진영이 론쟁을 벌렸습니다. 여기에 김철과 연구소의 일부 일군들이 절충안까지 내놓아서 더 복잡해졌댔습니다.》
《?》
《중간공정단계를 반드시 거치되 현행생산이 중요하므로 중유 먹는 가열로는 그냥 놔두고 새로 가열로를 사오든지 하나 만드는 방향에서 하자는것입니다.》
《주영호동무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있소?》
《
《주동무의 견해가 그렇다니 한결 마음이 놓이오. 참, 그 보수주의 여간이 아니구만. 보수주의의 기초엔 의존심이라는것두 있는것같소.》
《아직 떠, 굼뜨거던.》
《…》
《불일치가 되여 론쟁하던 과학기술적문제가 타결되고 도입안이 책정되였으면 실리에 맞게 손을 빨리 붙여야지 어째서 아직까지 말공부로 허송세월을 하고있소? 동무가 이자 문건을 봤겠지만 중유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비위살크게 자릴 틀고있소?
무산이 첫걸음을 잘 떼였으니 이제부터는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에 관심을 많이 돌려야겠소. 한데 김책공업종합대학동무들의 평균나이며 실력들은 어떤지. 현장경험이 부족하겠는데. …》
주영호는 김형규를 비롯한 김책공업종합대학 성원들을 자세히 설명해올리였다.
《다들 젊구만. 실력이 간단치 않다니 마음이 놓이오. 주영호동무, 요즘은 어딜가나 김책공업종합대학이요. 동문 그 대학 자동화체계연구실의 〈홍길동〉이를 알고있소?》
《예, 압니다. 그 동문 저의 제자입니다.》
주영호는 자랑기가 다분히 섞인 목소리로 대답올리였다.
《그렇소? 하긴 동무가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댔지. 그 사람 대단한 일을 많이 제꼈소. 대동강맥주공장과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애기젖가루생산공정 그리고 청주기계공장에서 서유럽의 고도기술코대를 꺾어놓고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였소.
이상하거던. 생산공정들이 뚝 버티고 돌아 안 가다가도 그 동무의 손만 닿으면 곰살궂어진단 말이요. 그래 내 가는 곳마다 그 얘기를 듣고나서 〈홍길동〉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소.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교육수준이 높다는것이 알리오.》
《시작이 절반이라고 황철의 산소열법과 김철의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이 발을 뗀만큼 이제는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당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강하게 밀어주어야겠소.》
끝으로 경희극 《산울림》에 대한 무산사람들의 반영을 들어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