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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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시던 최정봉이 도착한것은 점심시간이 퍽 지나서였다.
오후해빛이 아낌없이 비쳐드는 숙소의 식사실창가에 서서 수행일군들과 담소를 나누고계시던
문틀 웃부분에 거의 닿을만치 큰 키에 철산봉의 주인답게, 거쿨진 체격,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여 남자싸면서도 대범하고 너그러워보이는 얼굴인상, 대번에 마음에 드시였다.
《아- 왔구만, 〈마개참모〉!》
《왜 이자야 오나. 난 배가 고픈걸 겨우 참구 기다리고있었소. 이리 오오, 손이나 잡아보자구.》
《길에 령이랑 많아서 힘들게 왔겠소.》
《일없었습니다. 전 다만
《걱정해주어 고맙소. 철령도 넘어다녔는데 차유령이라고 왜 넘지 못하겠나. 음- 키가 본때나게 크구만. 롱구를 하지 않았소?》
《중학시절에 좀 했습니다.》
《체격을 봐도 과시 철산봉을 타고앉을만 하오. 다들 인사나누시오. 이 동무가 무산광산련합기업소 책임비서요. 일명 〈마개참모〉라고도 하오.》
수행일군들은 최정봉과 인사를 나누며 무산광산이 일을 잘하여
인사가 끝난뒤
《내 오늘 광산을 돌아보았는데 1년사이에 일 많이 했소. 그렇다는 의미에서 내 동무에게 한잔 부어주겠소.》
황송하여 일어서려는 정봉을 제지시키신
《그간 정말 수고많았소.》
두손으로 잔을 정히 받쳐든 최정봉은 감격에 겨워 커다란 눈을 슴벅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한손으로 눈굽을 훔치고나서 입을 열었는데 말마디들이 자주 끊기였고 문맥이 바뀌기도 하였다.
《
끝내 그는 말끝을 잇지 못하였다.
《연회석상도 아닌데 무슨 연설이 그렇게 기오.》
최정봉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듯 몸가짐을 바로하며 머리를 버쩍 들었다.
그는 군인처럼 한손을 바지혼솔에 가져다붙이고 어깨를 쭉 펴며 힘찬 결의를 다지였다.
《
《그래야지. 이제야 〈마개참모〉답소.》
비록 늦기는 하였지만 점심식사시간은 시종 단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흘러갔다.
최정봉의 빈잔을 채워주신
《내
《〈까까오리〉입니다.》
《맞소, 〈까까오리〉라고 했소.》
《토배기말이여서 듣기가 설었댔는데 맛은 무척 인상에 깊었댔소. 무산사람들 아직도 그걸 담그오?》
《예, 담급니다. 그런데 진품 〈까까오리〉를 맛보자면 리들에 나가야 합니다.》
《음- 그렇구만.》
《이게 〈까까오리〉만큼은 맛이 있겠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들어보오. 우리 집에서 담근 김치요.》
《
《〈까까오리〉주량을 내가 몰라서? 손을 치우오.》
《의미가 있소. 다른 동무들은 한잔인데 왜 동무는 석잔이고 또 내가 직접 부어주는가. 일 많이 했다, 앞으로 일을 더 많이 하길 바란다, 그러자면 건강해야 한다, 이런 뜻이요. 그러니 어서 받소.》
웃몸을 일으킨 최정봉은 잔을 정히 들었는데 받아안은 사랑과 믿음이 하도 커서인지 몸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