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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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시던 최정봉이 도착한것은 점심시간이 퍽 지나서였다.

오후해빛이 아낌없이 비쳐드는 숙소의 식사실창가에 서서 수행일군들과 담소를 나누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출입문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문틀 웃부분에 거의 닿을만치 큰 키에 철산봉의 주인답게, 거쿨진 체격,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여 남자싸면서도 대범하고 너그러워보이는 얼굴인상, 대번에 마음에 드시였다.

《아- 왔구만, 마개참모!》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가움에 젖은 음성으로 그를 부르시였다.

《왜 이자야 오나. 난 배가 고픈걸 겨우 참구 기다리고있었소. 이리 오오, 손이나 잡아보자구.》

김정일동지께서는 눈물이 그렁해서 자기소개를 하는 그에게 손을 내미시였다. 최정봉은 그이의 손을 두손으로 부여잡고 허리를 굽히며 삼가 인사를 올리였다.

《길에 령이랑 많아서 힘들게 왔겠소.》

《일없었습니다. 전 다만 장군님께서 이 험한 날씨에 그 가파로운 령을 넘으셨다는것을 알고는 심장이 다 쫄아들번했습니다.》

《걱정해주어 고맙소. 철령도 넘어다녔는데 차유령이라고 왜 넘지 못하겠나. 음- 키가 본때나게 크구만. 롱구를 하지 않았소?》

《중학시절에 좀 했습니다.》

《체격을 봐도 과시 철산봉을 타고앉을만 하오. 다들 인사나누시오. 이 동무가 무산광산련합기업소 책임비서요. 일명 마개참모라고도 하오.》

수행일군들은 최정봉과 인사를 나누며 무산광산이 일을 잘하여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린데 대하여 축하해주었다.

인사가 끝난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정봉을 자신의 곁에 앉히시였다. 그이께서는 옥색자기병을 드시며 그에게 말씀하시였다.

《내 오늘 광산을 돌아보았는데 1년사이에 일 많이 했소. 그렇다는 의미에서 내 동무에게 한잔 부어주겠소.》

황송하여 일어서려는 정봉을 제지시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에 잔을 들려주시고나서 자기병을 기울이시였다.

《그간 정말 수고많았소.》

두손으로 잔을 정히 받쳐든 최정봉은 감격에 겨워 커다란 눈을 슴벅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한손으로 눈굽을 훔치고나서 입을 열었는데 말마디들이 자주 끊기였고 문맥이 바뀌기도 하였다.

장군님, 저는 이 모든것이 꿈만같습니다. 사실 장군님께서 광산을 찾으시였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오전에 무산서 전화를 받고 최정봉이는 복이 없구나 하고 한탄을 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상의 영광이 이렇게 갑자기, 한 일이 너무나 적은 저로서는 황송스럽기만 합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 불편하신 몸이심에도 눈보라길을 헤치시며 머나먼 우리 광산을, 저는 그저…》

끝내 그는 말끝을 잇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며 롱조로 가볍게 핀잔하시였다.

《연회석상도 아닌데 무슨 연설이 그렇게 기오.》

최정봉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듯 몸가짐을 바로하며 머리를 버쩍 들었다.

그는 군인처럼 한손을 바지혼솔에 가져다붙이고 어깨를 쭉 펴며 힘찬 결의를 다지였다.

장군님, 일 많이 하는것으로 은총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이제야 마개참모답소.》

김정일동지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박수를 쳐주시였다. 봄날의 비같은 박수소리들이 뒤따라 부드럽게 울리였다.

비록 늦기는 하였지만 점심식사시간은 시종 단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흘러갔다.

최정봉의 빈잔을 채워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 어느 음식이 맛있을거라고 알려주기도 하시였으며 료리접시를 앞에 옮겨주기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정봉이 음식을 넘길 때까지 여유를 두셨다가 김치그릇을 앞에 놔주시며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시였다.

《내 수령님을 모시고 무산에 갔을 때 그곳 일군들이 맛보라고 식탁에 놔준 음료가 생각나오. 마셔보니 우선 쩡한 맛이고 그다음에 음미해보면 연한 단맛에 새큼새큼한 맛도 나더란 말이요. 이름이 뭐더라. 돌배를 연한 소금물에 담그어 발효시킨 음료인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구만.》

까까오리입니다.》

《맞소, 까까오리라고 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무릎을 치시며 존안에 웃음을 지으시였다.

《토배기말이여서 듣기가 설었댔는데 맛은 무척 인상에 깊었댔소. 무산사람들 아직도 그걸 담그오?》

《예, 담급니다. 그런데 진품 까까오리를 맛보자면 리들에 나가야 합니다.》

《음- 그렇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께서 놔주신 김치를 가리키며 말씀하시였다.

《이게 까까오리만큼은 맛이 있겠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들어보오. 우리 집에서 담근 김치요.》

김정일동지께서 자기병을 세번째로 기울이려 하시자 최정봉은 수저를 놓으며 황황히 잔우에 두손을 포개얹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 이러시면 전, 전 술은 다했습니다.》

까까오리주량을 내가 몰라서? 손을 치우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존안에 웃음을 띠우시며 그를 책망하시였다.

《의미가 있소. 다른 동무들은 한잔인데 왜 동무는 석잔이고 또 내가 직접 부어주는가. 일 많이 했다, 앞으로 일을 더 많이 하길 바란다, 그러자면 건강해야 한다, 이런 뜻이요. 그러니 어서 받소.》

웃몸을 일으킨 최정봉은 잔을 정히 들었는데 받아안은 사랑과 믿음이 하도 커서인지 몸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기만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러는 최정봉을 자리에 앉히시며 그옆에 앉은 주영호를 찾으시였다. 그에게 함께 일했는데 동무삼아 주동무도 많이 들라고 이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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