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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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적지 않게 흘렀지만 식사분위기는 여전히 화기로왔다. 오른 편에 앉은 일군들과 북부탄전개발에 관한 화제를 나누시고나서 수저를 드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정봉이네쪽에서 나는 약간 높은 음성을 듣게 되시였다.

돌아보시니 무엇때문인지 주영호가 최정봉에게 열을 올리는듯한 인상이였다.

《왜들 그러오?》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자 그는 최정봉을 흘깃 스쳐보고나서 대번에 이렇게 말씀드리는것이였다.

장군님, 이 정봉동무는 도덕의 도자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목소리가 하도 크고 표현이 《엄중》하여 좌중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였다.

《?!》

밑도 끝도 없는 주영호의 대답에 의아해하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그들사이가 여간 가깝지 않은 관계이지만 둘 다 승벽이 세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엇인가 불일치가 생긴것이라고 짐작되시였다.

주영호는 또 한번 최정봉을 불만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고나서 계속하였다.

장군님, 일상생활에서 웃사람이 아래사람에게 정을 베풀면 그에 마땅한 례의를 지켜야 하는것은 아래사람이 갖추어야 할 초보적인 도리입니다. 그런데 이 최동무는 다름아닌 장군님으로부터 석잔씩이나 축배잔을 받고도 뭘로 빚어놓은 사람인지 함구무언에 요지부동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제 이걸 가지고 신칙하던중이였습니다.

이자 보니까 장군님, 이 최정봉동무는 아주 불측한 사람입니다.》

주영호가 어마어마한 표현으로 말을 끝내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수저를 놓으시며 환하게 웃으시였다. 좌중의 여기저기에서도 웃음소리가 간간이 퍼져올랐다.

《난 또 무슨 일인가 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냥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목덜미까지 온통 붉어져가지고 앉아있는 최정봉에게 유쾌한 어조로 롱담을 하시였다.

《한데 주영호동무가 내 심정을 바로 맞혔소. 글쎄 나도 은근히 기다렸댔는데 례의가 없더란 말이요. 그렇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소.》

좌중의 눈길이 최정봉에게로 쏠리였다. 그이께로 몸을 돌려앉으며 정봉은 무릎우에 두손을 얹었다.

장군님, 물론 주영호부총리동지가 옳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반대로 생각했댔습니다. 웃사람이 준것으로 례의를 차리는 아래사람은 정말로 도리가 없는 인간입니다.

하물며 제 어찌 장군님께 그런 인사를 올릴수가 있겠습니까. 부총리동지가 아무리 저를 불측한 인간이라고 해도 전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 다른 방법으로 장군님께 인사를 올리려 하였습니다.》

《기지가 있소, 단수가 높거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롱담조로 말씀하시면서 그를 지지해주시였다.

《동무의 말이 옳소. 그것도 하나의 례의요. 동무는 속이 헤아릴수없이 깊은 사람이요. 어떻소, 주영호동무.》

그이께서 주영호의 《엄중한》 표현을 반전해석하시며 물으시자 그는 경우에 궁하여 머뭇거리다가 변명조로 대답드리였다.

《이 사람 아주 능글보인줄 몰랐댔습니다.》

그 말에 좌중에서는 다시한번 웃음의 파도가 일었다.

《그래 무슨 방법으로 인사하려댔소?》

최정봉은 일어서서 옷매무시를 바로 쓰다듬으며 어깨를 폈다.

장군님, 전 장군님께 우리 광산로동계급의 마음이 담긴 노래를 하나 불러드리려고 준비했습니다.》

호응하는 박수소리가 먼저 터져올랐다.

좌중을 둘러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허락한다는 뜻으로 한손을 올렸다내리시였다.

최정봉은 소리를 가다듬으려는듯 헛기침을 하며 목을 톺고나서 웅글고 절절한 목소리로 첫 운을 조용히 떼였다. 인차 크지 않은 식사실공간에는 그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퍼져가기 시작하였다.

 

동트는 이른새벽 먼길을 떠나시는

장군님 우러르며 우리 맘 따라서네

가실 곳 많아도 많다 하여도 험한 령 삼가하시며

안녕히 안녕히 다녀오시라 아 우리 장군

 

노래에 어찌 최정봉이며 무산로동계급의 심정만 담겨져있었겠는가. 노래는 전인민적인 감정을 내포하고있는것으로 하여 저절로 좌중에 퍼져가 3절은 수행일군들모두가 앉은자리에서 따라불렀다.

 

장군님 그 품 없인 인민의 삶도 없어

꽃주단 펴드리며 우리 맘 함께 가네

간절한 이 소원 간절한 소원 가슴에 안으시고

안녕히 안녕히 다녀오시라 아 우리 장군님

 

박수소리가 터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이 더없이 후더워나시여 좌중을 둘러보시며 거듭 사의를 표시하시였다.

《고맙소! 고맙소, 동무들!》

그이께서는 최정봉의 손을 끌어당겨 앉히시였다.

《동무가 무산로동계급의 심정을 담아 불러준 노래를 내 축배삼아 잘 들었소. 노래를 들으니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자각이 드오.》

자기병을 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정봉의 잔을 끄당기시였다.

《그런데 인사를 받고 가만히 있을수가 없지.》

그러시고는 좌석의 일군들모두에게 말씀하시였다.

《내 최정봉동무에게 한잔 더 주려고 하오. 동무들도 오늘 무산광산에 가봤겠지만 철산봉의 아들들은 마침내 1호대형원추형파쇄기의 세찬 동음으로 개건현대화의 첫걸음을 힘있게 내디디였소. 이로 하여 금속공업의 피줄기는 원기를 회복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하였으며 결과 주체철생산체계확립을 위한 사업은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마음먹은대로 추진할수 있게 되였소. 앞으로 무산광산은 해놓은 일보다 할 일이 더 많소.

그래서 나는 최정봉동무가 이룩한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의 개건현대화사업에서도 더 큰 성과를 이룩하기 바라는 의미에서 이 잔을 주려고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정봉의 별칭을 정겹게 부르시면서 친히 그의 손에 잔을 들려주시였다.

마개참모〉! 터진 구멍을 막는 마개참모로만 남아있지 말고 이제부터는 무산전역전반을 틀어쥐고 금속공업의 주체화를 강력하게 떠밀어주는 야전지휘관이 되라구. 알겠소?》

장군님의 말씀을 반드시 명심하고 일을 잘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의 다함없는 믿음에 최정봉은 격정에 겨워 결의를 다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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