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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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장뒤거두매를 끝낸 승일은 총화가 끝나는 차제로 와달라는 기업소 련합당위원회의 전화를 받게 되였다. 분명히 어제 진행한 시험에 관한 문제때문일것이다. 승일은 시험성원들에게 다음날 저녁에 매 성원들이 제출해야 할 부문별, 공정별시험지도서의 방향을 알려주고나서 현장을 나섰다.
참으로 이상한노릇이였다. 전번에 제기되였던 송산공정의 상하입구를 번호별로 갈라주고 산소와 공기취입을 규정의 요구대로 하였는데 결과는 첫 시험때와 같았다. 여기에 생각지도 않던 보조공정에서 탈이 나 고압수가 불균형적으로 공급되는 바람에 중도에서 로의 가동을 멈추지 않으면 안되였다. 아무래도 로를 해체하고 육안으로 검열해봐야 원인을 알수 있을것같았다.
그는 한숨을 푹푹 내쉬였다. 로를 해체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보니 김중건의 얼굴이 떠올랐다. 로의 해체와 복구에 자재와 설비, 로력이 필요했던것이다. 물론 이 모든것은 김중건이 맡아왔고 응당히 그가 해야 할 몫이였지만 실패를 반복하다보니 소요되는 자재와 설비명세서를 내들기가 점점 면구스러운 심정이였다.
당위원회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슨 시험결과때문이 아니라 당의 크나큰 신임과 배려에 의하여 주체철을 담당한 부기사장 겸 새로 내온 전망설계연구소의 소장으로 임명되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있었다. 하도 감격이 커 덩해 서있던 함승일은 지배인방에 빨리 가보라는 련합당책임일군의 권고를 받고서야 당위원회를 나섰다.
지배인방은 행정청사 2층의 왼쪽날개에 위치하고있었는데 김중건은 한창 전화중이였다.
《내 이걸 마저 끝내구.》
중건은 앉으라는 눈짓을 하며 왼손지시손가락을 구부려 전화기를 두드리는 시늉을 한다.
《아, 글쎄 그렇게 해두 일없다니까요. 내 성남아바이에겐 충분한 설명을 하지요. 리해해주시오. 우리 성남아바이 산소열법 내놓고는 다른 일 특히 문학예술에는 아주 문외한이다보니 그럴수 있습니다. 그러니 작가선생이 구상했던 방향대로 그냥 쓰십시오. 예, 그럼.
에참, 령감쟁이두. 암만봐야 곧은목이거던.》
김중건이 탁우에 있는 담배곽과 재털이를 량손에 하나씩 들고 승일의 앞에 와앉았다. 그는 승일의 얼굴에 비껴있는 호기심을 띠여보고 설명해주었다.
《보름전에 황해북도작가동맹위원회에서 한 소설가가 성남아바이를 원형으로 소설을 쓰러 왔댔어. 취재를 하고나서 작가가 날 찾아왔는데 그가 하는 소리가 야단났다고 하더군.
그래 물어보니 취재한대로 쓰면 읽히우지 않을것같아서 〈아바이, 들어보니 일을 잘하셨구만요. 그런데 지배인과의 갈등이 없으면 술에 물탄것처럼 됩니다. 소설이 속보가 되고말지요. 집에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는게 어떻습니까?〉 하고 성남아바이에게 의견을 물었다는거요.
림아바이가 어벙벙해있다가 앞꼭지는 잊어먹구 갑자기 집엔 왜 들어갔다나오라나 하더라지. 그러다가 제 무릎을 치며 아하, 작가들은 생활적인 자리에서 취재하기를 좋아한다지요. 그럼 집에 갑시다. 뭐는 없지만 두부탕에 술 한잔이야 있지요, 이랬다는거요. 그래 작가가 아니, 그 소리가 아니구 고난의 행군때 년로보장나이두 지났고 너무 힘들어서 집에 들어가앉아 철물장사를 좀 하는것으로 하자는 권고였다고 말해주었다더군.
림아바이가 어쨌는지 알아? 절대로 안되오, 난 고난의 행군때에 지각이나 조퇴, 사결을 받은적이 아예 없었소, 기업소에서 출근자들에게 주는 강냉이송치국수를 먹으면서두 타발없이 100% 만근했단 말이요, 그런 식으로 소설을 쓰려면 당장 그만두오라고 했다는거요, 하하하.
며칠 있다가 림아바이 내게 그 말을 하더군. 그래 내 한마디 했지.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는게 좋을것같소, 대중교양에 좋지 않우? 실제루 부경아바이두 그렇고 근직동지랑 문성기사들이 힘들어서 집에 들어가 착화탄통이며 탄집게, 쓰레박 등속들을 만들어 판건 사실 아니요.
했더니 성남아바이가 내 그럼 그런 사람들과 같은 부류인가고 펄쩍 뛰며 머리를 젓지 않겠나.
그날 내 아바이에게 문학창작에서 전형창조와 허구를 설명해주느라 아까운 시간을 많이 허비했어. 림아바이 머리를 끄덕이길래 리해한줄 알았는데 전화 받아보니 그냥 고집불통을 부리는거구만.》
또다시 갈마드는 놀라움이였다. 함께 생활해오면서 문학예술에 취미가 있다는것은 알고있었지만 전문술어의 의미까지 파악하고있다는것은 몰랐던 함승일이였다.
《하여튼 축하해, 이미전에 됐어야 하는 일이였는데.》
화제를 바꾼 김중건이 상반신을 숙이며 한손으로 그의 어깨를 한번 툭 쳤다. 함승일은 얼굴을 붉히였다.
《실패를 밥먹듯하는 사람한테 과분하구만. 당의 믿음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산소열법이 꼭 빛을 봐야겠는데.》
《실패때문에 기분이 저상됐구만. 일없어, 대신 원인규명을 하고있지 않는가. 그렇게 한발한발 전진하느라면 되겠지 뭐. 한대 태우라구.》
김중건이 담배를 붙여물며 곽을 그의 앞으로 밀어준다.
《그동안 직제없이 일하자니 힘들었을거야. 부기사장 겸 소장으로 임명되였고 기구도 나왔으니 자, 그럼 일을 시작해야지, 부기사장동지.》
앞탁에서 사업수첩을 끄당겨온 중건은 원주필을 뽑아들었다.
《우선은 래일 운수직장에 가서 반짐차 하나 인계받으라구. 전용승용차는 인차 생길테니까 불편한대로 림시 그걸 리용하라우, 데리고일할 사람들명단은 동무가 직접 기안해가지구 빨리 제출해주고.
두번째로 추진시켜야 할것은
《가만.》
함승일은 사업수첩우를 달리는 중건의 손을 잡았다.
《급히 먹는 밥에 목이 멘다잖아. 이 연구소소장의 의견부터 들어보구 하나하나 합의를 보는게 옳지 않을가?》
김중건이 달리던 원주필을 멈추며 게면쩍은 인상을 지었다.
《내 의견은 이래. 기업소의 전반적인 생산공정을 산소열법체계로 만들자고 해도 용광로가 먼저 완성돼야 하거던. 그래서 난…》
전화기가 요란히 울리며 방주인을 찾는다. 몇분간 통화를 하고난 김중건이 옷걸개에 가더니 모자며 덧옷을 입는것이였다.
《승일동무두 대흥광산 당비서 알지?》
내화물을 실어내가는 관계로 송림항에 몇번 와 면식을 익힌 사람이였다. 이것이 아니라도
《그 사람 무슨 일인지 평양에 올라왔다는군. 당장 올라가서 대흥하구 우리 기업소가 한 내화물계약을 받아내고말아야지. 대흥 가있는 업무부지배인이 말하기를 그 당비서가 자꾸 튼다잖아. 토론은 내 평양 갔다와서 하자구.》
함승일은 오늘 처음으로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비록 실패는 거듭했으나 기구가 나왔으니 이제부터는 자립적으로, 독자적으로 일판을 마음대로 벌릴수 있게 된것이 기뻤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