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제 3 장

24

(1)

 

그것은 어제 있은 일이였다. 주영호가 어랑천발전소로 떠난 뒤에 형규는 정구철이 방에 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되였다.

《어서 오십시오, 강좌장선생.》

문을 열고 나서자바람으로 누군가 소리쳐서 그쪽을 보니 열간압연직장의 로동자들이 가열로굴뚝어방에 점심식사를 차려놓고 그를 찾는다. 김형규의 주동적인 결심에 의하여 공사현장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 가열로직장곁에 거처지를 옮긴 이후부터 급격히 달라진 현장사람들의 태도이다.

이것은 형규네가 짬짬이 파벽돌과 낡은 천막천, 부산물목재 같은 건설자재들을 끌어들여 자체로 숙소를 짓는 한편 열간압연직장 로동자들이며 현장사람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의식적이면서도 성실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이 과정에 형규는 많은것을 새롭게 인식하였다. 고온공기식이라는 새 기술을 지나치게 신비스럽게 여기는것이 좀 흠이지만 어려운 속에서도 생활을 락천적으로 이악하게 해나가는 함경도기질과 맡은 일을 책임적으로 하려는 높은 사상적각오, 로동계급다운 패기와 성실성은 형규로 하여금 새 기술도입의 전망에 대하여 더욱 큰 자신심을 가지게 하였다.

《부기사장동지가 찾아서》 하고 그들에게 량해를 구한 김형규는 문을 다시 열고 박사원생들에게 로동자들이 기다린다고 일러주었다. 그러고나서 문가녁에 세워놓은 채호명의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향했다.

그는 부기사장이 찾는것은 아마 고온공기연소식가열로에 콤퓨터에 의한 조종체계를 도입하는 문제때문일것이라고 짐작하였다.

행정청사 3층의 가운데에 위치한 부기사장의 방앞에 들어서니 정구철이 전화통을 붙들고 서서 누군가와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있었다. 그는 김형규에게 한손으로 의자를 가리키며 전화통을 추슬러들었다. 형규의 귀에 들릴 정도로 높은 상대방의 음성을 들어보니 시공을 담당한 압연공무부기사장이였다.

《여보 열관리부기사장, 나만 잠간 자릴 뜨면 왜 건설공정이 뒤바뀌오? 항에 나가 세멘트하선작업 봐주구 들어오니 조종체계를 도입해야 하기때문에 건설공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말들이 떠돌던데 도대체 무슨 판이요?》

《아 손아바이(부기사장들중 압연공무부기사장이 제일 년장자이고 지난 시기 정구철이 그의 밑에서 일했으므로 아직도 구철은 아바이라고 부른다.), 그게 어디 내가 하는 일입니까?》

《당신이 하지 않으문 누가 해?》

《나야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일 조직사업이나 해주는 사람이지요.》

《모르겠다. 돌아가는 소문에 열관리부기사장 요즘 자나깨나 룡꿈을 꾸구있어 그전처럼 일을 안한다 그래.》

정구철은 게면쩍은 인상을 지으며 형규쪽을 한번 슬쩍 곁눈질하고나서 송수화기를 바꿔들었다.

《누가 그런 소릴 꾸며내우? 건 허튼 나발이요.》

《그런 말 말게. 내야 정동물 몰라서? 고온공기지휘부 조직될 때 정동문 거기 참가하는걸 수태 손이 시려했다며? 무슨 쪼간이 있어 그런 태도를 취했겠지. 그러니까 소극적으로 일할수밖에 있나.》

《됐습니다, 손아바이. 실없는 소린 그만하구 이미 조직한대루 건설공정을 내밉시다.》

정구철은 송수화기를 놓고나서 책상우의 사업수첩을 번지며 무엇인가 확인하였다. 그러고나서 담배를 붙여물었는데 어찌된셈인지 입을 열지 않는것이였다. 담배 한대를 거의다 태울무렵에야 그는 말문을 열었다. 어딘가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꽁초를 비벼끈 정구철이 전화통을 턱짓한다.

《보오, 선생의 창발성이 무슨 혼란을 가져오는가를 말이요. 한데 가열로에 갑자기 조종체계도입이라는건 뭐요?》

《아무래도 콤퓨터에 의한 조종체계를 도입해야 할건 뻔한 일인데 새 가열로 만들 때 해놓아야지 그것때문에 일부러 일판을 또 벌리겠습니까. 조종체계를 도입하는 일은 그리 품이 들지 않습니다. 기업소가 손이 모자란다면 제 대학에 의뢰해서 풀도록 하겠습니다.》

《그만한건 우리 기업소에서도 얼마든지 할수 있소.》

자존심이 상한듯 급하게 말허리를 자르는 정구철이였다.

《그렇다면 기업소에서 이 일을 빨리 조직해야 되지 않습니까?》

구철의 얼굴에 피여오르는 울기를 띠여보니 주춤하게 되였다. 그랬던 김형규는 내친김이라 품고있던것을 털어놓고말았다.

《제 여기 와 일해보니 결정적으로 콤퓨터에 의한 조종체계를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기사장동지도 더러 아시겠는지 모르겠는데 열간압연직장은 로력부족으로 부업을 잘못해서 2강철영양제식당에 가 더부살이식사를 합니다. 콤퓨터에 의한 조종체계를 도입하게 되면 직장에 적지 않은 로력이 남게 됩니다.

이 로력을 부업지를 일구고 축산을 하는데 돌리면 좀 좋습니까. 기업소에선 고온공기연소가열로건설이 마감단계에 이른 지금에 와서까지 조종체계도입을 늦잡으면 안됩니다.》

《여보 형규강좌장.》

책상을 쾅 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제가 무슨 금속상인가, 내각일군인가? 자기앞에 학생아가 앉아있는가 하오? 푼수에 넘치게 기업소일을 거들지 말란 말이야. 당신이 왼심을 안써두 김철은 할바를 하고있소. 제철지구의 현대화는 우리 손으로 끝냈구 여기 압연지구는 2강철과 련속조괴 한창 하고있는중이야. 아직 축열체론난도 아퀴짓지 못했는데 조종체계도입이란건 무슨 생뚱같은 소린가?》

《…》

《선생은 자길 안다구 생각하나? 당신 지금 푹 취해있어, 인재라는 주정높은 눅거리칭찬에 말이야. 당신네 도움이 없이도 우린 해내니까 맡은 일이나 착실히 하는게 좋소.》

정구철은 울기를 삭이느라 괜히 량수책상우의 사업수첩이며 종이장들을 이쪽저쪽 옮기다가 이런 말로 끝을 다지였다.

《내 오늘 선생을 왜 찾았는가. 선생은 학자답지 않소. 관료기가 있는가 하면 독선적이요. 저네것만 제일이고 제 주장만 옳다거던. 사업계획에선 산만하고. 부디부디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가열로에 조종체계를 도입하자는건가? 그러니까 전반적인 조직사업에 혼란이 오지 않는가? 형규선생, 내 진심으로 부탁하는데 김철일은 주인들이 어련히 알아할테니 자기 일 잘하는데 머릴 쓰우. 명심합소. 내 할 말은 이게 다요.》

…산소분리기2직장쪽에서 쏴- 하는 방산소리가 울리였다. 형규는 자전거를 타려다가 그만두었다. 모욕감으로 하여 내키지 않았고 발길이 가는대로 걷고싶었다.

인격을 올렸다내렸다하는 정구철의 거치른 언행에 몹시 감정이 상했기때문이였다. 물론 김형규는 정구철의 추궁을 리해 못하는것은 아니였다.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주관에 사로잡혀 가열로에 조종체계를 도입하자고 서둘다나니 기업소의 전반적인 사업흐름에 혼돈을 가져올번한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형규는 밑바닥에 무엇이 깔려있어 정구철의 추궁이 도수가 넘게 되였는가를 모르지 않았다. 그것은 금속연구소의 가열로며 혼합형가열로, 나중에는 구형축열체까지 부정당하는데로부터 축적되였다가 폭발된 노여움일것이다.

김형규는 리해가 되지 않았고 괴롭기만 하였다. 좋은 일을 하면서 어째서 우리는 사람들과 의가 틀려야 하는가. 우리가 중앙대학에서 파견되여왔다고 언제한번 현지사람들의 의견이나 주장을 무작정 도리머리를 젓거나 밀어제낀적이 있는가. 정구철부기사장은 왜 자기네 주장이 무시된다고만 여기며 이러는걸가. 하여 형규는 점심식사를 할 생각을 잊고 솔밭공원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소나무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산책하며 괴로운 심신을 달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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