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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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 만난 기회에 동무와 의논할것이 있어 그러오.》
《보오. 황철의 산소열법용광로생산기술공정도요. 일전에 내가 요구한것인데 부서에서 어제저녁에 올려보냈더구만.》
세세히 살펴보고난 주영호는 속으로 놀라왔다. 공정도를 보면 로체, 송산, 원료, 보조, 물처리, 제진, 제품처리 등 모든 계통들이 완벽하게 구비되였다는것이 알리였다.
《
《그렇소. 황철사람들은 벌써 이걸 세워놓고 한창 시험을 하고있소. 그런데 아깝거던.》
《전력소비기준이 높은건 있습니다.》
《그것때문이 아니요.》
《하긴 그렇소. 전기소비라고 표현해도 틀리지야 않지. 이보 주동무, 이 용광로에서 나오는 페열 말이요, 내 이게 아깝다는거요.》
《
《그래두 난 아깝소. 무슨 방법이 좀 없을가?》
《금시 들이대니 바쁜거구만. 알겠소. 이 일은 아무래도 황철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어봐야 할것같소.》
수행일군에게 생산기술공정도를 가져가라고 이르신
《우리가 전번에 돌아본 제철종합기업소 말이요, 동무 생각엔 어떻소? 그 기업소에서도 연료의 국산화비중을 높여야겠는데 어떤 방법이 좋겠는가. 제철제강공정들이 생각외로 의존도가 높더란 말이요.
황철처럼 산소열법용광로를 하나 건설할것인가, 혹은 무연탄이나 갈탄제철로를 세울것인가. 그리고 제강, 압연공정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전력소비나 증유의존도를 낮출수 있겠는가. 난 동무의 의견을 듣고싶소.》
주영호는 자기의 견해를 조리있게 설명해드리였다.
《제철공정에서는 무연탄용광로, 제강공정에서는 산소취입법에 의한 산소전로에로의 이행, 압연공정에서는 무연알탄가스발생로에 의거하는 고온공기연소식도입, 음- 글쎄 고온공기연소기술은 김책공업종합대학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것이고 이 기업소사람들에게는 산소취입법이 생소한건데 어디서 갑자기 전수받겠소? 그렇다고 국가지급생산과제에 늘 몰두해있는 여기 사람들을 뚝 떼여 김철에 보낼수는 없는것이고.》
주영호는 평양시당의 어느한 책임일군의 이름을 들며 그가 이 기술을 주제로 대학졸업론문을 썼기때문에 적격자라는것을 말씀올리였다.
《아- 그렇지. 내 기억이 나오. 옳소. 그 동무는 그 기술을 다뤄본 전문가요. 그 동무라면 이 기업소 산소취입법도입을 정확히 잘 도와줄수 있을거요. 동무에게 물어보길 잘했구만.》
《화학이 역시 못하는 일이 없소. 내 남흥이나 2. 8에 가서 말한바 있지만 화학이 요술쟁이거던. 철강재생산에까지 끼여들어가지고 완전히 주인행세를 한단 말이요.》
《
우리가
《그럼 그쪽의 일들은 식사를 한 다음에 좀 구체적으로 들어보기요.》
《알겠습니다.》
×
야전식사가 간단히 끝나자
먼저 칠봉화학련합기업소의 메타놀생산정형, 무산광산의 선광장개건현대화사업, 청진화학섬유공장의 환원복구 및 현대화정형을 말씀드린 주영호는 뒤따라 김철의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정형보고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 시기 금속연구소의 한 청년과학자가 시험도중에 희생된 사실과 그의 창조물인 구형축열체를 놓고 날카롭게 엇갈렸던 주장들, 여기에 우의 일군들이 등장하였던 일 그리고 처녀연구사가 용단을 내려 애인의 시험일지를 공개함으로써 마침내 방황하던 도입방향이 바로 정해지였다는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였다.
주영호의 보고가 끝나자
《희생자와 같이 생활했던 동무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의견에 동의했단 말이지?》
주영호의 대답에 이렇게 반문하신
(청년과학자와 고락을 같이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인 그 일군들은 탓할바가 못된다. 구형축열체를 대하는 매 사람들의 심정도 공감이 되고.
그러면 결국 정철의 희생은 잘못된 연구방향에 의한 사고로 정의되여야 하는가?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그의 창조물의 가치는 그렇게만 평가되여야 한단 말인가? 낡은 기술이라는 락인이 찍힌 그의 창조물, 범상하게 평가되여야 할 그의 희생, 과연 그래야만 옳단 말인가?)
불현듯 파도가 기슭으로 쑥 밀려들면서 제일 깊이 들어온 물결에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지금 잘못된 평가와 견해로 하여 한 인간이 해놓은 일이 저 모래불의 발자국처럼 극히 자연스레 지워지려 한다. 모두의 찬양속에 영원히 뚜렷하게 새겨져야 할 귀중한 발자국들이!
흔히 사람들은 성공과 실패가운데서 전자를 더욱 귀하게 여긴다.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성공한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는것이다. 허나 평생 그 성공의 진맛을 보지 못한채 생을 마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과학연구의 고심참담한 길을 가는 사람들속에 그런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의 인생이 결코 헛된것이라 말할수 있겠는가.)
(절대로 그럴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른바 성공적인 삶을 누리려고 쉬운 일만 골라가며 낯내기를 하는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인간들이기때문이다. 이들은 조국의 부강을 위하는 일이라면 생명을 바쳐야 한대도 서슴없이 나설 그야말로 애국자라 불러야 할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청년과학자 정철이 바로 이런 인간들중의 한사람인것이다. 구형체를 부정해야 했던 젊은 과학자들의 아픈 마음속 깊디깊은 곳에도 여전히 한 인간에 대한 깨끗한 사랑, 앞서걸은 과학자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자리잡고있을것이다.
우리는 희생된 정철이뿐 아니라 이런 사람들의 마음도 소중히 여기며 높이 사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혁명의 멀고 험한 길을 웃으며 헤쳐갈 애국자의 대부대를 키워낼수 있는것이다.
그렇다. 이 문제는 다름아닌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되 가장 공명정대하고 값지게 평가해주어야 한다.)
《내 생각엔 일이 잘된것같지 않소. 만일 그 청년과학자가 생명을 바쳐 구형체의 약점을 확증하지 않았다면 새 기술을 확고하게 도입할수 있는 길이 열릴수 있었겠소? 김책공업종합대학동무들이 이 사업을 안전하고 확신성있게, 보다 빠르게 진척시킬수 있게 된것은 전적으로 정철이와 같은 과학자의 공적이라 말할수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정철이 바친 땀과 노력, 희생은 마땅히 애국적인 소행으로 평가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영호동무, 내 그 동무들에게도 이르겠지만 처음에 제기된대로 하도록 합시다. 이건 결코 정철이라는 한 청년과학자의 운명에 한정된것이 아니요. 이것은 어려운 과학탐구의 길에 한점 사심없이 한생을 묵묵히 바쳐가는 이 나라 모든 과학자들을 우리 당이 어떻게 평가하고있는가 하는 문제요. 김철의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조에도 그렇게 전해주오.》
주영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