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회)
제 2 장
원인없는 우연이란 있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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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대표단인원은 많지 않았다. 차학선을 단장으로 하고 그외 직장장과 통역원이 있을뿐이였다.
드디여 그 나라에 도착하여 오리와 련관되여있는 회사들을 참관하게 되였다. 보는 곳마다 부러웠고 욕심이 났지만 참관에서 더 벗어나지 못했다.
그 나라에서는 오리와 관련한 기술대표단은 받게 되여있으나 오리품종을 주고받는 문제는 상정되지 않았기에 이 문제는 엄두도 내지 못하게 했다. 목장과 오리도살장을 비롯하여 오리와 관련한 기관들을 참관하는 과정에 학선은 이 나라 목장에서는 매해 영국에서 비행기로 오리를 들여다가 1년간 리용하고서 다 없앤 다음 또 새 품종을 들여온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우리와 영국과는 외교관계가 설정되지 않은 조건에서 우리는 이 나라의 오리를 리용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외교관계상 원종을 다른 나라에 넘기는 모험은 생각도 못했다.
어느날 여러가지 식료품을 만드는 회사를 참관하게 되였는데 차학선은 여기에 오리를 전문하는 오리연구사가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학선은 그와 통성하였다. 그 연구사는 세계적인 판도에서 오리에 대하여 원만히 파악하고있었지만 우리 나라의 토종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있었다.
학선이 우리 나라 두단종오리에 대한 자랑을 슬며시 꺼내자 오리전문연구사의 얼굴에 인차 호기심이 어렸다. 사실 이 회사에서 자라는 오리들은 일년에 180~200알을 낳지만 우리 나라 토종은 1년에 240~250알을 낳는 상당한 우월성을 가지고있었던것이다. 연구사는 대뜸 그 종을 자기 나라에 팔아달라고 달라붙으면서 저녁에 자기 집에 대표단성원들을 초청했다.
이렇게 되기를 은근히 바라던 학선이였다. 집에 가서 보니 식탁에는 여러가지 료리들이 있었고 특히 오리료리들은 특색이 있었다. 술도 고급이였다. 학선은 대뜸 훈제품을 안주로 고급술을 마시고싶었지만 걱정만 앞서 도무지 손이 나가지 않았다. 흥성이는 식탁앞에서 흥심없이 앉아있는 그의 이런 행동은 주인의 눈길을 끌었다. 그가 친절히 물었다.
학선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만 좋은 오리원종을 구경만 하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술마실 생각이 싹 없어졌다. 나는
지난날 나라를 위해 아무런 일도 한것이 없다. 오히려 나라에 걱정만 끼친 놈이다, 농사도 잘 안되는 섬고장에 우리
그 연구사는 아무 걱정 말고 어서 술도 마시고 오리고기료리도 맛보라고 하는것이였다. 학선은 사기나서 팔을 걷고나섰다. 그리고는 잔에 부은 술을 꿀꺽꿀꺽 마시였다.
다음날 연구사는 약속대로 오리알 100알을 내놓았다. 연구사인 그는 학선의 말에 감동되여 연구용으로 간수했던 자기의것을 주었던것이다.
알은 받았으나 가져가는게 헐치 않았다.
머나먼 다른 나라에서 오는 기간 오리알을 손상없이 들여오느라 학선은 어느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오는 도중 조국으로 나가는 류학생들중에 면목있는 한 친구를 만난적이 있었지만 그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몸은 식탁앞에 있었지만 생각은 온통 오리알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였다.
(오리알은 무사한지, 혹시 곯은 알이 생기지 않았는지.)
밤에도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몇번씩 일어나 오리알을 살펴보군 하였다. 그럴 때면 가슴이 바짝바짝 타드는것같았다.
평양으로 오는 정기려객기에 올라서도 마음을 놓을수 없었다. 비행기안이 너무 더워서였다. 마음이 급해난 학선은 비행기안의 안내원을 만나 이번에도 오리알에 대하여 그리고 이번에 온 자기들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 즉시 책임자에게 안내되였고 서늘한 곳인 식료품창고안에 보관될수 있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학선은 점점 다가오는 조국의 훈향을 느낄수 있었다.
그때 운반도중 손상된 몇알을 제외한 알로 97%의 알깨우기를 할수 있었다. …
생각에서 깨여난 차학선은 새 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였다.
《그때에 비하면 아무일도 한게 없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아버지, 그만 진정하십시오. 아버지에게 이런 집을 꾸려준것은 앞으로 더 늙지 말고 일을 많이 하라고 하는것입니다. 얼마나 큰 신임입니까.》
천호가 아버지의 손을 꼭 싸쥐며 힘을 주었다.
《그래, 신임이지. 내가 힘을 내야지 주저앉아 눈물이나 흘려서야 안되지. 그렇구말구.》
《아버지, 저도 일을 더 잘하겠습니다. 요전날 록화물을 보고나니 생각이 많습니다. 당비서동지는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각별하게 말씀했습니다.》
학선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상큼한 코날이 오늘따라 새삼스레 눈길을 끌었다. 이제껏 천호에게 품을 들인것이 은을 낸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면서
《어서 가서 네 맡은 일을 착실히 해라. 나도 공장을 위해 일을 찾아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차학선의 얼굴에 전에 없는 결심이 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