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제 2 장

원인없는 우연이란 있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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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실내를 거닐기 시작했다. 어쩐지 기사장의 인간됨됨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그러나 애써 머리를 흔들었다. 자기 말대로 차학선에 대해서 잘 모르고있은탓이라고 생각되였다.

이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손기척이 났다.

지금상태의 기분으로써는 누구도 만나고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찾아오는 사람을 맞지 않을수 없어 내키지 않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들어서는 사람은 반갑게도 차천호였다.

《아, 천호동무구만. 어서 들어오오.》

신형일은 이제껏 머리속을 감돌던 생각을 활 털어버리며 손짓했다.

의자를 권했는데도 차천호는 앉을념도 않고 선자리에서 불쑥 입을 열었다.

《비서동지, 오늘 기술총화때 저는 이걸 내놓지 못했습니다.》하고 그가 손에 들었던 자료철을 내보였다.

《…》

신형일은 눈섭이 꿈틀하도록 노기가 솟구쳤으나 왜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기사장동지가 중간에 나가니 총화는 그저 그러루하게 끝나고말았습니다. 어디 갔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바쁜 일이 생긴것같습니다.

그후엔 부기사장동지가 집행했는데 거기서 록화물에 대한 말을 꺼내는건 좀… 기사장동지는 너무 바빠서 만나줄수 없다고 해서 할수없이 찾아왔습니다. 미안합니다. 바쁘실텐데.》

천호는 《바쁘다》는 말을 련속 뇌이면서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동무의 이야기를 듣는게 더 좋소. 그때 생각하던거 말이지? 자, 들어봅시다.》

신형일은 그사이 천호가 어느만큼 진척시켰는지 그것이 더 궁금했다.

천호가 조심스레 자기가 준비한 자료를 이야기했다.

《우리 공장을 록화물에서보다 더 훌륭하게 하자면 우선 설비부터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연구한것들을 도입하고 생산할수 있습니다. 전 오늘 우리 공장의 기술력량을 보면서 이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자면 먼저 건물부터 세워야 합니다. 제가 그려본건 이런겁니다. 건물의 외부는 이렇습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첫 칸은 이런 설비들, 다음칸에는 이렇게 …》

첫말을 들어보니 실망감이 앞섰다.

분명 기본문제에서 탈선된듯한 반영이였으나 진지하게 연구했다는 자체가 귀중해서 도면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천호는 자기가 그려본 설계를 펼치며 설명을 계속했다.

《내용이 기본이지 무슨 형식이 필요한가고 할수 있지만 형식과 내용은 서로 호상련관성을 띱니다. 건물부터 먼저 꾸리고 또 설비를 제작하고 실험능력을 꾸리고 하나하나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지렁이나 키우던 서식장은 활 들어내고 그자리에 이런 현대적인 설비들을 앉히자면 먼저…》

천호는 자기가 준비한것들을 하나하나 펼쳤다.

설계들을 보니 단백먹이장이며 발효먹이생산장이며가 품을 들여 그려져있었다.

신형일은 그의 열성에 감복되여 한장한장 주의깊이 펼쳐보았다. 기본설계일군도 아닌 그가 건물이며 설비들을 이렇게 그리기까지에는 여간한 시간과 품이 들지 않았을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무엇인가 중심이 빠진것이 있었다. 천호는 록화물에 나타난 다른 나라의 그쯘한 설비와 건물에 현혹된것같았다. 그럴수 있었다. 우리의 현대화는 응당 건물도 설비도 그렇게 멋쟁이로 되여야 하며 그것을 릉가해야 했다.

《그러니 건물이며 설비부터 생각했단 말이지. 그것두 좋지.》

《아니, 내용두 있습니다. 제 생각엔…》

신형일은 숨을 죽이고 자기를 주시하는 천호의 눈길을 받으며 한장한장 번져나가다가 《우리 공장에서는 어떻게 오리먹이생산에서 현대화문제를 실현해나가겠는가.》라고 쓴 내용에 눈길이 갔다. 거기엔 또박또박한 글씨로 이렇게 씌여있었다.

《오리먹이를 배합시킬뿐 아니라 각이한 미생물로 발효시키는것은 아주 중요하면서도 선차적인 문제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맞는 미생물균을 찾아내여 생산에 도입해야 하는것이다.》

미생물로 발효시킨다? 물론 그것은 새로운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맞는 미생물균을 찾아내여 생산에 도입한다는 그의 견해는 옳은것이다.

《천호동무, 동문 오리먹이생산의 현대화에서 발효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저…》

《말하자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것이라고 생각하오?》

천호는 말을 못하고 마른침만 꿀꺽 삼키더니 입술을 감빨았다.

《저… 어쨌든 최고의 수준에서 모든 생산공정을 현대적으로 해야…》 꼭 집지 못하는 그의 목소리는 얼버무려지고말았다.

《난 이렇게 생각해보았소. 배합먹이의 공정을 거친먹이를 생물공학적방법으로 완성시켜서 공업적인 방법으로 생산을 진행할수 있는 토대와 기술력량을 꾸리는것이라고 말이요.》

이것은 지배인과도 일치시킨 문제여서 확신성있게 말이 나갔다.

《비서동지!》 별안간 천호가 앞으로 나서다가 앞상에 탁 부딪치면서 환성을 올렸다.

《맞습니다. 그겁니다!》

《맞는것같소? 그다음 발효시키는 공정, 또 생산으로 넘어가는 공정의 이런저런 단계, 그러자면 설비와 기계, 여러가지 공정들이 필요하게 될거요.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하고 발효제공정은 어떻게 완성하겠는지, 아직은 미지수요. 그러나 동무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찍었소. 아주 귀중한 싹이요. 바로 미생물발효문제란 말이요. 그러자면 무슨 문제부터 풀어야 하는가? 그 공정들을 더 완성시켜서 다시 정리해보오.》

《알겠습니다.》 천호의 해사해보이는 얼굴은 흥분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눈섭조차 그린것처럼 진해졌다.

《좋소, 나도 더 생각해보겠소. 초안이 있겠지? 이건 두고가오. 내가 좀 보고 지배인동지와 토론하겠소.》

신형일은 진귀한 보물이라도 찾은듯한 심정으로 천호의 설계안을 받아들었다. 탐구심이 많으면서도 진지하게 연구하는 차천호는 공장의 보배였다. 지금 신형일은 천호를 한껏 추어올리고싶은 심정이였다. 그는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천호에게 더 신심을 주고싶어 그를 돌려세웠다.

《당위원회에서는 공장집필조를 조직하기로 했는데 차학선동지를 거기에 망라시키기로 했소. 아버지를 잘 도와주오.》

《비서동지!》 천호는 자기의 격정을 이렇게 단마디로 터쳤다.

이 순간 신형일은 차학선이 《두단령감》의 손자를 정말 잘 키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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