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4 회)
제
4 장
35
(1)
주영호가 떠나간 뒤 김정일동지께서는 해당 부서들을 찾아 용광로복구자금이며 원료,
연료, 전기보장대책까지 세워주시고나서야 다른 사업에로 넘어가시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문건을 보시다가 덮으시였다.
황철에서 제기되였던 일이 뇌리에서 떠날줄을 모르고있었기때문이였다.
(주영호가 황철로 떠나간지는 퍼그나 되였는데 일은 시작하였는지, 아닌밤중에 그가 도착하였으니 그곳 기업소사람들이 퍼그나 놀랐을것이다.
김중건이는 뭘하고있을가. 주영호가 제일먼저 만나 함께 토론하고 일을 시작해야 할 사람이 지배인인데 그새 몹시 괴로왔을것이다. 사람들을 잃은데다
법앞에 서게 되였으니 아마 속이 새까맣게 타가지고있었을것이다.)
송림까지 지척이여서 생각같아서는 달려가 힘과 고무를 주고싶으시였지만 좀체로 시간을 낼수가 없으시였다. 조금후이면 현지지도의 길에 오르시여야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셨다가 시간을 확인해보시고나서 단념하시였다. 몇번이고
망설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내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교환수에게 황철지배인을 찾되 잠자리에 들었다면 굳이 찾지 말라고 이르시였다.
5분이 되나마나할 시간이 흘러 교환수가 황철지배인은 방에 있으며 곧 련결해드리겠다고 말씀올렸다.
전화가 련결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찾으시였다.
그러나 대답대신 수화구에서 흑- 하는 외마디흐느낌이 뿜어나오는것이였다. 그다음 억제된 울음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왔다.
(실컷 울라구, 중건이.)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속으로 그에게 정을 담아 권고하시였다.
(얼마나 괴로왔겠나. 속에 숱한 재가 앉았겠는데 울음으로 모두 쏟아버리오.)
한참후에야 진정을 했는지 김중건이 입을 여는것이였다. 허나 여전히 울음이 섞여 대화가 토막토막 끊기고있었다.
《장군님, 다 전달받았습니다. 용광로 구워먹구 큰 죄를… 은총을
베풀어주시여… 고맙습니다.》
《내 알아. 다 들었소. 그래 내 전화를 하지 않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따뜻이 위로해주시였다.
《용광로걱정은 하지 말라구. 대책은 세웠소. 희생자유가족들은 당에서 맡아 돌봐주겠으니 그것도 마음을 놓고. 그래 저녁식사는 했나?》
《예, 부부장동지랑 책임비서동무와 함께 방금 했습니다.》
어느덧 김중건의 목소리는 진정이 되여가고있었다.
《음- 지내 늦은감은 있는데 어쨌든 식사를 했다니 맘이 한결 놓이오.》
김정일동지께서는 화제를 돌려 자신께서 취하신 용광로복구대책을
알려주시고나서 빠진것이 있으면 보충하라고 이르시였다.
《최근에 다른 중요단위들에서 너도나도 석탄을 달라고 해서 그런지 저희들에게는 저열탄만 들어오고있습니다.
장군님, 산소열법용광로에는 회분이 적고 발열량이 높은 석탄을 먹여야 장입물의 용융속도도 빨라지고 쇠물의 질도
좋아집니다. 고열탄을 정상적으로 보장받도록 하여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시험에는 어디 탄을 썼소?》
《합영투자위원회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가 수출용으로 송림항부두에 야적해놓고있던 수출용석탄을 돌려썼습니다.》
《발열량이 높은 석탄이라, 음- 동무가 잘 알겠는데 어디 짚어보오. 어느 지구의 석탄이 좋은가.》
김중건은 성급히 생각해두고있던 탄광들을 불러드리였는데 어떤 탄광은 갱이름까지 대드리였다.
《탄고생을 어찌나 했는지 탄광에 갱까지 면바로 찍어말하는구만.》
중건의 제기를 수첩에 적어넣으신 그이께서는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연료얘기가 나오니 지나간 일이 떠오르오. 내 이야기 하나 해줄테니 들어보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추억의 갈피를 정히 번지시며 하시려던 이야기거리를 찾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석쉼하고 갈리신 음성으로 천천히 이야기를 펴시였다.
《어느해인가 설직후인것같소. 그날 나는 어버이수령님의 부르심을 받고 금수산의사당으로 가게
되였지.》
어버이수령님의 집무실에 들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시였다. 수령님께 정무원(당시)에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상반년철강재생산계획이 미달될것같다는것, 그에
맞게 인민경제 각 부문의 생산장성속도와 균형을 재조정하게 해주었으면 한다는 제기를 드리였다고 한다. 피치 못할 사정이란 이웃나라가 자기네 풍습에
따라 명절을 쇠고있으므로 그동안은 콕스를 받지 못하게 되여 그런다고 하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김책제철련합기업소와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알아보시니 정무원의 제기가 무리한것은
아니였다. 콕스를 실으러 떠났던 짐배며 화차들은 이웃나라의 항구와 화물역에서 명절기간이 하루빨리 지나기만을 초조히 기다리고있었다. 이런 상황이
조금만 지속되면 용광로들이 멎게 되며 인민경제 련관부문에서 련쇄반응이 일어나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후과가 미칠수 있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속이 타서 내게 〈그렇다고 해서 내 그 나라 사람들보고
여보게 친구, 우리가 10대전망목표를 수행하느라 한창 바빠 그러는데 이젠 그만 놀고 도와줘야 되지 않소? 하고 말할수야 없지 않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난 그때 수령님께 옳습니다, 수령님, 그건 절대로 안됩니다. 이 문제는 순수 경제문제이기
전에 우리 당의 권위, 나라의 존엄과 귀착되는 문제입니다. 제가 당조직들을 불러일으켜 이 문제를 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댔소. 결국엔 상반년도
철강재생산계획을 제기일내에 수행했소. 쓰디쓴 교훈이 있었소. 그게 뭔가. 친구의 주머니에 뭐가 많아도 제것처럼 쓸수는 없다는거요. 친구 또한
자기 일 아니면 절대로 발벗고나서서 주지 않는다는것이요. 제 주머니에서 임의의 순간에 마음대로 꺼내쓸수 있는것, 이게 진짜 자기의것이라는거요.
중건지배인은 그때 뭘하댔나. 이런걸 체험해봤소?》
《예, 전 현장에서 일하였습니다. 해탄직장에선 력청탄이 떨어져간다면서 아우성인데 저탄장은 대책이 없지, 정말 그때 그걸 목격하면서 우리
땅엔 왜 콕스가 없는가 하는 한이 맺혀 떨어지지 않았댔습니다.》
《그것 보라구. 그런데 지금은 얼마나 좋은가. 연료가 제기돼도 제 땅에서 나는거니 척척 풀수 있잖소. 그래서 제것이 좋다는게 아니겠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석탄 하나만 놓고봐도 김중건이네가 어떤 렬악한 조건에서 주체철시험을
하고있었는가를 알수 있으시였다. 이런 형편에 용광로사고까지 났으니 이들의 심정인들 오죽했겠는가. 그이께서는 련민의 정을
담아 김중건의 괴로왔던 날들을 헤아려주시였다.
《요새 힘들었지?》
《…》
수화구에서 가벼운 흐느낌 비슷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이의 위로의 말씀에 겨우 잠재웠던 설분이 머리를 든
모양이였다.
《예, 심정을 그대로 말씀드리면 이젠 다로구나 하는 절망감밖에 없었습니다.》
툭 털어놓고 아뢰이는것을 보니 역시 로동계급출신의 일군이 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중건에게 사랑어린 핀잔을 하시였다.
《내 그만큼 산소열법과 관련된것이라면 어느때든 전화하라고 했는데 왜 말을 듣지 않았나.》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고쳐드시였다.
《허나 앞으론 더 힘들거요, 중건지배인.》
《저두 각오는 하고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어조가 뭔가 자신이 없어하는것처럼
느껴지시여 마음에 들지 않으시였다. 하긴 사람들의 의기가 몹시 상했을것이다. 시간도 부족할것이고. 용광로 한기를 새로 일떠세운다는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