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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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밤은 끝없이 깊어가고있었다. 차량이며 인적이 드문 빈 거리를 밝히던 가로등도 하나둘 빛을 거두고있었다. 하지만 출발을 앞둔 야전렬차가 서있는 역구내는 연푸른빛야외등의 조명으로 여전히 환하였다.

수행일군들과 함께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전렬차로 향하시였다. 이때 역구내 저켠의 차량출구를 통과한 두대의 야전승용차가 머리를 돌려 이쪽으로 내달아오는것이였다.

렬차에 오르시려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승강계단의 가름대를 잡으시였던 손을 놓으시였다.

멈춰선 차에서 야전솜옷차림을 하신 김정은동지께서 내리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올리는 김정은동지의 인사를 반갑게 받으시였다.

《나오면서 창문을 보니 불이 꺼져있더구만. 그리고 이번 걸음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것같아 알리지 않았댔소. 그런데도 나왔구만. 지금 몇신줄 아오? 그래 어디서 오는 길이요?》

《신년경축음악회준비정형과 공훈국가합창단의 다음해 사업계획을 료해하러 만수대예술극장에 나갔다가 장군님께서 현지지도의 길에 오르신다는것을 알게 되여 나왔습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그이의 애바른 심정이 리해되시였고 고마우시였다.

(우리 대장은 요전에 의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요즘은 정말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고 내게 재삼 당부했다는것을 잘 알고있다. 그래서인지 내 건강에 매일매시각 전보다 더 세심한 관심을 돌리고있다. 속으로는 아마 나더러 떠나지 말아달라고 말하고싶었을것이다. 그러나 내 성미를 아는 대장이니 그러지 못하고 바래라도 주고싶어 나왔을것이고.)

김정일동지께서는 후더워나시여 정에 넘친 시선으로 김정은동지를 바라보시였다.

《내 대장에게 기쁜 소식을 하나 알려주겠소.》

그이께서는 마냥 즐거우시여 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서 올라온 희소식을 말씀해주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진정에 넘친 인사를 드리시였다.

장군님, 얼마나 기쁘시겠습니까. 저도 그 소식을 듣고 장군님께서 기뻐하실 생각부터 했습니다.》

《기쁘오. 정말 난 기쁘오. 고난의 행군시기 아이들에게 사탕을 제대로 못먹인것이 모진 한으로 남았댔는데 이젠 소원풀이를 시원스레 하게 되였소. 고온공기연소기술의 위력이 얼마나 큰가 보오. 이 기술도입의 성공으로 금속공업은 또 하나의 자기것을 가지게 되였소. 자기힘을 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동안을 두셨다가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최근에 금속공업부문의 여러 단위가 경쟁적으로 소리를 치며 일어서고있는데 좋은 일이요. 황철이 산소열법개척의 길에서 여간 고생이 아닌데 그들을 어떡하면 더 잘 도와줘야겠는지 걱정스럽소.》

《장군님, 장군님께서 그토록 관심하고계시는데 황철은 꼭 해낼것입니다.》

김정은동지께서 확신하시자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내 새해에 들어가면 먼저 황철에 가보겠소, 김철에도 가보고. 자꾸 만나 힘을 줘야 그들이 좋아하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이께서 불편하신 몸으로 지내 오래 서계시는것같아 청을 드리시였다.

《장군님, 시간이 너무 지체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역구내에 걸린 시계를 얼핏 일별하시고나서 아쉬움을 표시하시였다.

《그렇게 되였구만. 그럼 내 렬차에 오르겠소.》

《장군님, 이번 현지지도길에선 꼭 약이랑 제때에 잡숫고 과도한 집무는 피해주셨으면 합니다.》

《대장의 곡진한 부탁인데 내 꼭 그러지. 한데 너무 념려는 마오. 우리 나이에 있는 사람들은 의학적치료보다 정신상의 즐거움이 제일 보약인것같소.》

김정은동지께서 렬차에 오르시는 걸음을 도우시려 하자 그이께서는 헌헌한 웃음을 지어보이시며 거듭하여 자신감을 표시하시였다.

《일없소, 정말 일없다니까.》

그러시고는 김정은동지께 간곡하게 이르시였다.

《내 계속하는 권고이지만 대장도 젊었다고 절대로 건강을 홀시하지 마오. 밤을 낮처럼 여기며 몸을 혹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요. 알겠소?》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장군님, 아무쪼록 안녕히 다녀오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소. 내 인차 돌아서지. 돌아와서 함께 앉아 우리 예술인들이 준비한 공연도 보고 어버이수령님탄생 100돐행사준비랑 토의하기요. 설에는 우리 모여앉아 오랜만에 식사도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이의 손을 잡으시며 다정한 음성으로 약속하시였다. 그이께서 오르시자 부드럽고 긴 기적소리를 울리며 야전렬차가 천천히 움직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정은동지께서 삼가 드리시는 거수경례에 한손을 들어 인사를 보내시였다.

역구내를 벗어난 야전렬차는 차츰 속력을 내며 달리기 시작하였다. 차칸으로 들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눈을 붙이시려고 작정하시였으나 이내 잠들것같지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존안에 환한 웃음을 지으시며 행복에 잠겨 그려보시였다. 아이들의 손에손에 들려있는 사탕, 과자곽들, 가슴마다에 한가득 안겨져있는 학용품, 새 교복들, 티없이 맑고 깨끗한 웃음을 한껏 터치는 아이들의 얼굴들.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하며 얼마나 험한 고생을 한 우리 아이들이였는가. 자식들 걱정으로 이 나라 어머니들이 또 얼마나 피눈물을 많이 흘렸겠는가. 다시는 이런 시기가 없을것이다. 이들에게는 광명하고 찬란한 미래만이 차례질것이다.)

밤은 끝없이 깊어가고있었다. 어제도 그제도 한모양새로 깊어가는 밤이였다. 그저 언제부터인지 검푸른 밤하늘을 소리없이 메우며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우리 인민은 삼라만상이 잠에 든 례사로운 이밤 김정일동지께서 오르신 현지지도가 어떤 길이였는지 정녕 알수 없었으며 상상도 할수 없는 무서운 대국상이 자기들앞에 닥쳐오고있다는것은 더욱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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